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위로

by 쏘이파파

어느 날, 늦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니 옅은 조명만이 켜져 있었고 아내는 말없이 그 아래 앉아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조심스레 묻는 내 질문에도 아내는 대답할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 시간이 흐른 후 잠자리에 들려는 데 아내가 오늘 일을 털어놓았다.


오늘 아내는 견디다 못해 처음으로 아이에게 큰 소리를 냈다고 했다. 당시에는 그 분노가 너무도 당연해 보였지만, 막상 잠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휩싸였다고 했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 후로는 자기 자신에게 크게 실망하며 한동안 깊은 자책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내 자신이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이라니
바닥 중에 바닥의 인간인거 같아…



아내의 말을 들으며, 나는 우리가 부모가 된 이후 감내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새삼스레 깨달았다. 누구도 부모로서의 삶을 미리 연습할 수 없고,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찾아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음 날, 아내는 아이에게 다가가 용서를 구했다. 화를 내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네 잘못이 아니야, 엄마가 잘못했어. 용서해줄래?”라고 물었다. 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웃으며 “그래”라고 말해줬다.

너무 밝게 웃으며 외치는 대답에 용서의 의미를 아는건지 모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피식 웃음은 번졌고 아이가 건내는 위로에 아내는 그제서야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았다.


우리는 실수할 수 있다. 어쩌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 완벽한 부모가 되고 싶은 욕심이 우리를 더 큰 실수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다시 힘을 내어 그 자리에 서는 것이다.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지만, 그 반복 속에서 우리의 인내심은 조금씩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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