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는 ‘거울 치료’라는 개념이 있다. 거울을 통해 나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내 감정과 행동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방법이다. 살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을 잘 들여다볼 기회가 드문데, 우연한 기회로 밖의 나를 만난다면 때때로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가장 적절한 예는 바로 오은영 선생님이 진행하는 금쪽같은 내새끼다. 부모들은 여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가 24시간 촬영하고, 제3자인 PD가 편집한 영상을 통해 되돌려받는다.
나는 감정에 충실했을 뿐이라 믿었던 순간들이, 영상 속에서는 무섭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걸 발견한 부모들은 크게 놀라며 깨달음을 얻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그런 ‘제3자의 시선’을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 어떻게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재밌게도 아이를 통해서는 너무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이는 작은 거울처럼 부모의 행동과 말투를 고스란히 흡수해내기 때문이다.
언젠가 주말의 평범한 오후, 아이가 혼잣말을 하는 걸 들었다.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망했어, 망했어!” 하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반복하는 아이.
처음엔 놀라며 “그 말은 어디서 배웠니?”라고 물었지만, 곰곰이 돌이켜보니 그 근원이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무심코 내뱉던 망했다 망했어 라는 푸념의 표현을 아이가 듣고 배운 것 같았다.
그 순간 마음 한편이 쓰라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내 부족한 부분까지 빼닮아버린 현실.
즐겁게 놀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망했다”는 부정적인 단어부터 떠올리는 모습은, 결국 내가 만든 그림자 같았다.
아이에게 “그런 말 쓰지 말아라”라고 혼내기보다는, 당장 나부터 먼저 그런 표현을 줄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깨달음이 곧 ‘거울 치료’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닐까 싶다.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아도, 아이를 통해 나는 매일 거울 속의 나를 마주한다.
아이는 좋고 나쁘다의 기준 없이 스펀지처럼 받아들이고, 그중에는 내가 늘 후회하던 습관이나 언어들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에 아이에게 “너 왜 이러니?”라고 따지기 전에, 먼저 내가 혹시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돌아봐야 한다.
물론 아이들은 부모뿐 아니라 외부 환경에서도 많은 걸 배운다. 타고난 기질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내 언어, 표정, 습관을 그대로 재연할 때, 결국 부모인 내가 아이의 최초이자 최대의 거울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는 혼내기보다, 내 자신부터 돌아보는 일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결국 육아는 아이를 가르치는 동시에, 내 어두운 면을 보게 하는 여정이다. 아이 덕분에 거울처럼 나의 언어와 행동을 되비춰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치유하거나 더 나은 모습으로 바꿔갈 수 있다면, 이보다 값진 성장도 없으리라.
아이는 평생 부모라는 거울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한편, 부모 역시 아이라는 거울을 보며 스스로 성장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는 과정은 조심스럽지만 소중한 순간이고 나에게는 치료의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