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5. 사랑? 그것은 어리석은 자들의 놀이

by 옥상 소설가

“ 어 연우야

너 집이 여기야? 강우 집 바로 옆이야? 이렇게 가까이 살아? “

“ 오빠, 여기 웬일이에요? ”

“ 어, 강우가 집으로 오라고 해서 말이야.

너는? 오늘 수업 없어? “

“ 지금 축제 기간이잖아요. 오빠도 축제기간 아니에요? ”

“ 어, 맞아. 강우가 공모전 준비를 집에서 같이 하자고 해서 여기 온 거야. ”


“ 강우 오빠 집에 있어요? ”

“ 어, 같이 들어갈래? ”

“ 그럼 저 이따 갈게요. 강우 오빠 분명히 집에 있는 거죠? ”

“ 그래, 아마 오늘 밤 세야 하니까 계속 집에 있을 거야.

강우 보고 싶으면 집으로 와. “

“ 네 ”


풀이 죽어 걸어오던 연우가 강우가 있다는 소리를 듣자

얼른 기운을 차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동빈은 나란히 있는 강우의 집과 연우의 집을 보고 깜짝 놀랐다.

‘ 이렇게 큰 집이 서울에 있다고? 꼭 경주에 있는 왕릉 같네.

연우나 강우 모두 부잣집 아이들이었구나. ‘


동빈은 강우의 집 인터폰을 눌렀다.

“ 누구세요? ”

“ 저 강우 친구, 동빈이라고 하는데요. ”

“ 네, 잠시만요. ”


계단을 오르고 정원을 지나 현관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은 강우의 동생인 듯한 여자아이가 열어주었다.

“ 우리 오빠 지금 씻고 있어요. 들어오세요. ”

“ 네, 고마워요. ”

“ 여기 앉으세요. 좀 시간이 걸릴 거예요. 주스 드실래요? ”

“ 네, 고마워요. ”

“ 우리 오빠 친구라고 했죠? 이름이? ”

“ 서동빈이라고 해요. ”

“ 네, 저는 최신애예요. 오빠랑 같은 학교예요.

저는 산업디자인과 신입생이에요.

저 한 번도 본 적 없죠? “

“ 네, 그러네요. ”


“ 저는 그쪽, 아니 동빈 오빠 자주 봤어요.

우리 오빠한테 전달해 줄 물건 있어서 공대 건물로 자주 갔었거든요.

그때 동빈 오빠 자주 보곤 했었는데

우리 오빠랑 친한 줄을 몰랐네요. “

“ 아 그래요. ”


“ 내가 괜찮은 남자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그렇게 졸라댔는데

왜 우리 오빠가 동빈 오빠를 소개해주지 않았을까요?

동빈 오빠, 오빠는 여자 친구 없죠? “

“ 아, 네 없어요. 하하하 ”

“ 저도 없어요. 남자 친구 ”


“ 이렇게 예쁜 신입생한테 왜 남자 친구가 없을까? ”

“ 그러게요. 남자 친구가 없었어야 할 이유가 생겼어요. 이제 생길 것 같아요. ”

“ 동빈이 왔구나. 가자 내 방으로 2층으로 올라가자. “

“ 그래 ”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 아~ 이 멍청이 또 왔네.

오빠, 오빠가 정리를 해. 연우가 그렇게 싫으면서

언제까지 그렇게 도망만 다닐 거야.

엄마랑 아빠한테 절대 결혼 안 한다고 말을 하던가

아님 엄마 아빠가 시키는 데로 결혼을 해.

그러고 나서 화란 언니를 만나면 되잖아.

맨날 연우가 오빠 어딨냐고 징징거리는 통에 내가 귀찮아 죽겠어. “


“ 너 조용히 안 해.

니 일 아니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내가 말했잖아. 좀만 기다려.

나 졸업할 때까지만 “

“ 어휴, 내가 사이에 껴서 이게 무슨 고생인지. ”

분홍색 원피스에 노란 카디건을 입은 연우가 집으로 들어왔다.

동빈은 ‘ 쿵 ’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를 들었다.

넋을 잃고 연우를 쳐다보는 동빈을 신애가 한 참 동안 쳐다보다 연우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신애는 씩 미소를 짓고는 소파에 앉았다.

강우는 연우를 한 번 쳐다보다가


“ 연우 왔니? 신애랑 놀다 가라. ”


한 마디만 하고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 오빠, 나 오빠 보러 온 건데.

맨날 오빠가 내 전화도 안 받고, 편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어서

왠지 오늘 있을 것 같아서 온 거예요.

그렇게 바빠요? “


“ 어, 나 바빠. 친구도 와서 같이 해야 할 일이 많아. ”


연우의 눈에 핑하니 눈물이 고였다.

“ 강우야, 연우 씨 데리고 나가서 산책이라도 한번 하고 와. ”

“ 뭐? 연우 씨? 너 연우 알아? ”

“ 아니, 네가 방금 연우라고 했잖아.

많이 기다린 거 같은데 잠깐 나갔다 와.

니 방으로 가서 먼저 하고 있을 게. “

“ 그래, 오빠

연우 데리고 나갔다 와. 얘 맨날 오빠 기다렸단 말이야.

데이트를 해도 되고.

동빈이 오빠도 괜찮죠? “

“ 그래, 내가 혼자 해도 충분하니까 갔다 와. ”


강우는 신애를 째려보더니 동빈에게 말했다.


“ 동빈아. 그럼 너 먼저 올라가서 설계도 보면서 모형 만들고 있어.

나 요 앞에 공원만 돌고 올게. “

“ 천천히 와. ”


연우는 동빈에게 고맙다는 눈인사를 하고 강우와 함께 나갔다.

동빈은 2층으로 올라가며

자신이 연우에게 가졌던 마음이 그제야 연민이나 동정이 아닌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강우 때문에 속이 상한 연우를 달래주면서

동빈은 연우가 자기 여동생 같이 어리고 순수하다고 느꼈다.


밤에 연우와 통화를 하다 문득 연우가 보고 싶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연우가 생각나거나

예쁜 옷을 보면 연우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 마음

동빈은 연우를 향한 마음이 그저 동정이나 연민일 거라고 생각했다.


연우에게 강우와 함께 나갈 시간을 만들어주면서도

동빈은 강우가 거절하길 내심 바라고 있었다.


지금 연우와 나가는 사람이 강우가 아닌 자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다.

당장 연우와 같이 시내로 나가

개봉 중인 영화를 보고, 놀이동산에 가고

한적한 고궁을 거닐고, 꽃을 닮은 연우의 사진을 찍고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를 연우와 함께 걷고 싶었다.


연우와 함께 거리를 걷는 자신을 상상하니 미소가 지어졌다.


‘ 연우랑 같이 경주에 가면 좋겠다.

5월의 경주는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이 활짝 펴서 한 창 아름다울 텐데

밤에 안압지를 걸으며 달빛에 비친 동궁을 보며

소원을 빌면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던데. ‘

동빈은 연우와 언덕을 내려가는 강우를 바라보다

연우의 가치를 모르는 강우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강우는 연우 말고 애인이 있어.

강우에게 연우를 좋아한다고 도와달라고 하면 강우는 나를 도와줄 거야.

내가 연우에게 진심을 다해 사랑을 고백하면

연우는 내 마음을 받아줄지 몰라.

그래, 연우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자.

내가 강우보다 연우를 더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어. ‘

동빈은 강우가 돌아오면 자신의 마음을 말하자고

그러면 분명 강우가 동빈을 도와줄 거라 생각했다.

흔들리던 마음을 정리하니 오히려 후련했다.



‘ 똑똑똑 ‘


“ 동빈 오빠, 나 잠깐 들어와도 돼요? ”

“ 어 그래. 앉아. ”

“ 오빠, 연우 이미 알고 있었죠? ”

“ 어 그게 무슨 말이야? ”


“ 나 오빠가 연우랑 같이 잔디밭에서 밥도 먹고

학생 식당이랑 공대 건물 같이 돌아다니는 것 여러 번 봤어요.

그러면서 연우랑 오빠가 무슨 관계인지 생각했어요.

연우가 우리 오빠 말고 다른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고

오빠가 우리 오빠 친구라면

연우와 오빠의 연결고리는 강우 오빠인데

아무래도 오빠가 우리 오빠랑 연우를 연결시키려고 연우를 도와줬던 것 같아요. 그렇죠? “


“ 그래, 맞아. ”

“ 오빠가 알고 있는 데로

우리 오빠는 연우 말고 다른 여자가 있어요.

오빠도 알고 있죠?

우리 오빠는 연우랑 결혼을 할 거예요.

이미 어른들끼리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기도 하고

연우가 우리 오빠를 많이 좋아해요.

강우 오빠가 좋아하는 언니가 있긴 하지만

그 언니도 우리 오빠가 결혼은 연우랑 할 거라는 거 알고 있어요.

우리 오빠도 결혼은 연우 언니랑 할 거예요.

그건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오빠도 헛된 꿈같은 건 하지 않는 게 좋아요. “


“ 헛된 꿈?

너희 오빠는 연애는 다른 여자랑 하고 결혼은 연우랑 하겠다고 하는 거니?

그 여자는 그 결혼을 허락하는 거고? “

“ 그래요. 연우만 모르고 있어요.

설사 안다고 해도 연우는 강우 오빠랑 결혼을 할 거예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오빠를 좋아했어요.

결혼하게 해 달라고 계속 졸라 대구 있고요. “

“ 연우가 강우에게 애인이 있다는 걸 알아도 결혼을 한다고 할 까? ”


“ 오빠는 모르는 게 있어요.

우리 오빠 그렇게 순진한 사람 아니에요.

연우는 CH 건설 외동딸이에요.

우리 아빠는 연우 아버지가 사장인 CH 건설의 전무이고요.

두 분은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였어요.

우리 부모님도 강우 오빠가 CH 건설의 외동딸의 사위가 되길 원하고

강우 오빠도 CH 건설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해요.

오빠의 애인도 우리 오빠가 CH 건설의 사장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고요.

연우만 모르고 있는 거예요. 이 모든 사실을 “


“ 이젠 연우만 모르는 게 아니지.

내가 알잖아. 내가 연우한테 사실을 말하면 연우는 강우를 포기할 거야.

그리고 내가 연우를 사랑하니 연우는 금방 잊을 거야. 강우를 “

“ 오빠, 연우는 그런다고 우리 오빠를 포기할 애가 아니에요.

오빠가 그런 말을 한다고 해도 믿지도 않을 거고요.

나도 오빠가 연우랑 애인 사이가 되는 걸 원치 않아요. “


“ 뭐? 네가 왜? ”


“ 난 결심했어요.

오빠가 우리 집에 들어오는 순간

내가 좋아할 사람은 오빠예요.

난 이제부터 오빠한테 직진할 거예요.

연우랑 오빠가 연인이 되는 걸 내가 온몸으로 막을 거예요. “


동빈은 너무나 놀라서 신애를 쳐다봤다.

신애의 얼굴이 화란의 얼굴과 겹쳐 보였다.

둘의 생김새는 달랐지만 분위기와 말투 모든 것이 유사했다.


연우는 이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분명 연우가 강우와 결혼을 한다면 불행해질 것이 뻔했다.

동빈은 연우에게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강우에게도 연우에게 하는

이 잔인한 짓을 더 이상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야겠다고

그렇지 않다면 친구인 강우와의 관계도 끝내버리리라 다짐했다.


산책을 마치고 강우와 연우는 집으로 돌아왔다.

동빈은 강우에게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강우야, 나랑 얘기 좀 하자.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EP-24 연우 만나다. 동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