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 소설가 Jan 10. 2021

멈추고 생각하게 만드는 브런치 작가님들  

"  커피,  탄산음료,  녹차,  홍차

   매운 음식과 밀가루 음식

   기름기와 산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나 과일도 드시지 마세요.

   식사 후 30분 정도는 항상 걸으시고요.  "


역류성 식도염으로 지난해 9월부터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우리 식구들은 위장이 좋질 못하다.  

대학생 때부터 식도염은 달고 살았기 때문에


'  이 주나 한 달 정도 약을 먹고 조심하면 되겠지. '


가볍게 생각했고  4개월이나 약을 먹을 줄은 몰랐다.

잠을 깊이 오래 자지 못했기 때문에 식도염은 더 길게 심하게 지나갔다.

다른 이상이 있는 줄 알고 이비인후과,  심장내과까지 방문했고 검사를 했으나

검사 결과는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부족과 역류성 식도염이었다.

역류성 식도염

쉽게 생각할 병은 아니었다.


식도염으로 인한 가장 큰 고역은 강한 식욕을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뭐든 참는 건 힘든 거다.  

식욕이 강하고 식탐이 많은 내가

좋아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것은 고문과도 같았다.

가장 참기 힘들었던 건 떡볶이와 커피 이 둘이다.

새빨갛게 매운 떡볶이와 향이 좋은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못하는 것


매일 아침 공복에 연하게 마시던 아메리카노

스벅의 단골이며 하루 5-7잔을 마시는 내 친구는

내가 마시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더니


"  이게 커피야?  보리차지?  이걸 왜 마셔?

   배만 부르고 화장실만 가겠다.  "

"  야,  난 그거만 마셔도 충분해.   

   그 이상으로 마시면 그 날밤은 잠 못 자.  "


친구는 내 커피 취향을 비웃었지만

그 정도의 카페인에 적응하는 것도 20여 년이 넘게 걸렸다.

되도록이면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

녹차와 보이차 홍차 허브차 다양한 차를 마셨지만

구수하고 달콤한 향

마신 뒤의 개운함과 약간의 각성과 흥분을 주는 커피는 끊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잠을 자지 않기 위해

편의점에서 에너지 음료 몇 캔을 수시로 들이키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마시는 요즘의 청소년들과는 다르게

나의 청소년 시절

커피는 마시면 안 되는 음료였다.   피우면 안 되는 담배처럼


고 3 시험기간에 커피란 걸 커피 믹스를 엄마 몰래 처음 마셨다.

마시자마자 심장이 벌렁거리며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 심장은 내 가슴을 튀어나와 내 온몸을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느껴질 정도로 맹렬히 뛰고 있었다.

손발이 경련이 된 것처럼 떨리고 찼다.

커피를 마신 목적은 이루었으나 실속은 없었다.

마신 당일 잠은 못 잤으나

카페인에 의한 흥분으로 공부를 했어도

공부를 한 내용들은 기억으로 저장되지 못했고

다음 날 하루 종일 잠을 자서 나는 연 이은 시험 준비를 할 수 없었다.


시뻘겋고 매운맛의 쌀 떡볶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어도 좋으나  배달 음식으로도 훌륭한 한 끼

내가 가장 애정하는 엽기 떡볶이

딸이 좋아하는 카레향이 나는 매운맛의 신전떡볶이

매울 때마다 중간중간 혀와 목을 달래주는 시원한 쿨피스와 주먹밥


커피와 떡볶이를 먹지 않는 것은 너무나 큰 고역이었다.


4개월간의 투약을 멈추고 이제 슬슬 커피와 떡볶이를 먹으려던 찰나

대장에서 나온 용종 6개가 다시 내 발목을 잡았다.

일주일간은 싱겁고 슴슴한 식사를 하세요.

커피,  술,  알코올,  담배, 매운 음식은 절대 금식

장염을 일으켜 혈변을 눌 수 있어요.

혈변이 나오면 바로 응급실이라도 가셔야 해요.

한 달 정도 상처가 아물 때까지 조심하세요.


'  그래,  여섯 개나 때넸으니 조심하자.  '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고

주말에 먹을 장을 보러 혼자 나갔다가


'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  더는 못 참아.  

   아메리카노도 아니고,  우유가 들어간 라테는 괜찮을 거야.  '


부드럽고 따듯한 라테를 시켜

집으로 운전을 하며 돌아오는 길에 석양을 보며 마시고

광어회,  연어,  생굴을 사서 남편과 딸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먹고 나서 두 시간 후 서서히 불길한 사인이 오기 시작했다.


"  어~  속이 너무 아파.  위경련 일어나는 것 같은데.   "

"  그래?  어떻게 병원 갈까?  "

"  지금 가면 응급실이야.  내일 아침에 갈래.  "

"  한 달은 조심하라고 했는데.  조심 좀 하지.  "

"  어?  뭐야?  점점 아파지는데.  너무 아픈데.  

   우유라도 마셔야겠다.  "


레인지에 따끈히 데운 우유 한잔이면 위가 진정될 줄 알았으나 더 탈을 일으켰고

남아있던 식도염 약을 찾아 급히 먹었으나 소용없었다.

찜질하고 일찍 자야겠다.

현미로 만든 찜질팩으로 배를 따듯이 데우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저녁 9시 벌떡 일어난 나는 화장실로 들락거렸다.


"  화장실 아무도 쓰지 마.  나 언제 갈지 몰라.  "


토사곽란


위로 토하고,  아래로 쏟아내고

그 날 아침 먹은 식사부터  저녁에 먹은 굴과 회 커피

모든 것을 다 토해내고 배설해냈다.

변기를 끌어안고,  안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달려가고

목구멍은 따가워서 죽을 지경이고,  설사는 끊임없이 나왔다.

물만 마셔도 바로 토하고 아래로 나왔다.


'  아~  화장실 청소 좀 해 놓을 걸.  

   이렇게 바닥에 주저앉을 줄은 몰랐네.  주말에 하려고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변기만이라도 닦아놓는 건데.  '


그러면서도 껴안은 변기를 놓을 수는 없었다.

그때는 누구보다 무엇보다 변기가 소중했다.

새벽 5시가 돼서야

내 몸안의 모든 것들이 다 나와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 장염 '  ' 탈수 '  두 단어만 떠올랐다.


'  아~~ 장염이 오면 탈수가 온다더니.

  정말 그러네.  이게 며칠 계속되면 정말 탈수가 오겠어.  

  고작 토하는 것,  장염 이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몸이 정말 아픈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아프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지금의 나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 분들의 고통이

  더 심할 텐데

  무슨 힘으로 글을 쓰는 걸까?

  왜 쓰는 걸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


토하는 와중에도

변기를 끌어안고 있는 순간에도

나는 그분들이 떠올랐다.

어느 위인보다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그 순간에도 글을 쓸 수 있을까?

   그 분들처럼 그렇게 끊임없이 성실하게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을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하고 있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참 웃긴다.  시건방을 떨고 있다.

   내가 뭘 안다고?

   감히 내가 그분들의 마음을  생각들을  

   백분의 일,  천분의 일이나 상상하고  짐작할 수 있을까?  '



브런치에는 몸과 마음이 아픈 작가분들이,  그분들이 쓰시는 글 들이 참 많다.

그분들의 글은 위로와 안식도 주지만

잠시 멈춰  삶 본연의 목적과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나와 내 주변을 사람들과 모든 것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한다.


 '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이렇게 살아도 될까?

    이게 중요할까?    넌 어떻게 살고 싶은데?

    이게 뭐가 중요하다고?  그래서 뭐 어쩔 건데?  

    그게 나중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어?  

    후회하지 않겠어?

    지금의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 않겠어?  '

  

금요일 밤과 토요일 새벽

잠시 아팠던 나는 브런치 작가님들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지금도 부끄럽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  이까짓 것 아무것도 아닌데.  뭘,  엄살 피우지 말자.  '


아침이 밝아오고

한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  장염이네요.  굴 드셨어요?  "

"  네,  굴이랑 회요.  "

"  재철이라 굴이랑 회 많이 드시는데

   요즘 굴 드시고 장염으로 많이 오세요.  

   환자 분은 체기가 있으신 거예요.  해산물에

   앞으로 조심해서 드세요.  그래도 또 체하실 거예요.  "

"  네  "


미래에 내가 또 체할 거라는 의사 선생님

그래도 다행이에요.  다시 체해도 괜찮아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체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나한테는

아프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주변의 사람들을  브런치 작가님들을



작가님들

아프지 않으실 순 없지만  안 아프면 좋겠지만

여러분들의 글들이 어리석은 저를 멈추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다른 이들에게도  되돌아볼 시간을 준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작가님들은 아프지 마세요.

계속 써주세요.

작가님의 이야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아침 마음을 꼭~ 드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