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냥 처음부터 강남이 좋았다. 강남의 거리는 새로운 느낌이었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듯했다. 새로운 느낌이라는 말이 상당히 추상적이긴 한데, 홍대와 비교하자면, 홍대는 기존의 있던 도시가 번영한 느낌이고, 그래서 어떤 뿌리가 있는 듯한 느낌이라면, 강남은 어떤 것도 없던 상태에서 생긴, 그러니까 전래가 없고 전통이 없는 그 자체가 시초인 듯한 도시와 같다. 예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좀더 쉽게 설명하자면, 위쪽은 구식 같은 느낌이고 아래쪽은 신식 같다는 말이다.
고등학교 2학년일 때일 것이다. 아마도 CD를 사러 강남역에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나라레코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창 락음악을 듣던 나는 CD를 사려면 광화문 교보문고 핫트랙이나 종로3가 부근에 있던 조그만 CD샵에 가야만 했다. 신촌에도 유명한 레코드샵이 있긴 했지만 거긴 집에서 멀기 때문에 거의 가질 않았고, 아무튼 주로 중학교 때부터 광화문 핫트랙을 이용했지만, 학생이 가기엔 조금 먼 거리였고, 그러던 차에 강남역에 레코드샵이 생긴 것으로 기억한다. 신나라레코드 참 잘 나갔는데 어느새 망하고 없어져버렸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본 강남의 거리는 내게 어떤 감명을 주었던 것 같다. 이걸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 당시 내가 속해 있던 세계와 전혀 다른 느낌이었던 같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모두 멋지고 활기차고 도도한 느낌이었고, 거리 양쪽으로 길쭉하게 늘어선 건물들은 차갑기보다는 시원한 느낌이었고, 그래서 답답함보다는 상쾌함 마음이 먼저 들었고, 항상 재미난 일들이 벌어질 것 같아 흥분되는 느낌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예전의 그런 느낌을 거의 느낄 수 없지만, 한가지 여전한 건 이곳은 새롭다는 것이다. 강북의 도시들은 보존과 보전을 해야할 만한 것들이 많지만, 강남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현재의 것을 모두 부수고 새로운 강남을 짓는다고 해도 지금과 똑같은 강남이다. 강남이라는 도시는 완전한 파괴와 완벽한 재탄생도 가능하지만, '옛것'에 둘러싸인 강북은 강남과 상황이 달라서 파괴와 재탄생은 불가능하며, 보존과 보전이라는 미명 아래 조잡한 변형만이 유일한 변화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튼 난 새롭게 재탄생한다 해도 강남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곳이 좋고, 언제든 새로워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강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