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끼에게 명함이란

by ORANGe TANGo

나이트 클럽에서 일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것은 책방 홍보 때문이었는데, 어떻게 해야 많은 사람들에게 이 서울 구석 어딘가에 '오렌지 탱고'라는 멋진 책방이 있다는 걸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내가 스물 살에서 스물한 살로 넘어가던 때였다. 지금과 다르게 날씨가 굉장히 추웠고, 거리의 사람들은 얼굴을 목도리나 두터운 점퍼 속에 파묻고 다녔다. 손은 항상 주머니 깊숙한 곳에 찔러 넣었는데,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없었으니 주머니에 넣은 손을 다시 밖으로 빼는 일이 많지 않았다. 나는 흔히 말하는 나이트 클럽에서 삐끼 일을 했는데, 알다시피 삐끼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객 행위를 하는 이들을 일컫었다. 저녁 일곱 시부터 새벽 두 시까지 살을 에이는 듯한 바람을 맞으며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또 말을 걸었다. 지금 생각하면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잡기 위해 말 같지도 않은 멘트들을 날리기 위해 온갖 애를 다 썼던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고생해도 손님 모시기는 생각보다 잘 안 됐었는데, 사람들은 관심 없는 것에 쉬이 지갑을 열지 않았다.


삐끼들은 한손엔 항상 자신들의 명함을 쥐고 있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보다 먼저 나가는 것이 바로 이 명함이다. 우리는 이것을 '선명함 후이빨(?)'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일단 명함을 사람들의 손에 쥐여줘야 하는 것인데, 그 이유는 혹여 나중에라도 나이트 클럽을 찾을 사람들이 내가 준 명함으로 나를 지목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당시 어렸던 난 이 명함의 가치를 아주 하잘 것 없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깟 명함 한 장으로 손님들이 얼마나 오랴, 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대체로 사람들은 삐끼들이 주는 명함을 잘 받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받는다 해도 바로 꾸겨서 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리곤 했다. 그때 내게 명함이란 돈을 벌게 해줄 어떤 홍보물이 아니라 그냥 너무나 많아서(한번에 천 장씩 주문한다) 처치 곤란한 종이에 불과했다.


당연히 지금 나에게 명함의 가치는 그때와 다르다. 오히려 기회만 된다면 삐끼 때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에 다 내 명함을 쥐어주고 싶다. 책방 홍보는 생각처럼 쉽지 않고 반응도 아직까지 없는데, 홍보 하는 방법도 잘 모르니 그냥 무식하게 삐끼처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나이트에서 5년, 7년, 10년을 일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명함을 뿌렸을까? 내 기억으론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은 2주에 한번 명함을 주문했다. 한번 주문할 때 천 장씩이니, 그렇다면 몇 년 동안 사람들에게 뿌린 명함이 도대체 몇 장이나 될까 생각해보면 그 숫자가 그리 쉽게 계산 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명함을 뿌린 사람들 중에는 단 하룻밤에 천 만원씩 벌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홍보를 단기간에 어떻게 해보겠다고 하는 건 정말 어리숙한 생각일 테다. 하루 아침에 원하는 걸 이룰 순 없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최대한 불특정 다수에게 '오렌지 탱고'라는 책방의 존재를 매일 꾸준하게 알려야 한다. 삐끼들의 명함처럼 말이다. 분명 언젠가 내가 뿌린 명함을 들고 손님들이 '오렌지 탱고'를 방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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