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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Aug 03. 2021

부끄러움은 나의 것

이게 무슨 냄새야? ”

" 방귀 냄새 아니야? 너야? 네가 뀌었어? "

“ 응? 어~ 그게, 선생님이 지금 똥을 누고 와가지고.

  미안해.   똥 냄새야. “

“ 윽~ 아이구 토할 것 같에. 너무 지독해. ”     


남자아이들은 인상을 쓰면서 코를 잡고, 구역질하는 시늉을 했다.


수줍게 웃는 작은 여자 아이

구겨졌던 아이가 부채처럼 환하게 펴졌다.     

아이가 웃자 나도 웃고, 우리 모두는 이를 드러내고 

소리 내서 웃기 시작했다.

' ' '방귀 ' 아이들이 가장 많이 쓰고 좋아하는 단어

 분위기를 무장해제시켜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게 만드는

 나도 좋아하는 말




한 달 전 파닉스 반을 열어달라는 전화가 왔다.

초등학교 2학년 친구들인데 남자아이 세 명, 여자 아이 한 명이란다.

시간을 다시 조정해서 반을 만들었다.

몇 번의 수업이 지나자  아이들의 개성이 느껴졌다.

남자 둘, 여자 아이 한 명은 순하고 조용한 편이지만

남자아이 명은 개구쟁이였다.

네 명이 모아져야 반을 시작할 수 있어 급하게 결성된 것 같았다.     

장난꾸러기 한 명으로 다소 시끄럽긴 했지만 덕분에 재미있고 활기돌았다.


남자아이들끼린 그런가 보다 하는데

여자 아이 한 명과 톡톡이가 맞지 않을 것 같았다.

형제다 보니 말을 툭툭 던지는 그 아이와 섬세하고 조용한 여자 아이는 성향이 달랐다.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방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 윽~ 이게 무슨 냄새야? 너야? 네가 꼈어? ”

“ 아니, 난 아닌데. ”

" 그럼 누구야? 너야? "


여자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 냄새는 무슨!  선생님이 방귀 뀐 거야. ”

네? 선생님이요? 아이~ 선생님은 방구쟁이네.  ”

“ 자, 다시 얼른 집중해서~ ”     


여전히 방귀 냄새는 가시지 않고 지속적으로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 아무래도 선생님 아닌 것 같은데. 진짜 범인이 있는 것 같아. ”


그 아이는 방귀 뀐 진짜 범인을 잡겠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고  겁을 먹었는지 여자 아이의 얼굴이 벌게지며 굳어졌다.     


“ 선생님, 저 화장실 다녀올게요. ”     


여자 아이는 조용히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다.

한참 뒤 문을 열고 나온 아이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한 냄새가 방 안으로 스며 들어왔다.     

가벼운 방귀 냄새가 아닌 묵직한 똥 냄새~


아뿔싸~  물을 안 내린 것 같은데. ’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종종 변기 물을 내리지 않는다.

물 내리는 것을 까먹는 것이다.     

물을  내렸다 해도 변기에 변이 제대로  내려갔는지 확인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변~이 생긴 것 같았다.


“ 얘들아, 잠깐만! ~ ”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를 봤다.

역시나 변기 안에는 그것이 얌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쏴~ 아 ' 물을 내린 뒤 화장실을 나왔고 수업을 이어갔다.


“ 선생님, 저 화장실 다녀올게요. ”

“ 그래 ”     


이번엔 개구쟁이 그 녀석이다.     


“ 윽~ 냄새. 아휴~ 지독해.  맞네.  선생님이 범인이네.

 정말 아까부터 방귀 뀐 사람이 선생님이었어.  “

방귀 고 똥 누는 건 당연한 거야.

  사람은 다 그런 거야.  너도 아침에 똥 누잖아.

  배에 가지고 다니지 말고, 시원하게 변기에 누고 다녀. “

“ 선생님, 이제 선생님을 방귀쟁이라고 부를 거예요. ”

안돼~~~ 그러지 마. 그럼 내가 창피하잖아. 

이건 우리끼리 비밀로 하자. 집에 가서도 얘기하지 말기다.

  대신 선생님이 맛있는 아이스크림 줄게. “

“ 네~ ”     


수업이 끝나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 엘리베이터 내리고 나서 먹는 거야. ”

“ 네 ”     


모두들 엘리베이터를 타고 기다리는 사이

작고 귀여운 그 여자 아이가 살포시 나를 보고 웃자

나도 그 아이를 따라 웃는다.     


그래,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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