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RANGe TANGo Apr 18. 2019
이번 독서모임을 한 후, 어느 한 생각이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것은 잭 런던의 <불을 지피다>에 수록된 단편 <전쟁>에 대한 것이다. <전쟁>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전쟁 중이고, 우연히 마주친 적군을 살려주지만 결국 자신이 살려준 적군의 총에 맞아 주인공이 죽게 된다는 무척 짧은 분량의 소설이다.
모임원 중 한명은 이 주인공의 태도에서 얻을 수 있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는 듯했다. 솔직히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전쟁>이라는 작품에 눈길이 가지 않았고, 게다가 모임원 중 한명의 궁금증과 달리 주인공의 행동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모임이 파한 후 뒤늦게 내가 왜 이 작품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것은 대략 이렇다.
소설이나 시를 쓸 때 유의해야 할 점 하나가 바로 독자를 납득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특히 소설보다 헛소리 같은 시가 더욱 그렇다. 독자를 설득하고 납득시키지 못하면 정말 헛소리가 되어버리니까. 헛소리 같은 글들이 헛소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논리적으로 타당한 표현들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작품에선 그 설득하는 과정이 부재하고 있었는데, 일단 주인공이 적군을 죽이지 않았을 때, 주인공의 과거 사연이나 그의 우유부단한 성격이 좀더 드러났다면 인물의 행동을 이해하기 수월했을 것이다. 반대로 적군의 총에 주인공이 맞았을 때에도 예컨대 '남자는 룰을 위반한 듯'이란 표현 한줄만 들어가 있었더라도 독자는 작품을 다 읽고도 아리송한 느낌에 허우적대지 않았을 것이다.
시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유명한 시구 중에 "4월은 잔인한 계절"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 표현 다음에는 왜 4월이 잔인한지 알려주어야 하는데, 만약 그것이 없다면 아무리 멋진 표현이라도 넋두리에 불과하다.
1)잔인한 봄날이다
2)노랗게 불어오는 바람에는
악몽을 씹는듯한 냄새가 났다
3)짧아진 옷차림만큼
길어진 하루가
피어나는 꽃잎처럼 날카롭다
위의 시를 예로 들자면, 1)은 진술, 2),3)은 진술에 대한 이유이다. 봄날이 잔인하다고 느끼는 화자는 왜 그렇게 느끼는가에 대해 이유를 시적인 표현으로 말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설득하는 과정이 설명하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된다. 단, 2)는 1)에 비해 설득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수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독자는 작가가 이 설득하는 과정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를 유심히 보아야 한다. 흔히 작품의 주제나 메세지라고 불리는 것은 이 설득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결과물이기에 작품의 문학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도 독서의 재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