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무슨 냄새야? ”
" 방귀 냄새 아니야? 너야? 네가 뀌었어? "
“ 응? 어~ 그게, 선생님이 지금 똥을 누고 와가지고.
미안해. 내 똥 냄새야. “
“ 윽~ 아이구 토할 것 같에. 너무 지독해. ”
남자아이들은 인상을 쓰면서 코를 잡고, 구역질하는 시늉을 했다.
수줍게 웃는 작은 여자 아이
구겨졌던 그 아이가 부채처럼 환하게 펴졌다.
아이가 웃자 나도 웃고, 우리 모두는 이를 드러내고
소리 내서 웃기 시작했다.
' 똥 ' '방귀 ' 아이들이 가장 많이 쓰고 좋아하는 단어
분위기를 무장해제시켜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게 만드는
나도 좋아하는 말
한 달 전 파닉스 반을 열어달라는 전화가 왔다.
초등학교 2학년 친구들인데 남자아이 세 명, 여자 아이 한 명이란다.
시간을 다시 조정해서 반을 만들었다.
몇 번의 수업이 지나자 아이들의 개성이 느껴졌다.
남자 둘, 여자 아이 한 명은 순하고 조용한 편이지만
남자아이 한 명은 개구쟁이였다.
네 명이 모아져야 반을 시작할 수 있어 급하게 결성된 것 같았다.
장난꾸러기 한 명으로 다소 시끄럽긴 했지만 덕분에 재미있고 활기도 돌았다.
남자아이들끼린 그런가 보다 하는데
여자 아이 한 명과 톡톡이가 맞지 않을 것 같았다.
형제다 보니 말을 툭툭 던지는 그 아이와 섬세하고 조용한 여자 아이는 성향이 달랐다.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방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 윽~ 이게 무슨 냄새야? 너야? 네가 꼈어? ”
“ 아니, 난 아닌데. ”
" 그럼 누구야? 너야? "
여자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 냄새는 무슨! 선생님이 방귀 뀐 거야. ”
“ 네? 선생님이요? 아이~ 선생님은 방구쟁이네. ”
“ 자, 다시 얼른 집중해서~ ”
여전히 방귀 냄새는 가시지 않고 지속적으로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 아무래도 선생님 아닌 것 같은데. 진짜 범인이 있는 것 같아. ”
그 아이는 방귀 뀐 진짜 범인을 잡겠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고 겁을 먹었는지 여자 아이의 얼굴이 벌게지며 굳어졌다.
“ 선생님, 저 화장실 다녀올게요. ”
여자 아이는 조용히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다.
한참 뒤 문을 열고 나온 아이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한 냄새가 방 안으로 스며 들어왔다.
가벼운 방귀 냄새가 아닌 묵직한 똥 냄새~
‘ 아뿔싸~ 물을 안 내린 것 같은데. ’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종종 변기 물을 내리지 않는다.
물 내리는 것을 까먹는 것이다.
물을 내렸다 해도 변기에 변이 제대로 내려갔는지 확인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변~이 생긴 것 같았다.
“ 얘들아, 잠깐만! ~ ”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를 봤다.
역시나 변기 안에는 그것이 얌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쏴~ 아 ' 물을 내린 뒤 화장실을 나왔고 수업을 이어갔다.
“ 선생님, 저 화장실 다녀올게요. ”
“ 그래 ”
이번엔 개구쟁이 그 녀석이다.
“ 윽~ 냄새. 아휴~ 지독해. 맞네. 선생님이 범인이네.
정말 아까부터 방귀 뀐 사람이 선생님이었어. “
“ 방귀 뀌고 똥 누는 건 당연한 거야.
사람은 다 그런 거야. 너도 아침에 똥 누잖아.
배에 가지고 다니지 말고, 시원하게 변기에 누고 다녀. “
“ 선생님, 이제 선생님을 방귀쟁이라고 부를 거예요. ”
“ 안돼~~~ 그러지 마. 그럼 내가 창피하잖아.
이건 우리끼리 비밀로 하자. 집에 가서도 얘기하지 말기다.
대신 선생님이 맛있는 아이스크림 줄게. “
“ 네~ ”
수업이 끝나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 엘리베이터 내리고 나서 먹는 거야. ”
“ 네 ”
모두들 엘리베이터를 타고 기다리는 사이
작고 귀여운 그 여자 아이가 살포시 나를 보고 웃자
나도 그 아이를 따라 웃는다.
‘ 그래,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