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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Oct 03. 2022

intj와 옥상

" 선생님 mbti는 뭐예요? "

얼마 전 학생의 질문에 무료 mbti 검사를 해봤다

10여 년 전 사회복지사였던 지인으로 인해 mbti와 애니어그램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사고형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나는 이해할 수 없었던 자신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십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 나는 조금 변하지 않았을까?

호기심이 일어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무료 테스트를 해봤다

그리고 보관하고 있었던 10여 년 전의 결과지도 다시 보게 됐다


10여 년 전 애니어그램에서의 나는 사색가 유형이었고

현재의 mbti 결과는 intj

다만 본성에서

t (사고형 ) 55 :   f ( 감정형 ) 45으로 감정의 수치도 높다

그래서 때로 검사 결과가 infj로 나오기도 한다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아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면

나는 infj 가 되는 것 같다

intj와  infj는 다르면서도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한다

나는 intj와 infj 그 사이인 것 같다


intj 유형

지적인 호기심이 강하다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고 과감하며 결단력이 있다

일하거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일을 놓지 못하는 성격이다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원인과 결과를 항상 따지는 편이다

사람들은 intj를 오만하고 건방지다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성이 가장 떨어지는 유형이다

하지만 그들은 외로움을 느낀다


나는 뜨거우면서도 차갑고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이다

내가 이중적인 사람인가?

혼란스럽기도 하고 실망을 느낀 적도 있었다

t와 f의 비율이 비슷해 그런 것 같다




어린 시절 나는 다양한 종류의 책, 상상하기를 좋아했다

식물을 가꾸거나 그림 그리기, 음악이나 라디오를 듣는 것도 즐겼고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심심해 하지 않고 잘 놀았다고 한다

5,6 살 무렵 어린 나는 몇 시간씩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만 있었다고

엄마는 그런 내가 궁금하고 신기해


" 뭐하니? "라고 물어보면

" 나 생각하고 있어. 상상하고 있어 " 대답했다고 한다


아롱이다롱이 1남 3녀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고

나는 그중 조금 특이했다고 한다


터울이 많이 지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막내는 교육적으로 유리하다

80년대 메이저 출판사 계몽사의 영업사원인 동네 아저씨는

새 전집이 나오면 우리 집을 항상 방문했고 엄마는 아저씨의 추천대로 책을 사들였다

우리 집에는 다양한 종류의 책이 있었다

전래 동화, 세계 동화, 위인전, 학습 만화, 백과사전, 영어 전집과 고가의 어학 기구

언니 오빠의 등교 후 모든 책들은 다 내 것이고 그것이 내 장난감이었다

사우디에서 힘들게 일했던 아빠도 큰오빠 일이라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부모님은 장남인 오빠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했다

하지만 노는데 정신이 팔린 오빠는 공부에는 영 잼병이었고

가세가 기울기 전까지 내가 그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책을 보고, 식물을 가꾸고, 동네 탐험을 다니고, 고양이를 키우던 나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친구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매일 아침이면 옥상으로 튀어 올라가 나의 식물이 얼마만큼 자랐는지

밤새 비바람을 잘 버텨냈는지 밤잠을 설쳐댈 정도였다

직접 거름을 만들어 주고 지지대를 만들고

열매나 씨앗을 수확하는 부지런한 어린 농부였다

아기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고

따듯한 체온을 나누며 자거나 대화를 나누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편안해졌다

또래의 아이들이 줄 수 없는 것들이 내 주위에는 넘치고 넘쳐났다


그래서인지 나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낯설고 힘들었다

뒤늦게 다니기 시작한 선교원에서도 나는 이방인이었다

내 주위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많았고

그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어른들의 삶에 익숙했고 더 재미를 느꼈다

몸도 정신도 성숙하니 또래 아이들의 대화나 행동이 유치하다 여겨 친구들과 놀기보다 그들을 관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놀이에 집중하기보다 아이들과 여러 상황을 분석하거나 지켜보는데 시간을 보냈

그것이 나의 놀이 방법이었던 것 같다


어린아이들의 놀이에서 관찰자는 지루한 존재이다

그들에게 관찰자와 감독관은 선생님 하나면 충분하다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고 승리를 안겨주는 놀이 친구가 최고다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하고 관찰자로만 존재했다


3년 동안 지역 대표 육상선수로 활동했던 시간들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원인이었다

육상을 그만둔 5학년 2학기 무렵

사춘기의 나는 동성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친구가 주는 즐거움과 행복에 미친 듯 빠져들었다

좋아하는 남자 아이도 오빠들도 생겼고

그들이 점차 내 관심을 차지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나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했다

사람으로 채워진 시간

채워진 시간들을 정리하고 비워낼 시간

늦은 오후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 가거나 동네 한 바퀴를 돌며 하루를 정리했다

그 시간들은 쓸쓸하기도 했지만 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나를 가장 편안하게 해 준 곳은 나의 옥상이었다

이사를 가기 전까지 옥상은 나의 최애 공간이었다


내 소중한 추억들의 대부분은 옥상이라는 공간과 시간에서 만들어졌다

옥상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옥상에서 나는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돗자리를 깔고 밥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누워서 책들을 읽고

일기를 쓰거나 학예회에서 발표할 연극이나 개그의 대본을 쓰곤 했다

깜깜한 하늘 그 옆에서 은은한 빛을 내던 달과 별

그 밤과 어울렸던 음악과 라디오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식물들이 뿜어내던 냄새들

모든 것들이 다 옥상에 있었고

그것들이 나를 가득 채웠고 키워냈다


지금은 재개발로 모든 것이 철거되고

고층의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을 것이다

나의 식물과 밤하늘과 달과 별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내 기억과 추억 속에서만 존재한다


옥상

나의 옥상

내 즐거움의 시작점이자

죽음의 순간 나의 마지막 점이 될

나의 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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