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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는얼굴 Nov 29. 2020

빗방울의 여행

재잘재잘 떠드는 친구들

그 사이에서 나 홀로 떨어져

생각한다


이 공간은 너무 높다

저 밑이 아득히도 멀다

너무나 아득해서 떨어지면

지금은 멀어 보이는 저 바닥이

달려들 것만 같아서 싫다

그래서 이 공간이 싫다


저 바다는 너무 파랗다

그 끝이 보일 리가 없다

너무나 새파래서 떨어지면

얼핏 얼핏 보이는 검푸른 심해에

삼켜질 것만 같아서 싫다

그래서 저 바다도 싫다


저 도로는 너무 딱딱하다

나를 배려해 줄리 없다

너무나 딱딱해서 떨어지면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위에서

나누어질 것만 같아서 싫다

그래서 저 도로도 싫다


생각하는 도중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어진다

무언가 생각할 틈도 없이

어딘가에 떨어졌다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가

창문 너머를 쳐다본다

여러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그중에서도 대화하는 두 명

고개를 젓기도 끄덕이기도 하는

모습에 나를 돌아본다


이렇게 싫은 게 많은

나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이 빗방울의 사회에서

나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창문에 붙은 내가

저 밑에 보이는 화단에 닿기 위해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려 용기를 낸다


그렇게 나도

하나의 빗방울이 된다.




오랜만에 시를 끄적여 보았습니다. 자꾸 읽어보니 아쉬움이 남지만 언제까지 제 가슴에 품고 있을 수는 없어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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