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사람을 어떻게?
오래 알고 지내온 동생 같은 아이한테 어떻게 이렇게 못되게 굴 수가 굴어? “
“ 무슨 말이야? 갑자기? ”
“ 너 화란이라는 여자가 니 애인이잖아.
이미 오래전부터 사랑하는 사이였다면서
어떻게 연우한테 이렇게 지독하게 굴 수가 있어?
더군다나 그 애는 너랑 결혼까지 하려고 아버지에게 조르고 있는 상태인데. “
“ 그래서? ”
“ 솔직하게 말해야지. 연우한테 ”
“ 뭘? ”
“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고
너에 대한 미련을 버리도록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
“ 내가 왜? 왜 그래야 하는 건데? ”
“ 뭐? 왜? 왜냐고 묻는 거야? 지금? ”
“ 내가 연우한테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나?
나는 연우한테 한 번도 좋아한다. 사랑한다 말한 적 없어.
그 애 혼자 나를 좋아해서 쫓아다니고 있는 거고
우리 부모님은 연우가 나랑 결혼하길 바라시고 있어.
네 말대로 나는 화란이를 사랑하고 오래전부터 깊은 관계야.
화란이랑 나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야.
우리 부모님은 연우와 내가 결혼하길 어릴 때부터 원하셨어.
그건 연우 아버지도 같고
화란이도 동의할 거야. 내가 연우랑 결혼하는 거.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걸 가질 수 있고,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연우도 나랑 결혼하길 간절히 바라고
나는 CH 건설의 후계자가 돼야 하고
내가 연우랑 결혼하기만 하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야.
모두가 원하는 바지. “
“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연우가 네가 화란이란 여자랑 깊은 사이라는 걸 알고 있니?
결혼을 해서 네가 그 여자랑 계속 관계를 가질 텐데
그걸 연우가 알면서도 너랑 결혼을 하겠다는 거야?
아니잖아. 연우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화란이란 여자가 네 옆에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어.
너, 그 여자, 너희 부모님
모두 연우를 이용하고 있는 거야.
바보같이 어린 그 아이를 모두 우롱하고 있는 거라고.
그걸 몰라서 그래?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니?
한 사람의 인생을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순한 마음을 그렇게 철저히 유린할 수 있지?
단지 돈. 돈이라는 그 이유 하나로 말이야. “
“ 사람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
“ 아니, 모든 건 단순하다. 강우야.
나는 단순하고 무식한 놈이라 잘 몰라.
좋은 걸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
아닌 걸 좋다고 할 수도 없는 거야.
얼마나 가지려고, 얼마를 더 가져야 만족할 수 있겠니?
지금도 충분히 가지고 있는데
과연 끝 이란 게, 만족 이란 게 있을까? 너희한테
나는 내일 연우의 아버지를 만날 거야.
내일 CH 건설로 찾아가서
지금의 이 상황들을 모두 알려드릴 거야.
연우의 아버지가 아신다면 이대로 두지 않으실 거야.
사랑하는 딸이 짚 섶을 들고 불속으로 뛰어 들어가는데
말리지 않을 부모는 어디에도 없지. “
“ 동빈아
연우 아버지 지금 미국으로 출장 가셨어.
일주일은 지나야 오실 거야.
돌아오신다고 해도 너는 그분을 만날 수 없을 거야.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단순하지 않아.
특히나 있는 사람들
지킬 것이 많고, 갖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집요하고 잔인한지 모른다.
우리 부모님이 모를 것 같아?
너랑 연우 관계
연우가 너한테 전화기를 주고, 나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
수시로 우리 학교에 나를 찾으러 왔다가 너랑 같이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낸 것.
그것들을 모를 것 같니?
우리 부모님은
연우가 어떤 친구들을 만나고, 연우가 점심으로 무엇을 먹고
어디를 가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다 알고 계셔.
그런데 연우 가까이에 있는 너를 모를까?
아니. 아마 우리 아버지는 분명 너를 아셔.
사람을 시켜 경주에 있는 너희 집까지, 학교까지 가서
네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아보셨을 거야.
네가 연우 곁에 계속 머물 수 있었다는 건
네가 그만큼 안전하고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그대로 두셨다는 거야. 연우 근처에
예전부터 우리 부모님은
연우와 나 사이에 방해가 될 사람들은 싹 치워버리셨어.
아버지는 네가 연우와 같이 시간을 보내도
우리 결혼에 방해물이 되지 않을 테니 너를 그냥 두신 거야.
친구를 배신할 성품이 아니라는 걸
너의 그 촌스럽고 순진한 마음을 알고 있는 거야.
동빈아
우리 부모님은 무서운 분이야.
나는 그분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우리 부모님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연우랑 결혼하는 것 그것뿐이야.
그분들이 갖고 싶은 것을 드리면
그제야 놓아주실 거야. 나를
나는 화란이랑 떠나기만 하면 된다.
만약 내가 연우랑 결혼하지 않는다고 하면 화란이도 그냥 두지 않으실 거야.
화란이도 그걸 알고 있는 거고
화란인 나를 많이 사랑해. 야망이 강한 여자이긴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 정도로 나를 사랑해.
때가 되면 나는 연우를 떠나서 화란이랑 이곳을 떠날 거야.
화란이랑 그러기로 했어.
내가 결혼을 해서
손주를 낳아드리면 그 아이가 CH 건설의 후계자가 되면
우리 핏줄이 그 회사를 가지게 되니 나를 놓아주실 거야. “
“ 강우야.
너는 화란이란 그 여자를 모른다.
사랑에 눈이 먼 남자는 빤한 거짓도 진실로만 보인다.
화란이란 여자
사랑으로 만족할 그런 여자는 아닐 텐데
넌 그 여자의 눈을 보면서도 모르겠니?
그 여자는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만 살 여자가 아니야.
너는 그 여자와 함께 하는 것
그 하나로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지만
그 여자는 너와의 사랑 그 하나만으로 모든 걸 포기할 여자는 아니야. “
“ 우리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지도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
너 함부로 설치면 분명히 다칠 거야.
우리 아버지 가만두지 않을 거야. “
“ 아니. 난 움직일 거야.
연우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너 와 네 주변 사람들 때문에 연우가 희생당하는 걸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
“ 아..... 동빈이 너 정말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구나. “
“ 네 걱정이나 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거야. “
신애가 강우의 방문을 열었다.
“ 오빠, 아버지 들어오셨어. 친구랑 같이 내려와서 저녁 먹으래. ”
“ 아니, 난 그냥 갈 거야. ”
“ 동빈 오빠, 오빠도 같이 내려와서 밥 먹자고 하세요. “
“ 동빈아.
너 우리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지 않아?
그래야 대책이든 뭐든 세울 수 있을 거 아니야.
우리 아버지는 아마 네가 우리 집에 온 것도 아실 거야.
그래서 일찍 들어오신 거지.
궁금하실 거야. 너란 애 “
“ 그래. 한번 뵙고 가야겠다.
왜 연우한테 그러시는지 들어봐야겠어. “
강우와 동빈은 주방으로 갔다.
식탁에는 강우 부모님과 신애가 앉아 있었다.
“ 안녕하세요, 강우 친구 신동빈이라고 합니다. ”
“ 반가워요. 나 강우 아빠야. ”
“ 경주에서 올라왔다고 우리 강우한테 얘긴 많이 들었어요.
과 친구 중에 가장 친하다고
강우가 제일 믿을만한 친구라고 의지하고 있다 들었어요.
고맙네. 동빈 학생 ”
“ 아버지는 어렸을 적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
“ 네, 경주에 여동생이랑 어머니가 살고 계십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작은 식당을 운영하시면서 키워주셨어요. ”
“ 자네, 졸업하면 우리 CH 건설에 들어와서 일하는 건 어떤가?
수상도 많이 하고, 실력도 좋다고 들었는데
다른 회사 들어갈 것 없이 말이야. “
“ 여보, 아이들 밥 먹어야 하니까
식사 후에 얘기해요. 어서들 들어요. “
“ 괜찮습니다. 저는 졸업 후에 작은 설계 사무소를 열 계획입니다.
제 고향 경주로 내려가서 어머님 옆에서 살 생각입니다. “
“ 시골에서 설계사 사무실을?
거기 일이 있을까? 그리고 큰 일 들을 누가 개인에게 맡기나?
일단 회사 들어가서 경력을 쌓고 나서 사무실을 차리던가 해야지. “
“ 그러다 보면 다시는 고향에 내려가지 못할 거예요.
경주도 주변에 부산이나 대구 대도시가 있어서
일거리가 충분히 있습니다.
큰돈을 벌 생각은 없습니다.
어머니랑 동생이랑 같이 살고 싶어요. “
“ 시골 출신이라 그런가? 자네는 야망이 없네.
한번 남자로 태어났으면 큰 물에서 놀아봐야지.
너무 욕심이 없네. 동빈군 “
“ 아빠, 저는 동빈 오빠 같은 스타일이 좋아요.
동빈 오빠 같은 남자랑 결혼을 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맘에 들어요. “
대담하게도 신애는 동빈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프러포즈까지 하고 있었다.
동빈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어이없어하는 동빈은 신애를 멍하니 보다
최 이사에게 대답했다.
“ 좋은 배우자를 만나 소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대기업에 들어가 출세를 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단칸방에서 사랑하는 사람이랑 사는 게 행복하지 않을까요? “
“ 허허 자네가 정말 어렵게 살지 않아서 모르는 거야.
가난한 삶이 얼마나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자네는 몰라. 그래서 모두들 악착같이 성공을 하려고
돈을 벌려고 하려는 거야.
자신도 식구들도 돈 없는 설움을 겪지 않게 하려고 말이야. “
“ 내 행복과 성공을 위해서
누군가의 인생을 희생시킨다면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할까요? “
“ 동빈군
듣기 좀 그러네. 여기 동빈군보다 어린 사람이 있던가?
더군다나 강우 아빠가 일부러 시간 내서 식사하자고 하시는 건데
이렇게 무례해도 되나? “
말자는 공격적인 동빈의 말투에 기분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 허허 이제야 마음에 좀 드네.
신애야. 네가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남자가 자기 소신이 있어야지. 마음에 든다.
동빈군
자주 놀러 오게. 우리 집에 “
동빈은 할 말을 잃고 모두를 한참 쳐다봤다.
“ 아무래도 제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
“ 동빈군
연우는 결국 내 며느리가 될 거야. 너무 힘 빼지 말게. “
최 이사는 동빈을 보며 껄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