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웃는얼굴 Oct 11. 2020

나는 매일 나와 싸우고 있다(1)

게으름.

- 나는 매일 나와 싸우고 있다.


‘하...’

오늘 하루도 의도치 않게 한숨과 함께 나 자신을 내뱉는다. 언제나 내 마음처럼 쉽사리 일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 자신조차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할 일은 많은데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유해진 씨가 촬영했던 삼성카드 광고의 문구만큼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무엇이든 시작해야 하건만 무엇이든 하는 것이 싫다. 모순적인 상황이다. 해야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상태.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눈을 감고 누워 있자면 어느 순간 잠은 들어버릴 수 있겠지만, 해야 할 것을 앞두고 눈을 감음에 속이 편할 리가 없다. 그리고 눈을 감았음에도 눈 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해야 할 일을 하는 나의 모습들. 힘을 주어 눈을 다시 뜨고 일단 자리에 앉아는 본다.

  

- 이런 상황은 나를 부정의 늪으로...


‘하...’

다시 한번 한숨이 나온다. 내뱉지 않으려 입을 꽉 틀어막아도 보지만 자연스레 코로 나오고 만다. 무엇이든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이 세상에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는 것과 그것을 통한 깨달음을 직접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즐겁게 아니 덜 힘들게 일들을 꾸준하고 부지런하게 할 수 있을까. 너무 편하게만 사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보면 과연 그런 날이 내게 올지, 내가 그렇게 할 수는 있을지. 나 자신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이 저 밑에서 떠오른다. 나에게 보란 듯이 비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저 녀석들은 올라오면서 나를 밀어 넣는다. 저 깊은 수렁 속으로.


‘오늘도 결국 그들에게 나는 지고 말 테지. 나는 그들을 이길 수 없는 걸까,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부족한 탓이다. 그래 내가 부족한 탓이다.’ 인정하고 말아 버리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질지도 모르겠지만, 마음 한쪽은 여전히 불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은 무엇이든 시작하고 본다. 그것이 아까 생각했던 할 일 일수도 있고 다른 일 일수도 있다. 다른 일이라면 해야 할 일보다 재미가 있는 것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보다 낫기 때문에, 그나마 뭐라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을 외면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 이제는 알고 있다.


요즘 들어서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나 자신을 아래로 내리 끌어봤자 어떠한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마저도 현실을 외면하기 위한 한 수단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알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바꾸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당장, 지금 뿐이라도 종이 위에 토해내며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리. 조금 늦었더라도 정면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리.’하고 다짐해본다. 비록 그 효과가 짧을지라도.


- 건설적으로 살고 싶다.


하루에 한 걸음씩이라도 걸어보고 싶다. 오늘 한 걸음 걸었다면 내일은 두 걸음, 그다음 날은 세 걸음. 하루 목표량을 달성할 때까지 한 걸음씩만이라도 앞으로 걸어 나가고 싶다. 정 그게 힘들면 딱 반걸음만이라도. 그 걸음을 보며 내가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내가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떠올려야겠다.


말로만 끝나는 실수를 반복하기 위해, 내 다짐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서 행동한다.

1. 일일 기록표를 적극 활용하기.(플래너 작성)

2. 하루를 마무리하며 최소 3 문장의 일기 쓰기.

3.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기쁘게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잠들기.


위 3가지를 꾸준하게 실천해봐야겠다. 나의 변화를 위해서! 말뿐이어서는 안 되니까!


물론 막연하게 나를 믿어서는 안 된다. 항상 나를 매서운 눈초리로 살펴보되, 잘했을 때는 칭찬하며 토닥여주고, 그다음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항시 나를 불신했다가는 중요한 순간에도 나를 믿지 못하고 흔들릴 테니까. ‘언젠가는’이 아닌 ‘지금’ 해야 한다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결국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 테니까.


‘하...’하는 이 한숨 소리가 앞으로는 ‘하하하’ 웃음소리가 되거나 열심히 하다가 중간에 기지개를 켜는 소리 ‘으-!’로 바뀌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으으으!’ 기지개를 켜며 부끄럽지만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 글을 쓰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글을 올려도 될까? 괜히 나의 못난 모습만을 보여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등등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글을 작성하다 보니 글 분위기마저 어둡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성하던 글을 한 차례 구석으로 밀어 두었습니다.


조금 시간을 가지고 이 글을 다시 작성하면서 저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글을 쓴 것에 대한 후회, 제 자신을 바꿀 수 없다고 인정하는 체념 등 부정적인 감정에 빠진 글로 완성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나마 바뀌고자 하는 모습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흔해빠진 방식이라도 말입니다.


물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결국 저의 노력에 달려있을 겁니다. 계속해서 제 자신과 타협하는가, 아니면 떨쳐내고 일어서는가. 글로 쓴 만큼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쉽지 않을지라도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키보드에 손을 올리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