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오늘 아침 너를 왜 깨우지 않았냐는 말에 나도 화가 나서 버럭 화를 냈지만
사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나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서 너에게 화를 낸 거야.
기말고사를 준비하느라
요즘 네가 늦게까지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항상 있었지만
나는 내 일을 하느라,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
그러다 너에게 짜증을 내고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병원을 다녀오며 곰곰이 생각하는데
네게 너무 미안하더라.
' 미안하다 '라는 한 마디만 하면 됐었을 텐데. 그깟 사과 한마디
' 잘못했다 ' 내 실수란 인정을 하기 싫어서 너에게 화를 낸 나 자신이 너무 싫더라.
세상 가장 소중한 사람이 너인데 말이야.
" 내가 언제까지 너를 깨워야 하니? 너도 이제 중 2인데
네가 알아서 일어나야지. "
네가 나보다 더 많이 당황하고 놀랐을 텐데
매정하게 말을 하면서 나가 버렸지.
' 나는 왜 이리도 치사한 사람일까? 어른답지 못한 사람일까? '
엄마가 요즘 몸이 너무 안 좋아.
그러면서 덜컥 겁이나. 너를 두고 가버리면 어쩌나 해서 말이야.
아직은 어린 너를 두고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할 것이 너무나 많단다.
특히나 너를 생각하면
살아보니 부모가 특히나 엄마가 필요한 시기는
적어도 네가 마흔을 넘어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너에게는 한 참 모자랄 것 만 같은 시간인데 말이야.
네가 대학 공부까지 마친 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안정된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고
본받을 만한 좋은 친구들을 만나 평생 우정을 나누고
열렬하게 미친 듯 사랑을 하다
믿을만한 남자를 만나 결혼했으면 좋겠고
시부모님도 훌륭한 인품을 가졌으면 하고
아이도 낳아 힘이 들지만 아이 기르는 기쁨도 느껴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따듯한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는 널 보고 싶은데 말이야.
살다 보면 너무나 힘들 때가
구비구비 산고개처럼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네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너를 믿어주고, 위로해주고, 사랑해주고, 항상 네 편이 되어줄 사람, 너를 편히 쉬게 해 줄 사람
그 사람이 부모라면
세상이라는 전쟁터에 나가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다시 용감하게 세상 밖으로 나갈 수가 있지.
엄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네가 힘들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나였으면 아빠였으면 했는데
오늘 아침의 나는 너무나 치사했고 못된 엄마였어.
병원에서 돌아와 부엌에서 밥을 하는데
" 엄마, 배고파. " 하면서 나를 보고 웃는 너를 보면서
나는 너무 부끄럽더라.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것을 참았어.
" 어떻게? 선생님한테 혼났어? "
" 아냐, 지각 체크가 되긴 하는 데 한 번밖에 없으니까 괜찮아. "
라며 쿨하게 말을 하는 너를
아무렇지 않게 나를 안아주는 너를 보니 나는 너무나 부끄러웠어.
" 엄마가 미안해. 아까 엄마도 너무 놀라서 당황해서 너한테 화를 낸 거야.
엄마가 다시는 안 그럴게. "
" 엄마, 괜찮아. 걱정하지 마.
엄마, 보쌈 정말 맛있다. 볶은 김치는 없어? 다 먹었어? "
" 응, 다 먹었는데 엄마가 내일 다시 볶아 놓을 게.
네가 좋아하는 데 못 해 줄게 어디 있니? 겨우 김치 볶음인데. "
너는 맛있게 밥을 먹고, 내가 일을 하는 사이 학원으로 갔지.
네가 나보다 나은 사람이다. 그렇게 쉽게 용서란 걸 할 수 있으니
오늘의 나는 너무나 부끄러웠다.
딸아
한 번만 오늘 아침의 엄마를 이해해줄래?
엄마가 이렇게 너한테 미안해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