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녀석을 불러내며
문득 녀석을 처음 만난 날을 떠올렸다
들여다 보이지 않는 색에
쌉싸름한 향을 맡으며
만나기 전부터
이미 알아차렸는지도 모른다
고 녀석
참 쓰겠구나 하고
그 뒤로 녀석을 피했다
대신 카라멜 향으로 염색하거나
하얀 모자를 멋들어지게 걸친
달짝지근한 친구들을 만났다
잠시라도
나를 담고 있는
세상을 닮은
녀석을 피해
그러던 어느 날
나를 담은 세상이
더 까맣게 느껴졌을 때
여유롭지 않던
지갑 사정에
다시 그 녀석을 불러냈다
그 녀석은 여전했고
나는 묘한 동질감에
위로받았다
그렇게 그 녀석을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