유치원을 준비하는 엄마들은 10월부터 바빠지기 시작한다. 나도 이번에 알게된 사실인데 바로 유치원 설명회라는게 있다는 것이다.
그냥 근처 아무데나 보내면 되는거 아닌가라는 무지렁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던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뭔가 TV에서만 보던 아이 교육에 유난맞은 사람이 되는건가 싶어 극도의 경계감도 생겼다.
설명회를 몇 번 다녀보니 확실히 유치원별로 강조하는 부분이 미묘하게 달랐다. 내가 파악한 바로는 크게 2가지인데 하나는 놀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면서 배우도록 다양한 체험 활동과 교구를 준비하고 공부가 아닌 즐거운 일상을 경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다양한 학습 경험을 통해 관심 분야를 찾도록 돕는 교육 중심 유치원이다. 그렇다고 교육을 깊게 한다기 보다는 역시 쉽고 다양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여러 분야의 기초를 익히게 해주어, 아이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이 미묘하지만 다른 차이는 부모들로 하여금 많은 고민이 들게 한다. 아이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을 듯하고, 반대로 공부에 대한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놀이에만 집중하는 것도 맞는 것 같았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우리 아이만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다. 그러다보니 놀이가 맞는 것 같으면서도 공부를 시키는게 뒤처지지 않는 길 같았다. 게다가 뉴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심하게 시키는게 아니라 아이의 자질을 찾아주는 기회라니 이 마케팅 메시지는 누가 만들었는지 아주 잘 만든 것 같았다.
이는 가치관의 차이이기 때문에 누가 옳고 그르다를 나누기 어려운 부분인 듯 싶다.
재밌는것은 이미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엄마들의 후기는 다들 비슷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중 일부는 아이가 적응이 어려워 다른 곳으로 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 적응해서 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아이들은 비교군이 뚜렷하지 않으니 또래의 친구들도 만나고 공부라고는 해도 재밌게 수업이 진행되니 만족감이 높았을 것이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놀이나 교육이나 처음 경험하는 거라 다 잘 적응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부모의 욕심이 여기서부터 반영되지 않을까 싶은 경계심이 있기는 하지만 누구보다 아이는 우리의 의도를 넘어 재밌게 생활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조금은 이 선택의 무게에 가벼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바꿔 아이의 성향과 그곳에 조금 더 잘 맞을만한 곳으로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어디서든 잘 할테니지만 우리가 파악한 아이의 성격 상 더 괜찮은 곳으로 가야 크게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추첨으로 진행되는거라 운이 필요하긴 하지만 남의 시선과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아이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서로가 건강하게 성장할 거라 믿는다.
그나저나 결국 추첨이라면 그냥 운이라는 생각도 든다.
운이 좋기를 기도하는게 빠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