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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Nov 27. 2020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ep - 3

모태신앙


언제부터 교회를 다녔다는 기억은 없지만 어린 시절부터 선교원을 다녔고

일요일이면 모두 교회를 가는 것은 우리 집의 일상 중 하나였다.    


미영이의 아버지는 권사. 어머니는 집사

두 오빠들 미영이.  

미영이네도 독실한 크리스천이었고, 교회의 행사나 일이면 열심히셨다.  

  

중학생이었을 무렵 종교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고

교회에 나가는 목적은 친구들, 좋아하는 오빠를 보러 가는 것 그게 다였다.

미영이도 나와 비슷했던 것 같다.


교회 친구들 동생들 오빠들 모두 미영이를 좋아했다.

그중 한 오빠와 연애를 시작한 미영이의 성적은 상위권에서 중위권으로 곤두박질쳤고

지방대학에 합격했지만 일 년 정도 다니다 삼수를 했고 서울에 있는 여대로 합격했다.

그 오빠가 입대를 하면서 헤어지고 난 후

미영이는 왜 그 오빠랑 연애를 했는지 자신도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여대에 들어간 후 미영이는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다.

몇 번의 연애를 했지만 그저 지나가는 정도의 연애였고

미영이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교회 동생이었던 민호

민호는 고등학교 시절 내내 미영이를 짝사랑하다 대학입시를 마치고 고백을 했다.

미남에 훤칠하고 키가 크고 덩치도 좋은 아이로 교회에서도 인기 남이라고 했다.

둘은 연애를 시작했지만 민호는 대학입시에 떨어져 재수를 시작했다.

재수생이고 세 살이나 어린 동생이란 게 걸리긴 했지만 두 명의 연애를 지켜봤다.   

 

대학교 2학년 무렵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이혼으로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살던 동네를 떠나 엄마와 둘이서 지내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시간이 없어 미영이를 만나지 못하고 밤마다 통화를 하며 지내곤 했었다.    

어느 날 밤늦게 미영이의 전화를 받았다.    


“  나 아무래도 임신한 것 같아.  어떻게 하지?  ”

“  부모님한테 말을 하지 그래?  ”

“  안 돼,  재수생에다 연하인데.  분명히 부모님이 헤어지라고 우리 연애를 반대할 거야.

   나 죽어도 민호랑 못 헤어져.

   이번 주에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아.  엄마가 눈치 첼 텐데.  어떻게 하지?  “

“  수술 후에 너 몸조리 잘해야 할 텐데.  

   수술 끝나고 우리 집에 와서 쉬어.  엄마한테 말해놓을 게.  “    


어쩌다 그랬냐는 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까

미영이가 잘 회복하고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랬다.    


소고기를 사서 미역국을 끓이고, 점심으로 먹을 백숙을 끓여놓고 학교로 향했다.

수업을 듣는 중에도 미영이 걱정에 얼른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서 집에는 갈 수 없었다.

민호가 옆에 있다고 하지만 힘들 때는 엄마 품이 가장 그리운 법이다.   

 

‘  내 집.  내 방에서.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을 먹고 쉬고 싶을 텐데.  ’    


미영이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알려드릴까도 싶었지만

걱정하는 모습도 보기 싫었다.    


‘  그래 이번 한 번뿐 일거야.  부모님 모르게 조용히 넘어가자.  상심이 크실 거야.  ’    


“  민호야.  유산을 하면 여자 몸이 많이 상해.

   이런 일을 겪으면 너도 미영이도 둘 다 마음을 많이 다치게 되는 거야.

   죽어야 하는 그 아이는 무슨 죄니?

   너희 둘 다 어른이고 책임이 있으니까 둘 다 피임을 잘해야 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    


미영이와 민호는 둘 다 울었다.

냉정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미영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며칠을 우리 집에서 쉬고 미영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민호가 대학에 입학을 하자 양가에 연애를 한다는 말을 하고,

서로의 집을 오가며 자유롭게 연애를 해 갔다.


선남선녀

지금 생각해보면 미영이가 가장 빛나던 시절은 그 시절이다.

그때 미영이는 가장 아름답고 생기가 돌았다.   

     

엄마와 생활을 하느라

나는 새벽 시장을 보고, 장사를 하고, 학교를 가고,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행복해하는 미영이를 보면서 노심초사 불안하면서도 둘이 행복하기만을 바랬고

그렇게 연애를 하다 결혼까지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미영이는 한 차례 유산을 더 했다.

수술을 하고 난 뒤에 나에게 알렸을 때 나는 너무도 허탈했다.        

학창 시절

흔히 말하는 가장 잘 나가는 아이가 미영이었고

모두들 미영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고 좋아했었다.

대학생활도 취업도 결혼도 미영이는 모든 것을 잘할 거라고 나는 확신했었다.

그런 미영이가 내 친구인 것이 나는 자랑스러웠다.    

같은 초중고를 나온 아이들도 잘 생활하고 있었는데 왜 미영이가 연애에만 갇혀서 사는지

민호에게 전부를 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비난을 할 수도, 미영이를 버릴 수도 없었다.

그저 답답한 마음뿐      


‘  몸조리 잘해라.  ’  라는 말만 했다.   

  

일 년쯤 더 지났을까?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미영이는 세 번째 임신을 했다.

나에게 알렸을 때는 20주가 넘었던 것 같다.    


미영이는 이번이 세 번째 임신이며 둘 다 결혼을 하고 싶다고 엄마에게 털어놨고

막내딸이자 외동딸의 고백에 많이 놀라셨지만

미영이 어머니는 미영이의 임신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하고

민호에게 부모님과도 상의해야겠다고 미영이의 임신 사실을 말하라 하셨다.    

미영이 부모님은 막내딸을 많이 사랑하셨다.

부유했던 미영이네는 민호네만 허락을 하면 경제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다만 오빠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날이 잡히고 모든 것이 정리되면 말하자고

상견례가 끝날 때까지 배부른 미영이가 우리 집에 머물도록 부탁을 하셨다.    


한 달 정도 우리 집에 머물러야 했으므로

캐리어를 가지고 온 미영이와 미영이 어머니는

우리 엄마에게 미영이를 부탁한다는 말과

누가 먼저 눈물이 터졌는지 모르게

거실이자 부엌에 앉아 넷이서 한 참을 울다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집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뒤돌아 혼자 가시던 미영이 어머니의 힘없고 쓸쓸한 뒷모습을 잊지 못한다.

항상 자신만만하고 당당하셨던 분이었는데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것이 부모인 것 같다.    


미영이는 우리 엄마에게 또 다른 딸이었고

미영이 어머니는 무척이나 자존심이 강한 분이셨는데

우리 엄마 앞에서 통곡을 하고 우시는 것은 처음 보았다.

미영이 어머니를 위로하며 우리 엄마도 함께 울었다.    



얼마 후 민호는

부모님 모두 결혼을 허락하셨다고

결혼할 날짜, 신혼집 문제 등 구체적으로 의논해야 하니  

상견례 날짜를 잡아 의논하기를 원하신다고 미영이 부모님께 전달했다.    


민호가 부모님의 결혼 허락과 상견례를 하자는 말을 하자

우리 집은 잔치 집 분위기였다.

나이 어린 아들이 사고를 쳐서 결혼을 한다고 하면 반대하실 수 있다고 예상을 했지만

민호의 부모님이 흔쾌히 결혼 승낙을 해주시자

모두들 민호의 부모님에게도 감사했고  

미영이 부모님은


‘  나이 어린 너도 결혼 결심을 하기 힘들었을 텐데 ’   하며 민호에게 고마워하고 대견해하셨다.    



그때 우리 집에는 둘째 언니가 자주 왔었는데 언니도 둘째 조카를 임신하고 있었다.

임신 주수가 비슷한 우리 언니와 미영이는 같은 산부인과를 다녔다.

친 자매가 나란히 임신을 한 것처럼

둘은 태동을 얘기하고, 산후 준비를 하고, 맛 집을 다니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언니와 미영이를 보고 있으면

나보다 둘 사이가 더 친한 것 같아

질투가 나면서도 웃음이 나오고,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언니와 미영이 무사히 출산을 해서 건강한 조카들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상견례 날이 내일로 다가오자

미영이는 짐을 챙겨 민호와 집으로 돌아갔다.    


“  상견례 가서 잘해.

   잘 살아야 하고, 결혼 준비도 잘해.  

   민호야. 미영이 잘 부탁해. 둘이 싸우지 말고 잘 살아야 해.  “    


미영이가 떠나서 외로울 테지만

미영이가 드디어 결혼한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민호와 가정을 꾸미고, 아이를 낳아 잘 살기만을 바랬다.    


“  세희야, 울지 마.

   나 상견례 잘하고 올게.  어머님한테도 인사 전해 드려.

   날 잡히고 다시 올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있어.  

   그동안 고마웠어.  “    


미영이가 집으로 간 후

우리 집은 텅 빈 것 같았다.

미영이가 있어 외로움이 덜 했고, 다시 미영이가 돌아와 같이 살았으면 바랬다.

미영이가 다시 돌아온다면 분명 안 좋은 일이 생긴 거지만

그때 나는 무척이나 외로워서 누군가가 나와 함께 있어주길 바란 것 같다.    


‘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친구가 잘 돼서 돌아갔는데.  너도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서 살아야지.

   정신 차리자.  할 일이 태산이다.  ‘    그런 내가 우습고 바보같이 느껴졌다.    


다음 날 저녁

상견례 장소로 향하면서 미영이는 나에게 전화를 했다.    


“  세희야.

   나 지금 출발해.  다 마치고 나면 전화할게.  “

“  응, 알았어.

   어른들한테 인사 잘하고 얘기 잘해.  끝나고 전화해.  “       

 

세 시간 정도 지났을까 전화벨이 울렸다.  미영이는 소리 지르며 울고 있었다.    


“  세희야,  나 어떡해?

  민호가 우리를 속였어.  

  나 어떻게 해?  우리 엄마 우리 아빠 불쌍해서 어떻게 해?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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