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재밌었어?

by 쏘이파파

집 근처에서 아이들을 위한 무료 영화 상영회가 열렸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한 번도 같이 영화를 본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함께 보면 어떨까 싶었다. 평소 영상을 거의 안보여주기 때문에 재밌어 할 것 같았고 함께 보다는 것에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에게 말해주니 너무 재밌을거라고 방방 뛰어다니는 걸 보니 내가 다 좋았다.


준비된 영화는 마다가스카였고 동네 친구들과 모여 함께 자리에 앉았다. 영화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시작 전에 먹는 간식이 아닐까? 그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좋아하는 간식을 챙겨 시작전에 먹기 시작했다.

이내 조명이 꺼지며 주변이 어두워졌고 화면에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소리가 좀 커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다행이 잘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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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동물 친구들이 어딘가에 갇히고 빠져나오기 위해 애쓰는 장면이 많았다.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이나 연출들을 보고 애니메이션도 꽤 많이 발전했구나 라고 느꼈다.


간식이 꽤 많이 남았음에도 먹지도 않고 입을 살짝 벌린 채 영상에 집중하는 아이. 다른 친구들은 웃기도하고 놀라기도하는데 우리 아이는 망부석처럼 꼼짝하지 않고 화면만 뚫어져라 보고있다. 저렇게 재밌을까 싶으면서도 너무 오래 시선을 뺏기는 거 같아 살짝 걱정도 된다.


영화가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씻기고 재우려면 이제는 일어나야 할 것 같았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집에 가자고 하는 건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내뱉어야 하는 말이다. 이맘 때쯤 아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때부림이 뭔지 똑똑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끝나는 시간을 정해주고 계속해서 알려주는 것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제 10분만 더 보고 일어나자”

“... 그냥 집에 가자”


“응? 좀 더 봐도 되는데 가자고?”

“응”


놀라운 일이었다. 아이가 순순히 우리 말을 듣는다는 건 놀라움을 넘어 이상한 일이었다.

갑자기 이렇게 집에 간다고? 저 재밌는 영화를 두고서? 뭔가 느낌이 달랐다. 그리고 이걸 파악해야 할 것만 같았다. 주변에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가는 길 아이에게 물어봤다.


"영화 더 봐도 되는데 왜 그냥 나왔어?"

“나는 무서웠어”


아이고… 영화가 무서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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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걱정하긴 했었다. 동물이 나쁜 아저씨에게 붙잡히고 도망치는데 쫒아오고 그걸 강조하기 위해 소리는 너무 크고 등등 아이의 시선에서는 그게 분명 무서운 요소가 될 수 있음은 분명했다. 그런데 왜 아빠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무섭기 했지만 그래도 부모가 옆에 있으니 참아보고 있었단다. 재밌는 거라고 했으니 재밌는 장면이 나오겠지 하며 그리고 영상 자체는 신기하긴 했었을거다. (워낙 잘 안보여주니..)


다음부터는 무서우면 꼭 말해달라고 말하며 아이를 안아주었다. 부모라는 자가 이렇게 내 아이에 대해서 잘 모르다니 참 곤란하다. 평소에도 겁이 좀 많은 편이고 소리에 민감한 편이라 내가 잘 물어보고 살펴봤어야 하는데 어른의 생각으로 재밌을거라고 단정한 내 안일함이 부끄러웠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의 기질이 있다. 누군가는 모험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런데도 부모가 이럴 것이다 라고 미리 단정하면 아이만이 가지는 고유한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


TV나 책에서 말하는 육아의 조언이 가끔은 맞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 아이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발견하고 거기에 맞는 육아를 실천하는게 부모로써 필요한 것이다. 큰 맘먹고 보여준 영화는 우리 아이에게 힘든 시간이 되버렸다.


그럼에도 재밌을거라는 부모의 말을 믿고 참고 있어준 아이에게 감사했다. 조금 더 세심하게 챙기고 적어도 한 번쯤 아이의 생각을 물어봐주는게 도움이 되겠다고 느꼈다.


어른의 판단으로 좋을 거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아이의 시선에서 솔직한 감정을 물어봐주면 아이만의 고유한 보석을 더 잘 알려줄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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