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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Aug 02. 2021

나는 이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요?

숨 죽이고 간간히 작가님들의 글은 읽고 있었어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소통하고 싶은 욕망이 들어 글들도 살짝 짝~ 저장도 해놓았지요.    

      

드디어 스터디가 마무리되었어요.

학생들 중간고사가 끝나고 아무래도 실력이 모자란 것 같아 스터디를 시작했어요.

내년에는 고등학생들을 지도할 예정이거든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교재 파악이 우선이고 준비할 것이 많아요.

물론 대충 시작을 해도 되지만 그건 제 성격이랑은 맞지 않아요.     

준비해놓지 않고 시작하면 밤에 잠을 설쳐요.

수업할 교재를 세팅하고

혼자 문제를 풀면서 어려운 문제, 실수하기 쉬운 문제, 단어나 숙어 정리

학생들에게 베포 할 프린트과 부교재 할 것이 아주 많아요.  

    

혼자 하면 쳐지기 쉬우니까 스터디를 모집하기로 해요.

시작은 당근 마켓에서였죠.

고등부 지도를 목표로 하는 강사들의 모임으로요.

하지만.......

성인들이 스터디 모임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프라이드가 강한 영어 강사들은 더더욱 그렇죠.

학원에서 만난 수학과 국어 과학 과목 선생님들은 안 그런데 유난히 영어 과목 선생님들은 ㅠㅠ

게다가 지역까지 겹친다면 난관이 예상돼요.

주위에 입소문을 내고 스터디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하지만

정기적인 스터디는 부담스럽다고 거절하거나 겁을 내요.     


‘ 음~ 정말 혼자 해야 하나? ’     


기운 빠져 있는데  “ 당근! 당근! 당근! ” 귀여운 당근이 속삭였어요.

한 분이 참여를 원하셨고 저는 확산되는 코로나가 무서워서 공원에서 스터디할 것을 제안했어요.

 분도 괜찮다고 하셨고, 우리 둘은 첫 만남부터 야외 공원에서 스터디를 시작해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공원이 정말 많아서 한 블록마다 하나씩은 공원이 있어요.

게다가 아주 특색 있고, 이용하기 편하도록 편의시설을 잘 갖추었어요.,

특히 센트럴 파크는 조경과 경치가 정말 좋아서 드라마나 광고에  자주 나와요.



사람들은 야외 테이블에 커피나 다과를 놓고 재미난 얘기를 하는데

나와 그녀는 테이블에 앉자마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음료수를 놓고 책만 바라봐요.

티타임이나 브런치처럼 캐주얼하지 않은 다소 경직된 분위기      

두 시간이 지나고, 어색한 웃음과 인사를 건네요.     


“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 괜찮은 것 같아. 둘이라도 열심히 하면 되지! ’     


돌아오는 길에 희망이 생겼어요.

그 후에도 참여를 하겠다고 한 사람들은 있었지만 막상 스터디 전날이나 당일 아침 대부분 취소하시더라고요.     


‘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에요. 짝꿍이 하나 있잖아. ‘     


일주일 동안 혼자 공부한 교재에서

어려운 부분, 질문할 부분, 학생들에게 한번 짚어주어야 할 부분을 노트해서 공유했어요.     


“ 선생님, 이게 무슨 용법이죠?  ”

“ 이게 그거 맞아요?  이래서 이게 쓰인 거죠? ”

“ 너무 어려워요. 이거 이해가 가요? ”     


두 시간 동안 스터디하고 헤어질 때면      


“ 다음 주에 봬요.  저~ 이거 집에 가셔서 드세요.  ”   

  

그녀가 초콜릿을 내밀고, 저는 샌드위치를 건네고

그렇게 헤어지고 다시 혼자 공부하는 일주일 동안 모르는 게 있으면

카톡 사진을 보내고 질문을 해요.

그럼 친절하고 실력 있는 그녀가 답을 찾아 알려주었어요.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던 책 두 권이 끝났어요.

게다가 보카 북 두 권 정리 작업까지 마무리했어요.

수업을 하고, 스터디를 하고 입술에 물집이 잡히고 눈이 퉁퉁 붓더라고요.

살도 찌고 어깨 목 허리 만성적인 통증이 찾아오고,

정형 외가 치료를 받고

집 공원 도서관 마트 정형외과

이것이 제 동선의 전부였어요.      


짬짬이 쉬고, 여름휴가를 다녀오기도 했지만 다시 공부를 하니 힘들더라구요.

하지늦은 공부에 재미나기도 했어요.

주말에도 도서관에 가고, 공부방에 있는 큰 테이블에서 딸이랑 공부를 하고

남편은 거실에서 잔무를 하고 그렇게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어요.     

그리고 두꺼운 교재를 드디어 끝냈어요.

혼자서라면 못 했어요.  그녀가 있어서 잘할 수 있었어요.     

저번 주에 교재를 끝내고 저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했어요.


스터디를 마치고 나서 한가한 오전 시간에 무엇을 할까? 생각해봤어요.

유아 시장은 줄어들고 시니어 시장은 확장되는 추세니까     


‘ 시니어 직종 일에 한번 도전해볼까?

 시니어 전문 강사 일은 오전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거야. ‘     


오후에는 수업이 있어 오전에 2.3 시간정도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과외 강사들은 혼자 하는 일이라 외로워요.

돈보다 관계

나에게는 동료라는 끈이 필요해요.


이력서를 보내고, 지난 금요일에 면접을 보라는 전화가 왔어요.

다음 주 면접을 보러 갑니다.  

   

‘ 저는 이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요? ’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이, 사건들이, 제 인생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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