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방향

by ORANGe TANGo

확실히 봄의 이동 방향은 남쪽에서 북쪽이라는 것을 엊그제 진해를 가서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서울은 이제 막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는데, 진해를 가보니 벚꽃잎이 이미 만개는 했고, 이제 슬슬 떨어지고 있었다. 거리로 약 400km밖에 떨어지지 않는데 봄의 시기가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에 조금 놀라웠다.



진해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해 군항제라는 벚꽃 축제가 있다는 걸 안 지 오래 되었지만, 그래서 언제 꼭 한번 벚꽃이 필 때 진해에 가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축제에 같이 갈 사람도, 시간도 없었고, 특히 축제 시즌에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얘길 들어서 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올해는 마침 기회가 닿아서 진해에 가게 되었고, 과연 얼마나 멋지길래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인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확실히 벚꽃을 보러 진해에 가볼만하다.



진해는 고속도로 출구부터 벚나무들이 보인다. 그리고 어딜가도 쉽게 벚나무들이 있었다. 벚꽃을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폐역인 경화역이다. 이곳에 가면 기찻길을 따라 벚나무들이 죽 늘어서 있다. 기찻길과 흐드러지는 벚꽃잎들은 어떤 낭만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낭만에선 '청춘'과 '추억'이 같이 공존해 있는 듯 보였다.



차가 있다면 안민고개를 가는 것도 좋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드라이브하면서 도로 양옆으로 벚나무들이 화사한 봄의 입구에 들어선 것을 환영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정상에 오르면 진해가 한눈에 보이는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야간에는 로망스 다리라고 불리는 여좌천에 가는 것도 연인들에겐 좋다. 화려한 불빛에 반사되어 떨어지는 벚꽃잎을 볼 수 있으니 연인과 함께 진해에 왔다면 적극 추천하는 플레이스다. 이렇게 쓰고나니 진해를 홍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확실히 진해는 다른 곳에 비해 벚나무들이 크고 옹기종기 모여 있어 구경하는 맛이 있다.



진해를 구경하고 봄이 이동하는 속도보다 몇 배 빠르게 서울로 왔다. 며칠 후면 서울도 벚꽃 축제가 여기저기서 열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근처 석촌호수에 마실이나 나가야지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참 아쉬운 것이 있다. 벚꽃은 일본을 상징하는 것인데, 일본을 상징한다고 해서 벚꽃축제나 벚꽃을 보러 가지 말자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일본을 대표하는 벚꽃은 흔하게, 특히 요즘은 무척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의 국화 무궁화는 왜 그렇게 찾아보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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