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려도 괜찮더라

by 쏘이파파

아이의 언어는 부모가 처음 또래와 비교하게 되는 지점이다.

겨우 몇 개월 차이임에도, 또렷하게 말하고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키 정도를 제외하면 소근육 발달 같은 건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말을 얼마나 하느냐는 즉각적으로 보이고 들리기 때문에 더욱 비교가 쉬워서일 것이다.


우리 아이는 언어가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었다. 발음도 정확해서 주변에서 “몇 개월인데 이렇게 말을 잘해?”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부모로서는 내심 우쭐해지는 순간이었고, 다른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혹시 비법이 있느냐?”고 물어올 때면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곤 했다. 하지만 정작 뚜렷한 방법이랄 건 없었기에, “책을 자주 읽어줬어요” 정도로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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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말을 거는 부모들은 대부분 말이 느린 아이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곧 나아질 거예요”라는 내 진심 어린 응원은, 현실 속 조바심을 덜어주기에 한계가 있어 보였다.

아이의 언어가 또래보다 늦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모는 온갖 상상을 하며 불안해하기 마련이니까.


자칫하면 이 조바심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로 전달되고 오히려 발달을 더 지체시키는 악순환을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나 역시 깨달았다. 당시 “우리 아이는 영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빠른 언어를 뽐냈지만, 막상 5살이 된 지금은 주위 또래와 비슷비슷하다. 어느새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놀이도 함께 잘하니, 그 언어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 초반의 빠르고 느린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수렴된다는 걸 실감했다.


물론, 눈에 띄게 느리거나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게 맞다.

실제로 지인 중에는 조기 언어치료를 통해 초등학교 입학 전 말을 틔운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특수한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크게 조급해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훌쩍 언어력이 늘어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이럴 때 정말 중요한 건, 조바심에 휘둘리지 않는 부모의 태도다.


아이가 말을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되 너무 간섭하거나 압박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

부모가 함께 대화하고, 질문에 귀 기울여주고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불러주며 언어적 자극을 자연스럽게 주면 된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도 “언제쯤 말이 늘까?” 하는 불안보다는,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자”라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빠르다고 마음속으로 우쭐하던 때가 있었지만, 결국 우리 아이도 또래와 별반 다르지 않게 자라고 있다. “느린 것 같다”고 걱정했던 아이들도 어느새 쑥쑥 성장해 함께 신나게 뛰어놀고 끝없이 재잘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결국,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대로 자라난다.

아이들마다 분명히 시차가 존재한다. 부모가 ‘믿음’이라는 양분을 듬뿍 주고 한 걸음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준다면, 아이들은 선물처럼 갑작스러운 성장으로 화답할 것이다.


아이마다 꽃피는 계절은 따로 있다.

그러니 조금 느려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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