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 14 별다방 미스 정 언니의 로맨스

by 옥상 소설가

“ 아이고, 내가 못살아. 내가 죽어야지.

재혼을 해도 내가 이 꼴을 또 볼 줄은 몰랐네.

어떻게 두 번째 서방도 바람을 피우냐?

내 팔자에 무슨 서방이야. 서방은.

새끼까지 버리고 재혼을 했는데

내 팔자가 이럴 줄은 꿈에도 상상도 못했어.

아무래도 내가 벌을 받는가 보네.

한강에 가서 내가 빠져 죽어야지. “

“ 어이, 임자, 아니라니까

아니라니까 왜 사람 말을 못 믿어?

내가 무슨 바람을 피워?

제과점 안나 아빠가 커피 한 잔 마시자고 해서

그냥 커피만 마신 것뿐이야.

나랑 미스 정인가 그 여자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


“ 참말 이에유? ”

“ 그럼,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

힘들게 일해서 일한 일당을 왜 그 여자한테 바쳐?

내가 그렇게 바보 멍청이야?

난 그런 사람 아니야. 임자, 내 말 참말로 못 믿어? “

“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왜 별 다방 미스 정이 당신 오토바이 뒤에 타고

오냔 말이에요? 내 두 눈으로 봤는데. “


“ 미스 정 오토바이가 고장이 나서 길에 서 있는 걸

내가 퇴근하고 오다 봐서 태워 준거뿐이야.

그럼 도로 한 복판에 여자를 세워놔? 위험하게

그래서 그냥 다방까지 데려다준 것뿐이라니께. “

“ 정말이쥬? 만약 거짓말이면

당신이 미스 정 고년이랑 깊은 사이면

참말 나 죽고, 당신 죽고, 고년 죽고

우리 몽땅 다 죽는 거어요.

내가 한 번은 참아도 두 번은 안 참을 거예요. “


대전 댁 아줌마의 서릿발 같은 경고에 아저씨는 기가 죽어

아침밥도 못 먹고 출근을 했다.


“ 아침부터 왜들 싸워? ”


엄마가 대전 댁 아줌마한테 한 마디 하신다.


“ 어제 시장 들렀다 오는 길에

우리 양반이 별 다방 그 미스 정 고년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오는 걸 봐가지고

내가 어제 밤새 한 숨도 못 잤다구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내가 한 마디 한 거예요. “

“ 암만 그래도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한테.

저녁에 들어오면 뭐라고 할 것이지. “

“ 아주 내가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저 냥반 얼굴만 봐도 불여시 미스 정 고년이 생각나서

참을수가 있어야지유. ”


대전 댁 아줌마가 정말 답답하신지.

그 큰 가슴을 주먹으로 ‘ 탁탁탁 ’ 치신다.

아줌마가 가슴을 칠 때마다 아줌마의 큰 가슴이 ‘ 출렁출렁 ’ 한다.

‘ 와 ~ 대전댁 아줌마 가슴은 진짜 크다.

우리 엄마 세 배는 될 것 같아.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대전 댁 아줌마를 속상하게

만드는 거야?

아줌마 기분이 좋아야

음식을 만드시고 그래야 내가 맛있는 반찬을 얻어먹는데.

엄마가 만드는 반찬은 먹기 싫은데.

아줌마처럼 음식을 잘 만들고 나긋나긋한 사람을 어디서 구한다고?

정말 남자들은 철이 없어. ‘


“ 어디 아저씨가 다른 여자한테 한 눈 팔 사람이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저씨는 그럴 사람 아니야.

그나저나 별 다방 미스 정 때문에 온 동네가 시끄럽네.

정육점 아저씨부터 제과점 안나 아빠

동네 유부남들을 왜 이렇게 들 쑤시고 다니는 거야? “


‘ 아, 역시나 별 다방 미스 정 언니구나.

그 언니 진짜 이쁘기는 하던데.

안 되겠다. 더는 그냥 두면 안 되겠어.

그 언니가 자꾸 우리 동네 아줌마들 속상하게 만드네.

이러다가 아줌마가 드러누우시면 안 돼. ‘


아침 댓바람부터 뒷채에 사는 대전댁 아줌마의

눈물 바람으로 온 집안이 시끄럽다.

큰 언니는 역시나 남의 일에 관심이 없고

작은 언니는 그럴 줄 알았다고

아저씨가 바람기가 있게 생겼다고 아줌마가 짠하다며 갔다.

큰 오빠는 자기가 미스 정 언니를 태워준 것도 아니면서

괜히 아줌마한테 미안한지 머리를 긁으며 등교했다.

“ 다방으로 가서 쫓아낼 수도 없고

왜 이렇게 동네 남자들한테 추파를 던져?

중아 아빠 오기 전에 우리 동네를 떠나야 할 텐데.

현아야, 얼른 선교원 갈 준비 해. “

“ 응 ”



‘ 쾅쾅쾅 ‘ 대문을 누군가 두들긴다.


“ 아줌마, 아줌마, 대전 댁 아줌마 집에 있어요? ”

‘ 어? 안나 아줌마 목소린데? ’


“ 아줌마, 안녕하세요? ”

“ 어, 현아구나. 현아야, 대전댁 아줌마 집에 계시니? “

“ 네, 아줌마~ ” 뒷 채로 가서 아줌마를 부른다.

“ 아줌마, 나와 보세요. 안나 아줌마가 찾아 왔어요. ”


이마에 힌 끈을 묶고 드러 누워있던 대전 댁 아줌마가 나오신다.


“ 아줌마, 우리 남편이 아줌마 남편한테

돈 이백을 빌려줬다고 하던데, 맞아요? ”

“ 에? 그게 무슨 소리여? 돈 이백을?

우리 남편한테 빌려줬다고? 안나 아빠가? ”

“ 네, 우리 남편이 그러던데요. ”

“ 무슨 말이여? 우리 남편은 그런 소리 없었는데 ”

“ 아줌마, 아저씨 목공소에 전화 있어요?

아니, 거기 어디예요? 아저씨가 일하는 목공소? “

“ 전화가 있긴 한데. 내가 기억이 안 나네.

머리가 또 빠개지겠어. 아휴~ 내가 못 살아.

아니야, 이럴 때가 아니야. 당장 지금 같이 갑시다.

둘이 통화를 해서 입을 맞추기 전에 얼른 가서 족 쳐야지.

아주 사실이기만 해 봐. 아주 내 손에 죽는 거야.

나도 확인을 해봐야겠구먼 ”

“ 형님, 우리 안나 좀 봐주세요. ”

“ 어? 그래, 알았어. 조심히 잘 다녀와.

큰 소리 내고 싸우지 말고. “

“ 네 ”


안나 아줌마는 안나를 우리 엄마한테 맡기고

대전 댁 아줌마랑

아저씨가 일하고 있는 목공소로 달려갔다.


‘ 아~ 나도 목공소로 구경가야 하는데

선교원보다 훨씬 재밌는 일이 벌어지게 생겼는데.

너무 안타깝다.

장난감 가지고 싸우는 애들 싸움보다

어른들의 로맨스로 인한 싸움이 정말 재밌는 법인데.

오늘 진짜 선교원 안 가고 싶다. ‘



“ 엄마, 나 오늘만 선교원 안 가면 안돼? ”

“ 왜? ”

“ 배가 너무 아파. 토할 것 같아. ”

“ 그래? 그럼 너 오늘 안나랑 좀 놀아줘.

아무래도 오늘 동네가 좀 시끄럽겠다.

엄마가 사랑반 선생님한테 못 간다고 전화할게. “

“ 응 ”

“ 안나야, 언니랑 슈퍼 갔다 올까? ”

“ 응 ”

“ 언니가 밀크 캐러멜 사줄까? ”

“ 응 ” 안나 손을 잡고 롯데 슈퍼로 향한다.


“ 현아야, 어디 가냐? ”

“ 네, 롯데 슈퍼 가요. ”

“ 아줌마, 욱이는요? ”

“ 욱이 지금 방에서 자고 있어. 엄마는? ”

“ 엄마 지금 집에 계세요.

안 그래도 엄마가 욱이 옷 구해놨다고 한번 오라고 하셨어요. “

“ 그래? ”

“ 아줌마, 힘드시면 제가 가지고 갈까요? ”

“ 어, 그래. 현아야, 네가 좀 가지고 와.

아줌마 배가 너무 불러서 걸어 다니기 힘들어. “

“ 네, 이따 안나 아줌마 오시면 제가 갈 게요. ”

“ 그래 ”


욱이 아줌마는 다음 달이 산달이라 배가 황소같이 불룩했다.

엄마는 여성센터에서 욱이가 물려받아 입을 옷을 구해서

항상 욱이 아줌마에게 가져다주셨다,

욱이네는 작년 겨울까지

우리 집 수돗가 맞은편 방에서 세를 살다

돈을 모아 더 큰 집으로 세를 얻어 나갔다.

욱이네가 이사를 나가고 은동이네가 들어왔는데

엄마는 욱이 아줌마가 착하고 부지런하다고

억척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돈을 모은 거라고

젊은 아줌마가 기특하다고 하셨다.



롯데 슈퍼를 가기 전

신선 정육점에 살짝 들려 아줌마와 아저씨의 분위기를 살폈다.

얼마 전 정육점 아저씨는 별 다방 미스 정 언니와의 사랑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 부화장 가서 계란 스무 판 받아와요.

계란만 받고 바로 와야 해요. 별 다방 들리기만 해 봐.

내가 아주 작살을 낼 테니

미스 정, 고거 한 번만 더 만나면

내가 아주 동네 망신을 시켜 줄 테니

명심하고 다녀요. “

“ 알았어요. 다시는 별 다방에 안 간다고 했잖아요.

왜 내 말을 안 믿어요? “

“ 내가 당신 말을 믿느니

시집가기 싫다는 노처녀 말을 믿지.

미스 정, 고년이 빼먹은 돈이 얼마야? 대체?

계란 한 판, 돼지고기 한 근 팔아봤자 얼마나 남는다고

고 년한테 돈 백을 홀라당 받쳐?

어휴~ 내가 그 생각을 하면 진짜 울화통이 터져서 “

“ 여보, 지나간 일을 왜 생각해요? 이제 잊어야지요. “


아저씨가 아줌마 눈치를 보며 버벅 거린다.

“ 뚫린 입이라고 쉽게 말하네? 잊긴 어떻게 잊어?

돈 백 벌기가 모으기가 어디 쉬워?

미스 정, 그거 어디 한 번 걸리기만 걸려봐라.

내가 요절을 낼 테니. “


정육점 아줌마는 아직도 미스 정 언니에게 이를 ‘ 바득바득 ’ 갈고 있었다.


‘ 아직 정육점 아줌마는 잊지 않았어.

지난날 아저씨와 미스 정 언니의 로맨스를 ’


정육점 아저씨는 자전거를 타고

지물포를 지나다 잠시 멈추더니 뚫어지게 가게 안을 들여다본다.


‘ 아저씨가 왜 안 가지?

아줌마가 얼른 부화장에 가서 계란 받아오라고 했는데 ‘


슈퍼에서 안나가 좋아하는 캐러멜을 사고 나오다

혹시나 해서 지물포에 들려 안을 봤다.


‘ 오~ 세상에. 이런, 맙소사. ’


지물포 안에는 아저씨와 안나 아저씨, 정육점 아저씨 셋이 앉아있었고

미스 정 언니는 다리를 꼬고 앉아, 애교를 부리며 커피를 타고 있었다.

미스 정 언니는 동네 아줌마들을 아랑곳하지 않는구나.


‘ 안나 아줌마가 목공소로 조사를 가고

정육점 아줌마가 그렇게 협박을 했겠만

안나 아저씨, 정육점 아저씨, 지물포 아저씨 모두들 정신을 못 차렸네.

우리 동네 가정의 평화를 위해

행복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 모두를 위해

아무래도 조치를 취해야겠다.

가만! 방법이 뭐가 있지? 그래, 맞아.

우리 동네 숨은 고수

절대쌍교 경화 할머니, 솜틀집 할머니 두 분이 있지.

두 분의 힘을 빌려 우리 동네 평화를 지키자. ‘



나는 다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EP - 15 짤순아, 내 눈물도 좀 짜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