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 15 짤순아, 내 눈물도 좀 짜다오.
경화 아저씨가 퇴근을 하면 아저씨의 택시는
항상 시장 입구 쪽 도로에 서 있다.
가끔 경화 아저씨의 택시는 언덕에 있는 동사무소 뒤편 골목길에 주차되어 있었다.
“ 현아야, 김밥 다 먹고
이거 아저씨 도시락인데 동사무소에 좀 주고 와. ”
“ 네? 아저씨 점심 드셨을 텐데. ”
“ 아까 외근하고 와서 점심을 못 먹었데. ”
“ 아저씨, 요새 바빠요?
점심시간이면 항상 가게로 와서 드셨잖아요? ”
“ 응, 우리 동네 혼자 사시는 어른들
잘 계시고 있는지 알아보고 돌보는 일을 해야 한데.
그래서 밥을 제 때 못 먹나 봐. “
“ 힘들겠다. 아저씨 ”
“ 동사무소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돌아다니면서
할아버지랑 할머니 보살피는 게 더 좋단다. 아저씨는 “
“ 아저씨 성격에 그게 맞을 거예요. ”
“ 어머머~ 네가 우리 남편 성격을 어떻게 아니? 큭큭큭 ”
“ 아줌마, 모르는구나?
아저씨가 나한테 얘기를 얼마나 많이 하는데요. ”
“ 그래? 몰랐다. 아저씨가 너랑 친한지는 ”
해피 아줌마가 싸주신 도시락을 들고 아저씨가 일하고 있는
동사무소에 자주 배달을 가던 나는
경화 아저씨의 택시를 보고 이상하다 느끼던 순간이
여러 번이다.
‘ 여기에 주차를 하면 한참 계단을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시장 입구 쪽에 대면 더 편할 텐데 아저씨가 왜 여기다 택시를 세우지? ’
경화 아줌마도 아저씨가 차를 거기에 대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해피 아저씨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나오면서
나는 경화 아저씨의 택시가 왜 동사무소 앞에 주차가 되어 있는지 알게 되었다.
택시에 엉덩이를 기대선 미스 정 언니의 어깨를
경화 아저씨가 감싸 안고는
언니가 예뻐 죽겠다는 듯 열렬한 눈빛을 발사하고 있었다.
“ 형님, 아무래도 경화 아빠가 요새 이상해요. ”
“ 왜? ”
“ 나를 소 닭 보듯 하고, 내 손만 닿아도 소스라치게 놀라요.
밤만 되면 나를 피하고, 나를 만지려고도 안 해요. ”
“ 그래? 이상하다. 경화 아빠가 그럴 나이가 아닌데.
왜 자네를 피해? ”
“ 맨날 피곤하다고, 초저녁부터 자고,
갑자기 기사들이 부른다고
한밤 중에 나가고, 아무래도 좀 수상 한단 말이에요. ”
“ 좀 그러네. 그래도 아버지 돌아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엄한 짓 하고 다니겠나?
마음이 헛헛해서 그러겠지. 좀 둬봐라. “
아줌마가 우리 집 평상에서 멸치 똥을 따면서 한숨을 쉬던 이유가 있었다.
‘ 경화 아줌마나 좀 안아주고, 뜨거운 눈빛을 보내지.
아~ 아줌마 어떻게?
아저씨가 미스 정 언니랑 저러고 다니는 거 알면 뒤집어지겠다. ‘
“ 정양아, 이따 밤에 보자. ”
“ 아잉~ , 오빠도 참. 나 이따 저녁에는 바쁘다니까요.
기사 식당에 일하러 가야 한다고요. “
“ 일은 무슨 일? 저녁에 집에 들어가서 자야지.
몸도 약한 네가 밤늦게까지 식당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그러다 몸 상한다. 네가 아프면 내 맴도 아프다.
기사 식당에 늑대 같은 놈들이 득실득실한데
안 된다. 얼른 들어가라. 집에. “
‘ 아저씨, 아줌마는 경화, 연화, 경주 애 셋을 낳고
손목 나가고, 오십견까지 와서 ‘ 만세 ‘를 못해요.
허리에 디스크가 와서
쪼그려 앉지도 못하고, 계단도 잘 못 올라가요.
물 값, 전기세 아낀다고 세탁기도 안 산단 말이에요.
손빨래하고 손목 힘이 없어 빨래를 짜지 못해
짤순이만 사서 물만 짜고 있는데
이불 빨 때만 우리 집에 와서 세탁기 돌리곤
그 무거운 이불을 들고 옥상까지 올라서 너는데.
와~ 아저씨, 정말 너무하네. ’
“ 오빠, 나는 우리 시골집에 아빠 병원비랑 동생들 학비까지
다 보내야 한다구요. 우리 집에 돈을 보내려면
낮에 다방에서 일하고,
저녁에 식당에서 일해도 돈이 모자라요.
오빠가 그 돈을 보태줄 것도 아니면서?
왜 가라 마라 하는 거예요? “
미스 정 언니가 아저씨를 흘겨보면서 살짝 눈물을 흘린다.
“ 정양아, 걱정마라.
내가 그 돈 줄 테니. 얼마니? 얼마면 되겠니? “
“ 정말요? 정말 오빠가 돈을 보태 줄 거예요? ”
“ 하모~ , 내가 네 아버지랑 동생들 학비 못 보태주겠나? ”
‘ 아저씨, 아줌마는 시장에서 장 볼 때
콩나물도 오십 원어치 사고, 두부도 반 모만 사요.
정육점에서 공짜 비지도 맨날 얻어가서 찌개 끓이고
시장 사람들이 아줌마 알뜰하다고 금방 집 사겠다고
맨날 아줌마 칭찬인데 아저씨가 이럴 때가 아니에요. ‘
“ 그럼, 오십만 원만 좀 줄 수 있어요? ”
“ 어... 억, 오십만 원? 오십만 원이나? ”
“ 왜요? 너무 많아요? 그렇죠? 너무 큰돈이죠?
거 봐요. 아무래도 밤에 내가 식당엘 다녀야지.
우리 집은 내가 돈을 보내지 않으면 다 올 스톱이라고요.
내가 어디 부잣집 재취 자리라도 시집을 가야지.
돈 벌기가 너무 힘들어서. “
“ 아이다. 아이다~ 내가 그 돈 오십만 원,
그 쥐꼬리 만한 돈 오십만 원 없겠나?
보태준다. 그 돈 오십만 원. 좀만 기다려라.
내가 마을금고 가서 돈 찾아가 금방 준다.
그니까 정 양아, 니는 식당 나갈 생각 하지도 말거라.
나는 네가 다방에서 일하는 것도 맴이 아프다. “
‘ 얼씨구~ 오십만 원? 돈 오십만 원이 어디 쥐꼬리야?
오십만 원짜리 쥐꼬리는 보질 못했는데
아저씨, 미스 정 언니는 지금 아프지도 않지만
아줌마는 오래전부터 이미 아프다고요.
오십견에 허리 디스크, 손목까지 나가고
아줌마 이대로 계속 일하게 하면
아저씨네 집이 올 스톱이에요.
미스 정 언니네가 올 스톱이 아니고
정말 내가 속이 터지네. ‘
한숨이 푹푹 나오면서 가슴이 답답하다.
‘ 아~ 아줌마들이 이래서 머리에 흰 띠를 둘러메고
가슴을 탁탁 치고 답답하다 답답하다 그러는구나.
아저씨가 마을금고에서 돈 찾으면 안 되는데
그 돈 그 언니한테 들어가면 못 돌려받는데. ‘
정육점 아줌마는 아저씨가 미스 정 언니한테 준 돈
백만 원을 결국 돌려받지 못했다.
독하고 억세기로 소문난 정육점 아줌마가
남편이 미스 정 언니한테 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것은
미스 정 언니가 아줌마보다 한수 위라는 소리다.
아줌마가 파출소에 가서 사정을 했지만
빌려준 돈도 아니고, 그냥 준 돈이며
차용증을 받지 않아서 증거가 없어
법적으론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게다가 미스 정 언니 앞에서
정육점 아저씨는 빌려준 돈이 아니라 자기가 그냥 준 돈이라며
미스 정 언니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했다.
아줌마는 돈보다도 억울하고 분해서
그 무거운 몸을 ' 팔짝팔짝 ' 뛰어댔다.
정육점 아저씨는 아줌마한테 해야 할 뒷감당보다
눈 앞의 미스 정 언니에게 보일 남자의 자존심이 더 중요했나 보다.
‘ 새마을금고에서 경화 아저씨가 돈을 찾아서
미스 정 언니한테 건네주기 전에 막아야 해.
경화 아줌마가 얼마나 고생스럽게 모은 돈인데. ‘
“ 아줌마, 아저씨한테 전해주고 왔어요. ”
“ 그래, 수고했다. 현아야, 이거 심부름 값,
더운데 슈퍼 가서 쭈쭈바 사 먹어. “
“ 아줌마, 쭈쭈바 사 먹을 때가 아니에요. ”
내가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 왜? 무슨 일 있어? ”
“ 아~~~ 큰일이야. 큰일. 이걸 어떻게 막지?
아줌마, 아무래도 우리 동네에 또 한 번 피바람이 불겠어요. ”
“ 왜? 무슨 일이야? ”
해피 아줌마가 설거지를 하다 궁금한지 고개를 쭉 빼고 물어본다.
“ 엄마, 나 잠깐 나갔다 올게. ”
“ 현아야, 가게 그만 오고 동네 좀 그만 돌아다녀.
집에 가서 책 좀 보고, 언니들이랑 있어. ”
“ 알았어. 엄마, 집에 들어갈게. ”
해피 분식집을 나오며 엄마의 한 숨소리와 걱정이 들린다.
“ 왜 그래요? 아줌마 ”
“ 쟤가 왜 저렇게 동네를 싸돌아 다니는지 모르겠어.
여섯 살짜리가 온 동네 참견을 다 하고 다니고
선교원에는 가지 않으려 한다구.
또래 애들이랑 안 놀고, 어른들이랑 있으려만 하니 말이야.
우리 큰 아들이랑 딸들이랑은 달라. 쟤가 왜 저럴까? “
“ 왜요? 현아가 못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난 현아가 있어서 재밌기만 한데요.
우리 동네에 현아가 있어서 사람들 모두 얼마나 좋아해요?
아줌마는 지금 괜한 걱정을 하는 거예요.
두세요. 그게 현아 매력이에요. “
집으로 가려다 지물포로 가서 동정을 살폈다.
지물포 아저씨는 얌전히 신문을 보고 계신다.
‘ 역시나 지물포 아저씬 점잖아.
안나 아저씨가 자꾸 별 다방으로 미스 정 언니를
불러 가지고 동네 분란을 만든단 말이야.
아니야, 미스 정 언니 일을 해결하려면
솜틀집 할머니 힘이 필요해.
절대쌍교
경화 할머니, 솜틀집 할머니
막강한 두 할머니의 힘이 절실해 ‘
솜틀집 할머니의 친 아들이 지물포 아저씨고
지물포 아저씨의 딸이 하는 미용실이 진주 미용실이다.
지물포 아저씨와 아줌마는 자식을 낳을 수 없어
여자애를 입양했고, 이름을 진주라고 붙였다.
지물포로 입양된 진주는 잘 자라 결혼을 했고,
구청에 다니는 성실한 총각을 선으로 만나
딸 은진이와 아들 은한이를 낳았다.
솜틀집 할머니는 진주 아줌마에게 미용실을 차려주었다.
솜틀집 할머니는 입양한 손녀 진주 아줌마와 구청에 다니는 손주 사위
증 손주 은진이와 은한이게 끔찍히 아낀다.
증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
그 반에 반이라도 동네 꼬마들을 예뻐해 주시면
아니 동네 꼬마들을 괴롭히지 않으면 좋으련만
동네 아이들이 은진, 은한이와 잘 놀아주지 않으면
그 날은 모든 아이들이 솜틀집 할머니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
그래도 엄마는 솜틀집 할머니 내외와 지물포 할아버지 내외를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입양한 아이를 피붙이 자식처럼 손녀처럼
아끼고 키우는 사람들을 드물다고 했다.
우리 동네 유일하게 한 집에서 4대가 사는 집
솜틀집 할머니 내외
지물포 집 할머니 내외
진주 미용실 아줌마 내외
은주와 은한이
지물포 할머니가 자랑으로 여기고 최고로 애정하는 사람은
구청에 다니는 손주 사위다.
구청에 다니는 은진 아저씨를 공략하는 수밖에 없다.
' 은진 아저씨, 미안해요.
우리 동네 평화를 위해 아저씨가 희생을 좀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