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임레 케르테스

by ORANGe TANGo

리뷰




운명



<운명>이라는 작품은 소설적 성격보다는 경험을 살린 에세이적인 성격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소설에서 감정을 고조시켜주는 절정이라는 부분이 생략에 가까워 보이고, 하지만 글의 흐름을 큰 무리 없이 유연하게 결말까지 끌고 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문체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미사여구나 수식이 없다는 것이 특징인데, 대체로 단문으로 쓰인 이 작품은 그렇기 때문에 건조하지만 진지한 느낌을 주고 있다. 다른우리에서 출판된 이 소설은 번역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어 읽기에 전혀 거북함이나 불편함이 없다. 작가의 체험을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는 점도 의외였는데, 이를 테면, 아우슈비츠의 경험으로 쓰인 다른 작품들에서는 공포, 불안으로 점철된 문장들이 많다는 것과 차별점을 보인다.


사람들이 강제수용소에 대해 묻는다면 그곳에서 느낀 행복감에 대해서 말하겠노라고 끝을 맺고 있는 작가는 어쩌면 앞으로의 미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강제수용소의 끔찍하고 참혹한 생활의 대한 기억으로는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운명’이라는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묻고 있다. 다만, 그 해답으로 소설은 필연이라고 이미 정해놓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질문에 대한 고찰은 필요한 듯 보인다. 내가 나라는 한 존재로서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순전히 우연일지 아니면 필연일지는 잘 알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분명한 건 세계에서 일어나는, 혹은 역사적인 중대한 사건들로부터 발생하는 영향력에서 나라는 존재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내 자유의지는 온전히 자유스러운 것이 아니면, 한 개인의 운명은 그렇게 인과과정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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