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이즈 어프레이드

소년의 두려움

by ORANGe TANGo

1. 감독/각본/제작: 아리 애스터(2023)


2. 내성적이고 불안에 사로잡힌 보가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초현실적 여정을 그린 영화.


3. 확실히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엄마'라고 할 수 있음. 일단 영화 속 '엄마'의 의미를 두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았음.

1)감독은 실제 극성인 엄마와 살았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했다.

2)영화에 나온 여러 오브제로 볼 때, 영화 속 엄마는 성모 마리아라고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인공 보는 예수가 되고, 다락방에 나온 남근 괴물은 신이다. 즉 영화는 성모 마리아, 예수, 신의 변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 하지만 두 가지 측면 모두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음.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봄.


5. 제목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동음이의어 보이즈 어프레이드(Boy's afraid)로 생각해볼 수 있음. 그렇다면 소년이 두려워하는 게 뭘까. 영화의 관통하는 핵심은 이 두려움의 정체라고 생각함. 다시 말하면 주인공 보의 두려움을 영화에서 찾아내는 것 이 영화를 풀어낼 열쇠라고 생각함.


6. 해답은 간단함. 보는 엄마 집에 돌아가는 걸 극도로 꺼려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보의 두려움은 '엄마'임. 그렇다면 왜?


7. 영화는 아직 양수 가득한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의 장면으로 시작함. 배가 뒤집혀 보가 물에 빠지는 엔딩은 보의 죽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보가 다시 엄마 뱃속(양수)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봐야할 거 같고, 이는 시작과 끝이 같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줌. 그렇다면 탄생이 비록 엄마의 뱃속이지만, 탄생 이후 그곳이 죽음의 공간으로 바뀌었다면, 보가 엄마한테 한번도 가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는 부분임.


8. 보는 무엇을 두려워 했는가? 그것은 '죽음'임. 보는 죽음에서 도망치고 싶지만, 다시 말하면 엄마의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흙에서 태어나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예정된 운명이듯 보는 그것을 거스를 수 없었음.


9. 보가 엄마한테 가는 여정이 꽤 기괴하지만, 단순히 고통스러운 길이었다라고 치부한다면 어쩌면 그 여정은 죽음으로 가는 한 남자의 고난한 인생이라고 봐도 무방할듯.


10. 영화에 나온 물의 이미지는 보가 욕조의 물을 받아 들어가는 장면에서 그 상징성이 잘 드러남. 안락한 휴식을 위해 물이 가득한 욕조에 들어가지만 천장에 매달린 남자가 떨어지면서 그 안락함은 죽음의 공포로 변이됨. 이 장면에서 물의 이미지에 양극적인 상징성이 부여됨.


11. 영화에 나오는 거미는 운명론을 상징함. 아마도 신화의 모티프를 빌려온 듯.


12. 이 영화는 부조리극임. 부조리극은 마치 추상화를 보듯 감상해야 하는데, 관객이 정답지마냥 해석을 찾아내고 은유와 상징이 무엇을 뜻하는 바인지 알아내야 하는 일련의 작업들이 필요없는, 그냥 작품을 온전히 느끼며 감상하면 됨. 그런 면에서 감독은 뭔가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이는 영화의 아쉬운 부분으로 남음.


13. 어쩌면 영화를 심플하게 풀어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감독의 욕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이해하기 힘든 영화로 만들어버림. 같은 맥락으로 영화의 러닝타임은 약 3시간인데, 만약 감독이 욕심을 더 부렸다면 어쩜 4시간, 5시간짜리 영화가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영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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