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만 아니었으면 네가 안 태어났으면 내가 막낸데. "
나의 탄생을 나의 존재를 싫어하고 거부하는 유일한 여자
하지만 나에게 결코 적수가 못 되는 여자
만만한 여자 안타까운 여자 둘째 언니 주아
" 엄마는 막내라 현아만 예뻐하고
오빠도 큰 언니도 모두 다 현아만 귀여워하고 나만 미워해.
현아가 나였으면 혼났을 텐데
막내라고 다 봐주는 게 어딨어? "
둘째 언니는 장남인 중아 오빠에게 주어지는 특권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같은 여자이지만 막내라는 이유로 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에는 격렬한 반항을 저항을 했다.
큰 오빠도 큰 언니도 모두들
" 네가 언니잖아. 현아는 나이 터울도 많이 나고 막내잖아. "
나보다 여덟 살이나 많아 그동안 막내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막내 자리를 빼앗긴 것이 억울하고 분한가 보다.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으면 모르지만
줬다가 뺏으면 더 억울한 법이다.
주아 언니에게 나는 그런 존재였다.
언니의 것을 다 뺏어간 나
언니는 엄마 오빠와 큰 언니에게 철저한 신고정신을 발휘해
내 잘못이나 실수를 내 욕을 해도
모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언니의 얕은 꾀는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분했나 보다.
언니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 모두는 둘째 언니의 말을 믿었지만
엄마와 오빠 큰 언니는 둘째 언니의 투철한 신고정신에도
나의 무죄를 결백을 믿어줬다.
실제 내가 잘못을 저질렀어도
모두들 알면서도 눈감아줬다
단지 어리다는 막내라는 이유로 말이다.
공평하지 못한 것은 관계를 어색하게 만든다.
둘째 언니에게 공평하지 못한 것은 억울함 그 자체였다.
언니는 또 다른 이유로 아빠를 기다렸다.
아빠는 둘째 언니를 유난히 예뻐했다고 했다.
오빠는 맏이라 든든하고
큰 언니는 조용히 말이 없지만 믿을만하고
둘째 언니는 애교가 많아 살살거리고 아빠 비위를 잘 맞추었다 했다.
아빠는 나에 대한 감정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내가 갓난쟁이였을 때부터 지방으로 해외로 항상 다니셨으니까
가끔 아빠랑 통화를 할 때면
오빠와 큰 언니는 ' 네네 네 ' 대답하는 소리만 들렸고
둘째 언니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애교를 떨며
무어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아빠랑 가장 길게 얘기했고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빠의 껄껄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빠랑 할 말이 없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고 목소리도 낯설고 모든 게 어색하고 불편해서
그저 수화기를 엄마에게 건네기만 했다.
언니는 항상 아빠와 통화를 끝내고 나면
" 아빠가 내가 제일 보고 싶데.
돌아오시면 현아 네가 나한테 잘못한 거 다 혼내주신데.
나한테 못되게 군 거 다 다 혼내줄 거래. " 하면서 의기양양했다.
" 그래라. 삼 년 후에 다 일러라.
아빠는 다 까먹을걸. 머리 나쁜 언니도 다 잊을 거고
까먹지 않게 일기를 쓰지 그래. "
" 저게, 저게 입만 살아서.
엄마. 현아 쟤, 나한테 말하는 것 좀 봐.
저게 언니한테. 쟤좀 혼내. "
엄마 오빠 큰 언니 그 누구도 나를 혼내지 않았다.
" 철 좀 들어라. 제발 주아야 " 하면서 둘째 언니를 보고 혀를 끌끌 찼다.
항상 억울하고 분했던 작은 언니
모든 것이 핸디캡이고 편이 없어 외로움에 몸서리쳤던 둘째 언니
그런 언니에게도 장점 특기가 있었으니
남녀 상열지사 바로 이성관계이다.
공부를 못했지만 여중을 다니고 있어
남자 친구에게 공부를 잘한다고 거짓말을 하면 그만이고
예쁘장한 외모와 아담한 체구 간드러진 애교
이성을 유혹하기에 장착한 애교는 언니의 강력한 무기
게다가 둘째 언니는 남자를 다룰 줄 알았다.
외줄 타기
줄타기를 잘하는 여자
균형을 잃을 것 같으면 부채를 흔들거나 손에 잡은 장대로
무게중심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내는 여자
외줄을 타며 보는 사람들을 긴장시키게 하는 여자
결국 자신만 지켜보게 하는 여자
작은 언니는 줄타기의 명수였다.
특히나 남자 마음을 쥐었다 놨다 하는 데는 어릴 때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큰 언니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잘생긴 얼굴이다.
작은 언니는 야한 얼굴에 화려함이 돈다.
봄과 여름이면 작은 언니가, 가을과 겨울이면 큰언니가 생각났다.
생기로 가득 차 정채로우며 농후한 향기를 뿜어대는 여름 장미
단출함과 어울리는 외로움 그러나 꼿꼿한 향기를 뿜어내는 가을 소국
언니들의 매력은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동네 남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고, 언니들을 좋아하는 남자들의 타입도 달랐다.
큰 언니를 좋아하는 오빠들은 순진하고 우직한 남자들이 많았으며 직접적인 고백보다
언니 주위를 돌며 지켜보는 타입들이 많았다.
작은 언니는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를 선택해서 그 남자가 언니를 좋아하게끔 만드는 스타일이다.
필살기인 애교가 장착되어 있어 잘 웃고, 남자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기예를 터득했다.
행여나 작은 언니가 찍어 둔 남자가 큰 언니에게 관심 있으면
작은 언니는 몸이 달아 어떻게든 호감을 자기 쪽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고백하게 만든 뒤 남자를 사정없이 걷어차 버렸다.
그렇다고 큰 언니가 그 남자를 받아주거나 하는 법은 없었다.
큰 언니는 애초에 남자에 관심이 없었다.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그것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작은 언니를 더 자극했고, 현식 오빠에게 목매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현식 오빠는 오빠의 절친인데
큰 언니에게 목을 매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큰 언니 답답이 큰 언니는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현식 오빠에게 그저 친오빠의 친구로만 대했다.
현식 오빠는 아무리 작은 언니가 애교를 떨고, 오빠의 썰렁한 유머에 박장대소해도
시선을 큰 언니에게서 거두지 않았다.
큰 오빠도 나도 현식 오빠의 큰 언니에 대한 노골적인 눈길을 알아차렸는데
큰 언니는 현식 오빠를 그저 오빠의 친구로만 대했고
그 광경을 목격해야 하는 작은 언니는 더 안달했다.
나는 작은 언니가 약 올라 할 때마다 짜릿함을 느꼈으며
큰언니에 대한 현식 오빠의 애정이 절대 식지 않기를 바랐고
큰언니가 조금만 현식 오빠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기원했다.
큰언니는 엄마 같았고 작은 언니는 친구 같았다.
작은 언니는 새침하지만 재미도 있었고, 야한 얘기도 잘했다.
게다가 작은 언니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수다를 떨며
동네 오빠들이나 반 남자아이들 주로 이성에 대한 얘기를 자주 했는데
그 이야기들은 나의 호기심과 말초신경을 강하게 자극했다.
작은 언니는 내가 엿듣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꼭 결말 부분에 가서는 언니들 방으로 들어가서
결론을 자기들끼리만 공유했다.
내가 아무리 방문을 열어 달라 두들겨도
현아도 방으로 들여보내자는 마음 착한 정아언니의 설득에도
절대 방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것은 언니의 복수였다.
내가 안달이 날 거라는 것을 아는
나의 약점을 아는 눈치 빠르고 영악한 둘째 언니
그렇게 방문을 나와서는 울고 있는 나를 보며 승자의 미소로 나를 조롱했다.
언니 친구들과 가끔 떡볶이를 먹거나
롯데리아로 갈 때 엄마가 나도 데리고 가라고 분명히 말을 했는데도
작은 언니는 어떻게든 나를 따돌리고 자기들끼리만 가버렸다.
“ 언니 ” 하고 울면서 따라가도 남의 집 대문에 숨거나 길모퉁이에 숨어서
내가 따라붙지 못하게 만들고, 만족감을 내보이며 유유히 사라졌다.
만약 큰언니라면 나를 데리고 가거나
나를 두고 자기들끼리만 가자고 언니 친구들이 요구해도
안 갔으면 안 갔지 나를 따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더 작은언니에게 약이 오르는지도 모른다.
작은 언니가 약을 올리면
나는 더해서 약을 올려야 한다.
받은데로 돌려준다.
그것이 내 인생의 모토
내 인생관
내 손에 쥐고 있는 것보다 남이 갖고 있는 것이 더 탐난다.
나한테는 작은 언니가, 작은 언니한테는 현식 오빠가, 현식이 오빠한테는 큰언니가
탐이 나는 존재다.
큰언니는 내 편이다. 현식 오빠는 큰 언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작은언니는 현식 오빠를 넘보고 있다.
이제 결론 났다.
작은 언니의 약점은 현식 오빠다.
어떻게 작은 언니를 약 올리느냐? 그것이 중대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