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별의 지옥

-김혜순

by ORANGe T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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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느 별의 지옥






1. 스물 살에 김혜순 시인의 시집을 처음 읽었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이해하지 못했다. 그건 작품이 어려웠다기보다는 그때 나는 대체로 모든 시집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해하지 못한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김혜순 시인의 작품을 어렵게 느끼는 건 사실이다.





2. 시를 조금씩 느끼게 되던 이십 중후반이 되어서 김혜순 시인의 작품이 얼마나 뛰어난지 깨닫게 된다. 시인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는 시점이 오게 되는데, 그 어떤 시인보다도 뛰어난 언어감각과 폭넓은 상상력을 느끼게 된다.





3. 더불어, 시인의 재능보다도 성실함에도 놀라게 되는데, 김혜순 시인은 3년에서 5년 사이에 꼭 한권의 시집을 낸다. 이렇게 꾸준하게 시집을 내는 경우가 사실 드물기도 하지만, 정말 한국 시인으로서 굉장히 이례적으로 김혜순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굉장하다. 작품의 퀄리티 또한 이전 작품에 비해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대단하다는 점 역시 존경스럽다.





4. 아무튼 이번에 읽은 <어느 별의 지옥>은 1988년도에 나온 시집이다. 김혜순 시인의 거의 초창기 작품이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오래 전에 나온 시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것은 오래된 것에서 느껴지는 고루함이 싫기 때문이기도 한데, 어쨌든 나는 이 시집을 읽고 두 가지 측면에서 놀랐다.





5. 첫 번째는 리듬감이었다. 김혜순 시인의 작품을 읽다보면 그녀 특유의 리듬감을 느껴지는데, 그 리듬은 상당히 경쾌하며 빠르다. 아마도 이런 리듬감은 분절되어 쓰인 단어와 반복에서 오는 것 같다만, 이런 리듬감이 이미 초창기 작품에서도 유효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다만, 음악성은 뛰어난 반면 이미지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다.





6. 두 번째는 30년 전에 나온 작품임에도 전혀 시가 촌스럽지 않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나는 오래된 것에서 느껴지는 고루함과 지루함이 싫어하는 사람인데, <어느 별의 지옥>은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오히려 지금 읽어도 젊은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그런 작품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7. 확실히 김혜순 시인의 젊었을 적 작품이라서 그런지 최근에 나온 작품에 비하면 언어의 폭과 상상의 폭이 좁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의 문제이지만, 다른 시인과 비교하면 그녀의 능력은 30년 전에도 월등했다.





8. 확실히 독자의 입장에선 시인의 예전 작품이 읽기에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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