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에 대응하는 두 가지 자세
1. 감독, 각본: 조엘 코엔, 에단 코엔(2009)
2. 코엔형제 감독의 영화들은 두 종류인데, 소설 같은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가 있음. 이 영화는 전자에 해당됨.
3. 1967년 미국 미네소타, 주인공 래리 고프닉(마이클 스털버그)은 물리학 교수이자 유대인으로 평범한 중산층 가장임. 학생의 촌지와 협박을 시작으로, 자신의 친구와 결혼하겠다는 아내의 이혼요구, 일탈하는 자녀들, 이웃집과의 불화, 도박과 남색으로 경찰에 연루되는 동생, 심각한 건강 악화 등등 여러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림. 착하게 살아온 자신에게 왜 이같은 시련이 생겼는지 해답을 찾기 위해 여러 랍비들을 만나러 다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무 이유 없으니 그냥 받아들여라!
4. 물릭학자이자 유대인이라는 설정이 재밌음.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물리학자의 일이기에 삶의 시련에도 어떤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을 거란 생각, 그리고 그 정답을 학문이 아닌 종교에서 찾아내고자 하는 모습들이 블랙코미디임.
5. 이 영화는 대조되는 두 이야기가 존재함. 첫번째는 19세기 어느 유대인 부부의 이야기이고, 두번째는 영화의 본편인 래리의 이야기임.
6. 늙은 랍비가 악령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내는 송곳으로 랍비의 가슴을 찌르며 자유 의지의 모습을 보여준 반면, 래리는 여러 안 좋은 상황들이 불가피하게 자신에게 닥쳐오자 이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보다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줌.
7. 착한 아이(good boy)가 돼라는 랍비의 종교적 가르침이 운명에 순응하며 수동적인 삶을 살게 함. 이는 거대한 토네이도가 와도 멀뚱히 처다만 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잘 드러남.
8. 돈이 급하자 촌지를 건넨 학생의 성적을 슬쩍 수정하는 래리의 모습에서도 굿보이답게 현실과 타협하는 자세를 잘 보여줌.
9. 영화에선 어떤 것이 좋은 자세라고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진 않지만, 누가봐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지 않을까?
10. 하지만 우리네 인생에서 찾아오는 문제들은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식의 단순한 것들이 아닌 훨씬 복잡하다라는 것이 함정. 그래서 결국 우리 모두 시리어스 맨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11. 영화는 훌륭한 메세지를 내포하고 있고 흥미로운 요소들이 몇몇 진을 치고 있긴 하지만, 진행이 느슨해서 전반적으로 지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