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키티17이었다면
1. 감독·각본: 봉준호(2025)
2. 제작비 약 1,700억. 아마도 많은 손실을 입었을 것임.
3. 인간 복제라는 주제는 이미 20~30년전부터 논의된 문제이긴하지만, 그것을 다시 끄집어낸다한들 전혀 이상할 것도 없으나, 주제를 살리지도 못하고 주제와 관련도 없어보임. 다시 말하면 인간복제에서 비롯된 인간윤리, 인간 자아, 인간의 존엄성 같은 문제들은 겉만 핥고 좀더 깊이 탐구하지 않음.
4. 그렇다면 다른 측면에서 이 영화는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봄. 몇몇 장면을 통해 결론은 그렇다임. 예컨대, 마치 금광을 찾은 것마냥 큰 돌덩이를 찬양하는 장면, 향신료를 발견한듯 소스에 집착하는 장면, 원주민인 외계생명체와 전쟁을 벌이려는 장면 등등. 심지어 외계생명체는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인간을 죽일 마음도 없었음.
5. 그렇다면 그때 그 비극을 은유적으로 보여주었나? 그건 또 아님.
6. 그래서 이 영화는 대체 뭘까 생각해봄. 복제인간도 아메리카 대륙의 비극도 아니면? 결국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버림. 한마디로 가벼운 영화가 되어버림.
6. 죽을 때 기분이 어때,라는 이 대사가 자주 언급이 되는데, 그렇다고 영화에서 죽음에 관한 철학도 없음.
8. 애초에 서사력이 강하나? 그것도 아님. 이야기는 재미없음. 가장 실패점이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은 설정과 컨셉을 설명하는데 영화 초반에 약 45분을 썼다는 점. 이렇게 길게 설명할 일이었던가.
9. 의문점은 미키가 복제될 때마다 각각의 복제인의 성격이 다른데, 그것은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되는 것인가? 성격이 다른데 복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나? 또한 그럴 거면 왜 원본은 남겨두지 않았을까? 컴퓨터 백업할 때도 원본은 그대로 남겨두는데.
10. 영화의 전반적인 성격이 너무 귀염귀염함. 차라리 미키17 아닌 키티17라도 제목을 지었으면.
11. 봉준호는 대체. 망작도 많고 걸작도 많은 이 사람은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