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언제나 주변에 있었다.
오래간만에 글을 쓰면서 화면에 깜빡거리는 커서를, 마음이 편할 때까지 가스밸브를 확인하던 것처럼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아니 쓸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을 스마트폰 메모나 브런치 서랍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기록했지만 나의 글쓰기에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꼭 마무리까지 쓰겠다고 다짐하며 벌려놓은 여행기에도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써야겠다.’, ‘쓸 것이다.’ 말로는 되뇌었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금요 글방의 공고를 보았고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음 기회가 언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금 글을 쓸 결심을 했다. 그리고 첫 글은 나의 글쓰기를 되돌아보고 싶었다.
- 어린 시절 처음 글을 끄적거리다.
어렸을 때 나는 일기를 꾸준하게 썼다. 지금 생각해보면 숙제라는 이름 아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고 그래서 썼다. 항상 일기의 시작은 ‘학교 끝나고’나 ‘오늘은 집에 와서’이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일기를 꾸준하게 쓰는 친구들이 없어서 꾸준하게 쓰기만 해도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게 좋았던지 획일적인 내용이더라도 일기만큼은 꾸준하게 썼다.(지금은 그마저 못하고 있지만)
내가 시를 처음 썼던 것은 중학교 시절이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꾸준하게 일기를 쓰다가 하루를 슬기롭게(?) 넘기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하루를 정리하며 사실 그대로를 쓰는 것이 일기인데, 그것마저 쓰기 싫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만만하게 보였던 것이 시였다. 나름대로 운율을 갖춘다고 했는데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그 이후 어떤 친구를 만나고부터는 시를 조금 더 진지하게 대했다. 내가 느끼기에 그 친구는 나보다 시를 잘 썼고, 글도 더 잘 썼다. 그러다 보니 나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 포부를 크게 잡았다. 이왕 쓸 거라면 뭐든 담아낼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담아내고 싶었다. 그저 관심을 받거나 찬사를 받고픈 어린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너무 큰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내 뜻 하나 제대로 담지 못하면서 저 커다랗고 새파란 하늘을 담아내려 했다는 사실이 말이다.
-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 지다.
나중에는 여러 사람에게 내 글을 조금이나 보여주고픈 마음이 들었다. 가장 먼저 시도했던 것이 블로그 활동이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무언가 끈질기게 하지 못하고 몇 개월 단위로 복귀와 잠수를 반복하는 안 좋은 습관이 생긴 것은.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학교에 있었던 시 동아리였다. ‘시’ 동아리라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가입했다. 그리고 몇 번 대회를 나가기도 하고 동아리 시화전에 시화를 그려 참가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제일 일탈과 가까웠던 순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때의 경험은 흐릿하게나마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 있다.
대학교를 가서는 1학년 때 글쓰기 수업을 들었을 때 과제로 글을 썼다. 군대에 가서도 가끔 시를 썼다. 전역해서는 학문 방법론을 통해 논문 관련 글쓰기를 배우고(정작 사용한 적은 없지만), 문예 창작론 과목을 통해서 나만의 소설을 써보기도 했다.
대학교를 다니던 중 시작한 것이 ‘브런치’였다. 16년 4월에 신청을 시작해서 9월에 작가가 되기까지 4번의 시도가 있었으니 중간에도 나의 그 습관이 나왔음은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부분 역시 글을 쓰면서 확인한 부분인데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42편만 썼다는 사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내 모습 그 자체를 뜻하는 것만 같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나 자신이 글과 거리를 둔 기간이 꽤나 있는 줄 알았는데 정작 글과 완전히 거리를 두지 않았던 모양이다. 계속 어떤 식으로든 내 생각을 옮겨 쓰고 알리고 싶었던 걸까.
- 앞으로.
이번에 글을 쓰면서 내가 아직 여전히 해야 할 일을 앞두고 그 일의 결과를 두려워하고 머뭇거리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앞으로는 안 써서 후회하기보다는 쓰고 나서 아쉬워하자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일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이야기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두려워하기보다 지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더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말이다.
나는 이제 말로만이 아니라 발로 한걸음을 내딛을 생각이다. 이제는 진심으로 진정한 나 자신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누구보다도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글을 쓰면서 앞으로 나를 이끌어줄 나만의 이상향을 하나 세우고 싶다. 다른 것은 다 포기해도 이것 하나만큼은 내려놓지 않겠다는 하나의 일념,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