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폴란드
1. 파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의 2013년 폴란드 영화.
2. 영화 시작부터 정적인 영상이 눈길을 끔.
3. 카메라의 무빙이 거의 없고, 마치 잘 찍은 사진에서 피사체들만 움직이는 거 같은 독특한 모습을 보여줌.
4. 사진 같은 영상미 때문에 인물들의 구도가 더 눈에 들어오고, 더불어 프레임 속 굉장한 여백이 눈에 뜀. 영상은 흑백처리가 되었고, 미니멀적인 연출이 인상적임.
5. 영화 속 공간이 마치 죽어 있는 거 같은 느낌을 받음. 엔딩에서 처음으로 카메라 무빙을 보여주는데, 가슴 속에서 여러 감정이 요동치는 주인공 이다를 느낄 수 있었고, 이다의 걸음걸이에서 생동감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음.
6. 이 영화는 폴란드의 근대 역사를 알아야 좀더 이해하기 쉬움.
7. 1941년 당시 예드바브네 학살 사건으로 살해당한 이다의 부모 시신을 찾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이고, 더불어 이모 완다의 아들도 같이 찾게 됨.
8. 이 영화에서 주인공 이다보다 완다의 캐릭터가 좀더 흥미로운데, 완다는 폴란드인에게 아들을 살해당하는 피해자이자, 1950년대 폴란드가 사회주의 체제로 돌입하면서 이념이 다른 이들에게 철퇴를 내리는 판사였음. 어쩌면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이중적인 면모를 지닌 캐릭터로 나옴.
9. 격변의 시대에서 자식을 잃은 아픔과 죄없는 이들에게 엄중한 형벌을 내렸다는 죄책감을 동시에 지닌 완다라는 여성은 술, 담배, 여러 남자들과 어울리는 세속적인 인물임. 금욕적 성격인 수녀 이다와 정반대의 캐릭터.
10. 수녀인 이다는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에 정체성의 혼란을 격게 되는데, 이모 완다가 폴란드의 역사적 사건을 적날하게 경험한 인물이라면 이다는 이런 사건들과 무관한 삶을 살아온 소녀일뿐, 폴란드인이면서 유대인이기도 한 이다야말로 온전한 역사의 피해자.
11. 완다가 자살한 후, 이다는 이모처럼 꾸미고 술과 담배, 그리고 남자와의 하룻밤까지 보내게 되는데, 이 장면이 금욕적인 삶에서 잠깐의 일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모 완다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생활을 했을지 직접 겪어보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봄.
12. 폴란드가 사회주의가 되면서 표현의 자유는 억압되고 종교 역시 감시의 대상이 됨. 그럼에도 영화에서 재즈 연주를 보여주는 등 당시 예술인들의 활로를 보여줌으로서 정막하던 영화적 분위기를 가끔씩 상쇄시켜줌.
13. 아가타 트셰부호프스카 배우가 이다 역을, 아가타 쿠레샤 배우가 완다 역을 연기함.
14. 서사가 간결하여 이 영화는 이야기보다는 영화가 뿜어내는 분위기, 그리고 예술적인 연출을 우선적으로 봐야하는 영화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