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지피다

잭 런던

by ORANGe TANGo





리뷰



불을 지피다



잭 런던의 이 단편집은 마치 우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우화 같은 느낌의 소설들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우화’라는 기법이 이미 거대한 메타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거장이라고 일컫는 작가들이 말년에 우화 같은 소설을 많이 출간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입니다. 생텍쥐베리의 <인간의 대지>나 <야간비행> 같은 작품들을 읽어보면 고독과 죽음을 굉장히 퍽퍽한 문체로 쓰여 있는데, 도대체 이런 글을 쓰던 사람이 어떻게 <어린 왕자> 같은 소설을 쓸 수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또한 헤밍웨이 역시 마찬가지이죠. 대표작 <노인과 바다> 같은 불후의 명작도 헤밍웨이의 말년에 쓰인 작품이며, 그의 전작은 <노인과 바다>만큼 우화스러운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이밖에도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같은 작품도 있고, 잭 런던의 보석 같은 단편들을 발견해준 조지 오웰의 작품 <동물농장> 역시 가장 대표적인 우화입니다.



<불을 지피다>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일관되게 삶의 끝자락에 놓인 사람들입니다. 밑바닥 인생을 사는 복서부터 시작해서 알래스카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삶의 몸부림을 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독자가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극한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지만, 그들을 공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디테일한 묘사에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배교자>에서 너무나 많은 노동으로 소년의 “근육이 씰룩거린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런 표현은 소년의 상태를 더없이 적절하면서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불을 지피다>에 수록된 모든 소설들이 묘사를 주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보통 묘사 위주의 글들은 속도감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잭 런던의 작품들은 오히려 소설의 속도를 해치지 않으면서 적절한 포인트에 아주 적절한 심리와 분위기를 형성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독자는 소설의 상황을 쉽게 머릿속에 그리며 읽어 내려갈 수 있으며, 점점 이야기에 빠지게 됩니다. 잭 런던의 묘사력은 소설의 표본으로 써도 무방할 정도로 상당히 좋습니다.



<불을 지피다>는 삶에 대한 성찰이 가득한 내용들이며, 자연의 거대한 힘과 법칙 안에서 죽음과 대면하는 군상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편 <생에의 애착>에서 나온 질문 “죽음에는 아픔이 없다. 죽음은 잠과 같은 것. 멈춤이고 휴식이다. 그런데 왜 순순히 죽으려 하지 않는가?” 은 우리가 왜 악착같이 고통을 인내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궁극적으로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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