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는 울릉도를 가려고 배편을 알아보았는데, 울릉도 배편 예약은 3일 전부터 가능하기에 제주도로 계획을 바꾸게 되었다. 제주도 역시 울릉도와 마찬가지로 몇 년 전부터 가보려고 했던 곳 중 하나였는데, 하도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다녀오기에 나도 한번 가보려는 마음이 컸다. 사실 나는 제주도에 처음 가는 건 아니고, 16년 전 무전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부산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갔는데, 제주도에 도착하여 유명한 곳 위주로 돌아 다녔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내 기억속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에메랄드빛 바다였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예쁜 바다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마치 외국에 온 듯한 기분에 사로 잡히기도 했다. 이번에 본 제주도 바다는 비록 에메랄드빛이 아니어서 무척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동해,서해,남해와 다른 묘한 느낌을 주는 푸른빛의 바다였다.
모든 것이 새롭던 16년 전과 다르게, 이제는 무엇을 보아도 큰 감흥을 느끼지 않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제주도에 도착해서도 흥분되거나 설레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도대체 제주도의 어떤 매력 때문에 사람들이 제주도를 많이 찾게 되는 것인지 그것이 내 가장 큰 관심사였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열심히 돌아다니며 제주도의 매력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며 제주도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확실히 제주도는 우리나라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공간이기는 했다. 섬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제주도는 쉽게 바다를 볼 수 도 있고, 차를 타면서 보이는 풍경은 큰나무들 혹은 넓게 펼쳐진 초원들이었다. 자연이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 좋았고, 차를 타면서도 내가 자연 안에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제주도의 아이덴티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생각했다. 그것은 오름과 돌담이었는데, 사실 오름이라는 말이 정확히 뭔지 잘 몰랐는데, 제주도에 와서 실제 오름을 보고 그것이 동산 같은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곳곳에 존재하는 이런 오름이 주는 색깔과 어우러진 풍경들이 내게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어딜가나 볼 수 있는 돌담, 제주도에 돌이 많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집 담장으로 돌을 쌓아올린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인데, 과연 제주도 말고 이렇게 검은 돌로 담장을 쌓아서 사는 사람들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이런 풍습은 제주도 밖에 없을 것 같은데, 만약 내가 외국인이라면 이런 모습들이 참 낯설고 신기했을 것 같았다.
제주도에서 내가 먹은 음식은 돈가스 밖에 없는데, 돈가스 외에도 제주갈치,전복,해산물 등등 유명한 특산물들이 있음에도 혼자 간 여행이고, 또한 돈가스를 내가 좋아하기도 해서 매일 돈가스만 먹으러 다녔다. 확실히 돼지고기의 퀄리티는 서울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두툼하고 생고기여서 씹히는 식감부터가 이미 달랐다.
16년 전에는 제주도에 야자수 나무가 많았는데, 그래서 여기가 제주도인지 하와이인지 헷갈릴 정도였는데, 이번 여행에선 야자수 나무를 보지 못했다. 야자수 나무를 뽑아낸 것은 잘 한 것 같다. 굳이 제주도를 하와이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제주도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발전시켜 한국이지만 아주 낯선 한국으로 변모시키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