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남자도 힘들어

by 쏘이파파

비슷한 처지에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삶과 육아에 대한 자세에서 공감대가 참 많았고 대화는 무르익어갔다. 그러다 한 아빠가 조심스럽게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멀리 출장을 다녀왔다고 했다. 흔히들 해외 출장을 가면 퇴근 후엔 여행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낼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답답해하는 모습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큰 비용을 들여 보낸 것이니 그만큼 성과를 요구했고, 그는 미팅 후 자료 정리와 다음 일정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호텔 방에 틀여박혀 일을 하다보면 여기가 해외인지 회사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감각이 무뎌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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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일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길에 설상가상으로 잘못 넘어져 다리까지 다쳤다. 치료도 모르겠고 집에 도착하여 그저 몸을 좀 누이며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아내는 갑자기 그동안의 힘든 일에 대해서 쏴붙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갈등은 거기서 시작됐다. 서로 지치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의 말 속에 담긴 뾰족한 시선이 그저 서운하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억울한 마음, 서운함은 겹겹이 쌓여 의미없는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그 아빠는 씁쓸한 듯 말했다. 그도 아내가 얼마나 고된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는 게 아니라고. 하루 종일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아이를 돌보며 고된 시간을 보내는 아내의 고충을 모르는 게 아니라고.


그런데 그저 첫 인사가 “잘 다녀왔어?” 이 한마디면 됐는데…

다짜고짜 힘든 일부터 짜증을 내버리니 자기도 모르게 나쁜 감정이 튀어나왔다고 했다.


꽤 예전이긴 한데 장영란씨는 남편의 퇴근시간을 강조한 적이 있다. 다른 거는 몰라도 남편의 퇴근만은 꼭 챙겨서 반갑게 맞아준다고 한다. 아파도 달려나가서 최대한 밝은 미소로 맞아준다.


그 이유는 가족이 맞아주는 짧은 순간에 남자는 모든 걸 회복하며 자존감이 높아진다. 오늘 겪은 힘든일, 상사와의 불화, 잘못된 보고서 등 모든게 잊혀진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아내 마음데로 해도 된다. 남자는 알아서 별도 따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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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란 유튜브 중


물론 이건 비단 남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번의 따뜻한 시선과 인사는 남자인 우리도 할 수 있어야 하며 그래야 한다.

서툴고 어색하겠지만 조금씩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러워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훈련의 과정을 밟는 동안 조금은 더 성숙한 아내들이 그렇게 반겨주면 얼마나 좋을까?

밖에서 술 한잔에 위로를 얻는 것보다 빨리 나를 반겨주는 집으로 달려가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것이다.


변화는 그렇게 말 한마디로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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