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웃는얼굴 Oct 04. 2017

편지

새하얀 종이를 한 장 꺼낸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종이 위에

미래의 나에게 무언가를 적는다


보내기는 어렵지 않은 이 편지가

꽉 채워서 보내기는 너무나도 어렵다


채우기에만 급급하다 보면

내가 무슨 말을 적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냥 흘려보낸 것처럼


조금이라도 더 기억에 남을 수 있게

한 자 한 자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적어야 한다


어떤 색일지는 그때그때 다를 것이다

그때의 일마다

빨강, 노랑, 파랑, 검정

여러 색으로 써진 편지가 될 테니까.


한 번 보내고 나면

이메일처럼 발송을 취소할 수 없다

보내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

이미 흘러가버린 물을 잡을 수 없는 것처럼

보내고 나면

시간이 지난 후에야 돌아온다


너무나도 어려운 편지이기에

더욱더 정성스럽게

더욱더 세밀하게

한 자 한 자 채워나간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돌아보면 실수가 눈에 띈다

하지만 실수는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수정할 수 없지만

반복하지 않는다면

그것대로 괜찮다


보내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굉장히 어려운 편지

내가 이 편지를 받을 때쯤이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일 것이다

모두 겪은 일일 테니깐


읽으면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는

지금은 모른다

웃을 수도 울 수도 화낼 수도 원망할 수도

모든 표정을 다 담고 있을 수도 있다


편지를 읽을 때서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생각나서 적게 되었습니다. 편지를 무언가에 비유하다 보니 술술 써졌습니다만, 그렇다 보니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계속 써나 갈 생각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후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