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실에서 조우한 아들
1.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2015년작 영화.
2. 사울 역에 게자 뢰리히 배우. 연기 좋았음.
3.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존 더 코만도'의 반란 사건을 모티브로 찍은 영화. '존 더 코만도'는 수용소에서 비밀시신처리반으로 나치의 지시에 따라 가스실 청소, 시신 처리, 재 정리 등을 맡음.
4. '존 더 코만도'의 일원이었던 사울은 어느 날 아들의 가스실에서 죽지 않고 살아있는 한 소년을 발견함. 그리고 이내 그 소년이 자신의 아들이라며 땅에 묻어주려 하는 과정을 보여줌.
5. 아들이 천국으로 가기 위해선 랍비의 기도문이 필요했으며, 목숨을 걸고 다른 작업반을 랍비를 찾아 다님.
6. 1.33:1 화면비와 얕은 심도를 사용해 인물의 얼굴과 시야에만 집중하게 만들고, 주변의 잔혹한 현실은 흐릿하게 처리. 롱테이크 촬영과 인물 중심의 카메라 워크로 폐쇄적이고 숨 막히는 몰입감을 부여. 전쟁 영화지만 직접적인 고문·학살 장면은 거의 초점에서 흐릿하게 처리, 관객이 상상으로 충격을 느끼게 함.
7. 영화는 시종일관 1인칭 시점으로 사울의 얼굴을 근접해서 보여주지만, 그의 행보에 맞춰 아우슈비츠 수용소 내 모습도 은근히 같이 드러내어 끔찍하고 참혹한 수용소 생활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음.
8. 사울이 묻어주고 싶어하는 아들이 진짜 자식이 아니라는 점. 정확히 말하면 아들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아닌 것으로 추측하는게 맞다고 보며, 그렇다면 왜 사울은 그토록 이 소년을 묻어주려고 했던 것인지 생각해봐야 함.
9. 처음 가스실에서 죽지 않고 살아있는 소년이 뭔가 특별한 존재라고 여겼을 수도 있고, 인간성의 회복을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니면 사울의 정신 이상일 수도 있겠으나 그 어느 것도 영화 속에 힌트가 부재하기에 정확한 해석이 될 수 없음.
10. 영화에서 걸리는게 두가지 있음. 하나는 가스실에서 죽지 않고 살아있는 소년, 그리고 그 소년과 비슷한 머리색을 한 또 다른 소년을 보고 사울이 미소 짓는 장면. 가스실에서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깝음. 수용소에서 살아날 확률 역시 제로에 가까웠기 때문에 가스실에서 죽지 않고 숨을 쉬는 소년에게서 사울은 어떤 희망이 발견했고, 그 희망을 그냥 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정중히 묻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그리고 죽은 소년의 같은 머리색을 한 또다른 소년이 등장함으로써, 마치 죽은 소년이 부활한듯한, 희망의 끈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사울이 느꼈기 때문에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11. 그렇다면 왜 아들이라 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진짜 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유대인의 미래라고 생각했을 수도. 현재는 암울하지만 내 아들, 그러니까 민족의 미래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그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12. 홀로코스트라는 이제는 진부한 소재를 계속해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영화로 나오고 있는데, 최신작들을 보며 비인간적인 학살보다는 은근한 비윤리성을 꼬집는 영화가 나오는 듯함.
13. 1944년 '존 더 코만도' 일원들은 반란을 일으켰으며, 아우슈비츠의 만행이 밖으로 새어날 것을 우려해 약 450명 전원 사살함.
14. 2015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2016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수상, 2016 골든 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수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