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 13 여자라고 프러포즈 못할 이유는 뭐야?

by 옥상 소설가

“ 아줌마, 아저씨는 어떻게 만났어요? ”

“ 궁금해? 아저씨 보기와는 다르게 남자답다.

너 깜짝 놀랄걸. ”


해가 질 무렵 언덕 아래를 향해 팬 플롯을 부는 낭만적인 아저씨

아저씨가 나를 보고 웃을 땐

양 볼의 보조개가 파이면서 너무나 잘생기고 멋지기만 하다.

나도 커서 저런 남자랑 결혼이란 걸 해야지

꿈꾸게도 하는 데

‘ 아저씨가 보기완 다르다고? ’


뜨개질을 멈추고 아줌마를 쳐다본다.


“ 뭐가요? 아저씨가 어떻게 달라요? ”

“ 원래 나는 버스회사의 경리로 일했거든.

시간이 한가한 편이라 뜨개질도 하고 코바늘, 퀼트도 하고

워낙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걸 좋아했어.

버스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퇴직금으로 작은 뜨게 점을 했는데

젊은 남자가 찾아와서는 실을 사면 뜨개질을 가르쳐 주냐고 물어보는 거야.

자기 엄마한테 목도리를 떠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엄마는 돈으로 주는 걸 더 좋아하실 거라고

가라고 했지. 얼굴이 벌게지면서 뒤 돌아가더라고.

사실 남자한테 뜨개질을 가르쳐주는 게 선뜻 내키지가 않았어.

동네 아줌마들 이목도 있고, 여기저기 내 말이 나오는 게 싫었거든

그 남자가 다음 날도 와서는 가르쳐 달라고 사정을 하는 거야.

또 거절을 했지.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열흘쯤 돼서도 찾아오길래.

내가 직접 떠 줄 테니 실 값이랑 수공비만 달라고 했어.

그랬더니 안 된다고 하는 거야. 자기가 직접 떠야 의미가 있다나?

어쩔 수없이 가르치기 시작했지.

계속 가게에 서있게 할 수도 없으니까

이미 동네에는 젊은 남자가 우리 가게를 들락거린다는 소문이 난 터라

다 포기하고 말이야. “


“ 뭘 포기해요? ”

“ 동네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우리 가게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게 싫었거든

어느 날부터 가게를 열면 사람들이 그 남자에 대해서 물어보더라.

친오빠냐? 아니면 친척이냐?

나중엔 남자 친구냐고 대놓고 물었어. “

“ 근데 아줌마는 왜 사람들이 아줌마 얘기를 하는 게 싫어요?

왜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걸 싫어해요? ”


“ 내가 수예점을 할 때 동네 아줌마들이 많이 왔었거든

우리 가게가 동네 사랑방이었지.

사실들이 사실이 아닌 것들이 부풀려지고 만들어지고

소문의 당사자들을 한 사람을

오해하게 만들고, 괴롭게 하는 게 싫더라.

그것들이 내 가게에서 만들어지는 건 더 끔찍했어.

그래서 한 동안 몸이 아프다고 가게 문을 닫았어.

다시 열었을 때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미용실로 옮겨갔지.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했어.

혼자 있더라도 말이지. “

“ 그랬구나. 그래서요? 궁금해요.

그 젊은 남자가 아줌마 아저씨죠? ”

“ 그래, 현아 눈치도 빠르다. ”


“ 아저씨가 매일 저녁 동사무소에서 퇴근을 하고

우리 가게로 와서는 그렇게 뜨개질을 하는 거야.

가르치고 가르쳐도 어찌나 모르는지.

구박을 하고, 못한다고 면박을 줘도

얼굴만 벌게지고 가서는 다음 날이면 꼬박꼬박 오는 거야.

공무원이라 그런 지 얼마나 끈질기고 성실한지.

항상 정시에 도착해서 정시에 가더라.

그렇게 한 달쯤 지나서 목도리를 완성을 하더니 또 실을 사겠데.

이번 엔 조끼를 뜨겠다는 거야.

하지 말라고 뜯어말렸지. 조끼는 더 힘들거든

결국에는 또 실을 사서 매일 저녁마다 찾아왔어.

그런데 말이지.

이상하게 아저씨가 찾아와서 내 옆에서 뜨개질을 하면

별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한 거야. “


“ 말을 별로 하지 않았어요? 그럼 둘이서 계속 뜨개질만 한 거예요? ”

“ 응, 그다지 말을 많이 하진 않았어.

아저씨가 그다지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 나도 그렇고 “

“ 에? 아닌데. 아줌마 말 많은데? ”

“ 하하하~ 현아야.

아줌마 너랑 있을 때만 말 많이 하는 거야. 아저씨도 그렇고 말이야. “

“ 아, 그렇구나. ”


“ 아저씨가 올 때는 맨날 내가 좋아하는

군고구마, 군 밤, 찐빵, 호떡 이런 걸 사 오는 거야.

내가 좋아한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말이야.

한 삼 개월쯤 지나니까 자기도 지쳤나 봐.

매일 퇴근하면서 우리 가게에서 두 시간씩 뜨개질을 하니

엄지랑 집게손가락도 빨갛게 부으면서 아픈 거지.

자기 이제 우리 가게에 그만 올 거라고

사실은 뜨개질 배우러 온 게 아니고 나한테 첫눈에 반해서

온 거라고 하는 거야. 그러면서 결혼하자고 하더라. “


“ 네?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고요?

결혼도 바로 하자고요? ”

“ 응, 우연히 가게에 있는 나를 보고 반했데.

그래서 찾아온 거고,

매일 나랑 뜨개질을 하고 있으면 자기 마음이 편하다고

나랑 결혼하기로, 자기는 결심했다고 하는 거야. “

“ 와~ 아저씨 멋있다. 낭만적이야. ”

“ 얘 좀 봐. 뭐가 낭만적이야? 무모한 거지? ”


“ 아니에요. 아줌마

천생연분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도 있데요.

아저씨 보기와는 다르게 박력도 있다.

우리 엄마가 남자는 박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

“ 좋겠다. 아저씨는 너한테 이해받아서

너네 엄마한테도 박력 있어서 아저씨는 이쁨 받겠다.

내가 아저씨한테 전해 줄게. “


아저씨에게 감탄하는 나를 보고 아줌마는 어이가 없는지 웃으신다.


“ 암튼 자기랑 연애를 해보자고

직업도 공무원에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자기는 장손이라 결혼도 서둘러해야 하니

자기랑 연애를 한 달만 해보고 괜찮으면 결혼을 하자고

만약 자기가 싫으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고 하는 거야. “

“ 그래서요? 아줌마 좋다고 했어요? ”

“ 아니, 싫다고 했지.

나도 둘이서 같이 있으면 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결혼을 그렇게 하니?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


“ 어? 그럼 그렇게 헤어졌어요? ”

“ 응, 내가 거절을 했고, 아저씨도 가게에 한 동안 찾아오지 않았어.

그런데 말이지. 정말 우리가 인연인지

우리가 우연히 다시 만난 거야.

우리가 어디서 다시 만났게? “

“ 어디요? ”

“ 남대문 시장 ”

“ 네? 남대문 시장이요? ”


“ 응, 그날도 실을 사러 남대문 시장에 혼자 갔는데

어떤 남자가 실 가게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거야.

뒷모습이 익숙해서 혹시나 쳐다봤는데 아저씨였어.

그 많은 날 중에 하필 그 날 내가 시장엘 갔고

사람이 모래알처럼 많은 그곳에서

아저씨 뒷모습이 내 눈에 뜨이는 거야.

아저씨가 혼자 시장엘 왔다가

뜨개질을 하면서 가게를 지키는 아줌마를 보더니 내가 생각나더래.

다시 나를 찾아가야겠다.

자존심이고 뭐고 나한테 가야겠다 생각을 하고

뒤를 돌았는데 내가 있던 거지. “


“ 와~ 정말 너무 낭만적이다.

아저씨랑 아줌마 정말 천생연분 맞네요. “

“ 그래, 맞아.

그 날 나도 우린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우리가 지금도 남대문 시장엘 자주 가는 거야.

그날도 우리 둘은 그 리어카에서

떡볶이랑 순대 꼬마김밥을 먹었어.

김밥을 먹으면서 내가 말해버렸어. 결혼하자고 말이야. “


“ 네? 김밥을 먹다가요? 아줌마가 먼저요? ”

“ 응, 아저씨가 그 꼬마김밥을 먹으면서 정말 맛있다고

매일 이 김밥을 먹고 출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매일 아침 꼬마 김밥을 싸주겠다고 했지.

아저씨가 먹다가 놀래서 어묵 국물을 뿜어내고 “

“ 아줌마도 대단하네요. 아저씨만큼 박력이 있는데요. ”

“ 아저씨가 가게에 오지 않는 동안 허전하고 뭔가 이상했어.

우린 별로 말이 없었지만 말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

눈빛으로 몸짓으로 다 알고 느꼈던 것 같아.

서로에게 잘 맞는 사람이라고 말이야.

그날 말없이 헤어지면 아저씨를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실제 성격도 비슷하고 말이야. “


“ 그렇구나. 말하지 않아도 안 다구요? ”

“ 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 우린 그랬지.

난 운이 좋았던 거야. 아저씨가 참 착하거든 “

“ 와~ 너무 신기하다. ”

“ 현아야, 너도 커서 괜찮은 남자를 만나면 말이지.

밀땅 같은 거 튕기는 거 그런 거 하지 말고

그냥 네가 먼저 고백해. 네가 먼저 프러포즈도 하고 말이야. “

“ 어? 우리 엄마가 여자는 튕겨야 한다고 하던데요.

좋아도 싫은 척 모르는 척 그래야 한다고 했는데. “

“ 아니야, 정말 좋은 사람은 누가 보기에도 좋아서

한눈에 봐도 알 수 있거든.

그럴 때는 네가 먼저 꽉 잡아야 해. 아니면 놓칠 수도 있어.

네가 먼저 고백도 하고 말이야. “

“ 알았어요.

나도 괜찮은 남자가 나타나면 내가 먼저 고백할게요. “

“ 그래, 할 수 있어. ”

아줌마랑 나는 다시 뜨개질을 시작했다.



“ 아줌마, 우리 동네 아줌마들은

언덕 아래 아줌마들은 나쁜 소문은

사람을 괴롭히는 소문은 안 만들어요.

안나 아줌마도 경화 아줌마도 동주네 아줌마도 다 좋은데.

우리 동네에서 소문을 만드는 사람들은

야채 할머니랑 과일 할머니인데

할머니들도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나쁜 소문은

안 만들어요.

할머니들이랑 있으면 재미있어요. “

“ 그래? ”

“ 아줌마가 우리 동네 아줌마랑 어울리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

“ 정말? ”

“ 네, 아줌마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요? ”

“ 조금 심심하긴 하지. ”

“ 아줌마. 우리 동네 ‘ 맛나 분식집 ’ 이 문을 닫을 거라고 하던데

거기서 아줌마가 떡볶이랑 튀김, 꼬마 김밥 만들어서 팔면 어때요?

우리 동네에 꼬마김밥을 아는 사람은 없어요.

먹어본 사람도 없구요.

아줌마가 만든 꼬마김밥을 먹으면

동네 사람들 모두 다 좋아할 거예요.

우리 엄마가 분식집을 하겠다고 지금 알아보고는 있는데

엄마 음식 솜씨로는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아빠가 힘들게 사우디에서 번 돈인데

분명 망할 거예요. 우리 엄마가 분식집을 차리면

아줌마가 만들어서 팔면 장사가 아주 잘 될 것 같아요. “


“ 음~ 한 번 생각해 볼까? ”

“ 네, 아줌마 한번 생각해보세요.

아줌마가 분식집을 열면 저도 자주 가서 도와드리고

놀러도 갈게요. ”


해피 아줌마는 생각이 많으신지 땅을 쳐다봤다.


두 달 후 ‘ 맛나 분식집’의 간판을 내려지고

‘ 해피 분식 ’이라는 간판이 올려졌다.


아줌마는 떡볶이와 튀김 순대

그중 최고인 꼬마김밥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아줌마의 꼬마 김밥은 옆 동네까지 소문이 나서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줌마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기 시작했고

우리 엄마는 여성 센터에서 수업을 마치면 아줌마네 가게로 가서 알바를 뛰기 시작했다.


해피 아줌마는 점점 활기를 찾아갔다.

경화 아줌마, 동주 아줌마, 안나 아줌마,

미용실 은지 아줌마, 기름집 쌍둥이 아줌마

모두들 해피 아줌마를 좋아했다.

해피 분식은 우리 동네 아줌마들의 사랑방으로 되어 갔고

과일 할머니 야채 할머니가 점심을 드시면

해피 아줌마는 항상 따듯한 국물을 건네주셨다.


해피 분식에서 나는 VIP로 꼬마김밥을 항상 무료로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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