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 46 돌고 돌아 또다시 ( 마지막회 )

by 옥상 소설가

연우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경주로 동빈에게로 달려갔다.

동빈은 마당 평상 위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 오빠, 나 왔어요. 나 돌아왔어요. ”

“ 어? 연우야 갑자기 왜? 무슨 일이야? 연락도 없이? ”

“ 오빠, 미안해요. 내가 미안해요.

오빠 마음을 아프게 해서 너무 미안해요. “

“ 강우랑 그 집 소식들은 친구들을 통해서 다 들었어.

그래서 온 거야? 이제야 내가 생각났니? 강우가 죽으니 말이야? “


“ 아니에요. 이제 다 끝났어요.

내가 하려고 했던 일들 모두 다 말이에요. ”

“ 그랬구나.

이제 시원해? 내가 하고 싶은 걸 다해서 말이야? “

“ 미안해요, 오빠 마음을 상하게 해서

그때 오빠한테 매정하게 굴어서 너무 미안해요. ”

“ 아니야,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는걸

괜찮아, 지금은 난 다 잊었어. “


“ 이제 괜찮다고요? 다 잊었다고요?

오빠는 내가 안 보고 싶었어요? ”

“ 연우야, 네 말대로 우리는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

너랑 나랑은 너무 다른 사람이야. 모든 것이 말이야.

경주에 내려와서 차분히 생각해보니

네 말대로 우리는 헤어지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 “

“ 아니요, 안돼요. 절대 안 돼요.

우린 헤어질 수 없다고요. 그때 내가 한 말은 진심이 아니었어요. “


“ 그게 뭐였든 이제 나랑은 상관없단 소리야. ”

“ 아니에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나는 오빠 없이 살 수 없단 말이에요. “

“ 나는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아. 네가 헤어지자고

무릎 꿇고 빌며 애원하던 나를 두고 가 버린 그 날 우리 사랑은 다 깨진 거야.

그때 너를 향한 내 마음은 내 사랑은 다 사라져 버렸어.

이제 다 끝났어. 연우야. 그만 가

연우야, 서울로 가. 집으로 가. ”


“ 아니에요. 그럴 수 없어요.

절대 오빠는 나를 떠날 수 없어요.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못한다고요.

나는 오빠가 날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마칠 때까지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걸 알아서

헤어지자고 했던 거예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오빠랑 똑같단 말이에요. 이러지 말아요. 이러면 안 돼요. “


연우는 그때 그 날의 동빈처럼

마당에 무릎을 꿇고 동빈에게 빌었다.

동빈은 연우를 한 번 쳐다보더니 그대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는 방문을 닫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연우는 엉엉 울다가 소리를 질렀다.


“ 오빠가 날 받아주지 않으면

날 용서하지 않으면 난 이 길로 바다에 가서 빠져 죽을 거예요.

오빠가 없으면 난 죽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빨리 나와요. 내가 죽길 바라지 않는다면 “

연우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동빈은 방문을 열지 않고

마당에 있는 연우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해가 저물고, 다시 밤이 되었어도 동빈은 방문을 열지 않았다.

이제 동빈의 마음이 식어버린 걸 깨달은 연우는

모든 걸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아이들만 두고 싶지 않았다. 어서 선아와 선우에게 가고 싶었다.

연우는 차를 운전해 동해 바다로 향했다.


‘ 우리 선아랑 선우를 만나지 못한다면 나는 죽은 거나 다름없어.

더는 아이들만 외롭게 둘 수는 없어.

엄마, 아빠 미안해요.

그렇지만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이렇게 밖에 할 수가 없어요.

난 이제 아이들에게 갈래요. 내가 할 일은 이제 다 끝났으니까

엄마, 아빠 모두 건강하세요. 우리 다시 만나요.

우리 선아랑 선우랑 다 함께 말이에요.

아이들한테 가서 엄마랑 아빠를 같이 기다리고 있을게요. '

연우는 먹물같이 까만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걸어갔다.

파도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처럼 연우를 거칠게 때리고 있었다.

바닷물은 얼음장같이 차서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았지만

이미 연우의 심장은 고통에 적응되어 있어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어서 숨이 끊어져서 심장이 멈춰서 아이들에게 갔으면

연우는 눈을 질끈 감고 바다로 나아갔다.

무릎에서 허리로 가슴으로 머리로 물은 깊어져 갔다.

숨을 쉴 수 없었지만 다시 아이들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에 연우는 웃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없던 삶이 죽음보다 고통스러웠고, 지옥에서의 삶보다 괴로웠다.

연우는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바닷물이 들어와 점점 기도로 폐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얘들아 엄마가 갈 게. 기다려.

엄마가 금방 너희들한테 갈 거야. ’



“ 안 돼, 안돼, 안돼, 그러면 안 돼. 그만, 그만, 그만해. “


누군가 연우를 물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 안돼, 안돼 나는 아이들한테 갈 거야. 날 놔줘.

나는 선아 선우한테 갈 거야. 놔 놓으라고 이 손 놓으라고 ‘


연우는 머리를 잡은 억센 손을 힘껏 물어버렸다.

다시 바다로 들어가고, 그러면 다시 연우를 끄집어내고

바다에서 인어들이 어부를 홀리듯

저 바다 멀리서 선아와 선우가 연우를 부르는 것만 같아

연우는 바다 깊이 들어가려고 하는 데

힘이 센 누군가는 연우를 끊임없이 물 밖으로 잡아당겼다.


‘ 선아야 선우야 엄마가 갈 게. 엄마가 금방 갈게. ’


“ 찰싹 ” 누군가 연우의 뺨을 세 차례나 후려갈겼다.


그제야 연우는 자신을 물 밖으로 끄집어내는 누군가가 동빈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 연우야, 제발 그만해.

제발 제발 부탁이야. 그만 그만 이제 바다로 그만 들어가.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 게.

다시는 너한테 모진 말을 하지 않을 게.

다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다시는 헤어지자는 말은 안 할게.

이제 그만 제발 그만 바다로 들어가지 마.

네가 그러면 나도 살 수가 없어.

네가 돌아오기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밤마다 새벽마다 네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서 잠도 자지 못하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우리 이제야 다시 만났는데

이렇게 다시 헤어질 수는 없어.

제발 부탁이야. 연우야

앞으로 네가 하자는 거 다 할게.

네 말이라면 다 들을 게. 제발 제발 부탁이야. 연우야.

이제 바다에는 그만 들어가. 제발 제발 “


동빈은 연우를 안고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연우를 잃어버릴까 봐 " 꺼이꺼이 " 울고 있었다.

그런 동빈을 보다 연우는 같이 울고 말았다.

한 참 동안 같이 울다 연우는 동빈을 향해 웃기 시작했다


“ 오빠, 방금 했던 말 다 지켜야 해요.

앞으로 내가 하자고 하면 다 하겠다고 한 말

나한테 헤어지잔 소리 하지 않겠다고 한 말

모진 소리 하지 않겠다는 그 말도 다 지켜요.

약속 지키지 않으면 난 다시 바다로 들어갈 거예요. “


“ 그래, 알았어. 다시는 안 그럴게.

내가 했던 말들 다 지킬게. 네가 하자는 데로 다 할게.

네가 시키는 것도 다 할게. 앞으로 네 말만 들을 게. “

“ 정말이에요? 꼭 지켜요? ”

“ 그래, 알았어. 미안해. 연우야. ”


동빈은 연우를 안고 차로 돌아왔다.


“ 얼른 집으로 가자. 감기 걸린다. ”


동빈과 연우는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배가 고픈 연우와 동빈은 라면을 끓여 먹었다.


“ 언제부터 날 따라온 거예요? ”

“ 어느 순간부터 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나가보니

네가 어느새 사라졌더라.

바다에 빠져 죽겠다는 말이 떠올라 놀라서 쫓아갔어.

너 정말 운이 좋은 거야.

밤바다에 빠지면 절대 사람 못 구해.

한 참 찾아다녔어. 너를

그대로 너를 잃어버리는 줄 알았어.

그런데 바다 한가운데로 달빛이 비쳐주고 있었어.

달빛이 비쳐주는 곳에

거품이 " 보글보글 " 올라오는 것이 꼭 네가 있을 것 같더라고

그리로 헤엄쳐 가 보니 네가 있었던 거야.

천만다행이야. 하늘이 너를 지켜줬어. “


“ 오빠,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요. ”

“ 그래, 다시는 다시는 절대 헤어지지 말자. ”



동빈과 연우는 그날 밤 깊은 사랑을 나누었다.

오랫동안 헤어진 그들

서로를 함께 하지 못한 그들에게 그날 밤은 너무나 짧았다.

다음 날 연우와 동빈은 서울로 올라왔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동빈 모와 유빈은 동빈을 보자 눈물이 글썽거렸다.


“ 오빠, 엄마가 오빠 때문에 속상해했어. 나도 그렇고 ”

“ 어머니, 죄송해요. 유빈아, 미안해. ”

“ 자~ 모두들 모였으니 참 좋다. 우리 얼른 들어가서 저녁 먹자.

동빈이도 연우도 무사히 잘 돌아왔으니 우리 맛있는 저녁 먹어야지. “

“ 유빈아, 뭐 먹고 싶어? ”

“ 음~ 순두부 ”

“ 뭐? 순두부? 유빈이는 맨날 순두부만 먹자네? ”

“ 우리 집 잔치 음식은 순두부야. 그렇지 오빠? ”

“ 그래, 그럼 우리 유빈이가 좋아하는 순두부 먹자. ”

“ 그래요. ”


“ 오빠, 오빠가 말해요. ”

“ 뭐? 뭘 말이야? 연우야? ”

“ 저, 우리.....

연우랑 저랑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아무래도 이제는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

“ 뭐? 동빈이랑 연우 너희 둘이 사귀고 있었다는 거야? ”

“ 네, 일 년쯤 됐어요. 이제야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

“ 음~~~ 나야 동빈 군이라면 찬성인데. 당신은 어때요? ”

“ 나도 좋죠. 둘이 잘 만나서 결혼도 하고

동빈군이 우리 사위가 되면

든든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죠. ”

“ 동빈 어머니는 어떠세요? 우리 연우 괜찮으시겠어요? ”

“ 저야, 뭐 말할 필요가 있나요?

연우가 우리한테는 귀인이나 다름없는데

우리 동빈이가 한 참 모자란데 어쩌려나?

동빈이가 잘해야 할 텐데

저 녀석이 눈치가 없고, 철이 없어서 ”

“ 유빈이는 유빈이는 어때?

언니가 진짜 유빈이 언니가 되면 말이야? ”

“ 나도 찬성 ”


“ 그래 그럼 우리 모두 만장일치다. 대찬성 ”

“ 안 되겠는데 아무래도 우리 순두부 말고,

다른 거 먹어야 되겠는데 ”

“ 그럼 우리 짜장면이랑 탕수육 먹으러 가요. ”

“ 그래, 가자. 우리 유빈이가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러 가자.

아저씨가 기분이 좋아서 오늘 유빈이

먹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다 사줄게.

어, 아니 이제 유빈이가 아니라

사돈아가씨라고 해야 하나? “

“ 네~ 하하하 ”


모두들 기분이 좋아 웃으며 중국집으로 향했다.




“ 축하드려요. 산모분 아빠도 축하드려요.

엄마랑 아빠가 어려서 애기들이랑 잘 놀아주겠다.

두 분 아무래도 대학생 같은데. 맞죠?

축하도 따블로 드립니다.

쌍둥이네요. 이란성 쌍둥인데요. “

“ 네? 이란성 쌍둥이요? ”

형제 자매 아니면 남매 일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남매 같은데요.

예정일은 올 12월이에요. ”

“ 어떻게? 오빠, 우리가 엄마랑 아빠가 된데요. ”

“ 가서 솔직하게 말씀드려야지.

연우야 너 어떡하냐? 학교는? "

" 딱 좋아요.

겨울 방학에 아기 낳고, 몸조리하다

개강하면 그대로 다니면 되죠.

우리 엄마도 있고, 어머님도 있고, 유빈이도 있는 데

우리 아기 키워 줄 사람 하나 없겠어요?

별 걱정을 다 하네. “

“ 어? 너 참 대단하다. 연우 너는 어쩜 이렇게 긍정적이니?

우리 아기도 엄마 바쁜 거 알고, 겨울 방학에 태어나 주네.

애들이 참 센스가 있다. “

” 그럼요. 우리 애들인데. 우리를 닮아서 똘똘하지. “



“ 우리 아기 이름 뭘로 할까? ”

“ 딸은 선아, 아들은 선우 이렇게 해요. ”

“ 너 쌍둥이라는 거 미리 알고 있었어?

어떻게 이렇게 금방 나와? ”

“ 생각은 했어요. 임신 테스트기를 보고 나서 준비는 했죠.

우리 애기들은 분명 남매 일 거에요. ”

“ 가자, 연우야. 아휴~ 다들 놀라실 텐데. “

” 걱정 말아요. 다들 좋아하고 축하해 줄테니까 “

“ 그렇지? ”

“ 그럼요. 내 말만 믿어요. ”


연우는 동빈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다시 찾아온 겨울

연우는 품에 선아와 선우를 안았다.

선아와 선우는 고 할머니 말씀 그대로

과거의 아기 모습 그대로 연우를 찾아와 주었다.


“ 선아야, 선우야

엄마한테 다시 와줘서 고마워.

엄마가 이번엔 절대로 너희를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


연우는 아기들을 품에 꼭 안았다.

선아와 선우는 연우를 향해 방긋 웃어주었다.

동빈은 선아와 선우를 안고 있는 연우를 안아주었다.


하늘은 그들을 축하해 포근한 함박눈을 조용히 선물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메거진으로 글 들을 분류해 놓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