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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Oct 02. 2022

"안녕하세요" 인사를 할 겁니다

당신은 일곱 시 전후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길을 걸어갑니다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산책을 하는 나는

저녁의 당신이 아닌 아침의 당신을 만납니다

당신은 말끔한 양복에 커다란 가죽 가방을 둘러메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 갑니다

출근을 하고 있는 거겠죠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나는 당신의 얼굴을 눈을 피하려고 땅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심희영

당신은 내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짝꿍이었던 희영이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희영이는 선천성 뇌성마비라 몸의 절반

오른쪽이 안쪽으로 말려있는 친구였습니다

희영이는 손목과 발목이 안으로 말려있어 걸을 때마다 불편해 보였습니다

그 애가 걸을 때마다 중심이 흐트러져 넘어지면 어쩌나?

발목이 아프지는 않을까?

손목이 저리지는 않을까?

나는 신경이 쓰여 가끔 쳐다보곤 했습니다.


조용하고 말이 없지만 수줍은 미소를 짓던 ㅇㅇㅇ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던 자유로운 영혼 ***

춤추는 것을 좋아해 음악이 나오면 항상 몸을 흔들어 대던 ㅁㅁㅁ 언니

우리 반에는 장애를 가진 네 명이 있었는데

희영이는 그중 특별한 아이였습니다


장애를 가지면 불합리한 처우나 차별을 참아야 하고 항거하지 않아야 한다

착한 마음과 미소를 띄어야 한다

시끄러운 소음과 불협화음을 만들어내지 말아야 한다

그 시절 그것들은 모두의 암묵적인 룰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희영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희영이는 불합리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으면 반장에게 조곤조곤 따지곤 했습니다

억지를 피우거나 생떼를 부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히 하곤 했습니다

나는 그런 희영이가 신기했습니다

나와는 다른 그 아이가 궁금했고 조금 더 알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희영이와 짝이 되었고

쉬는 시간과 수업 시간 중간중간

희영이와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서로 조금씩 가까워졌고 희영이가 강한 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 나는 희영이가 걸을 때마다 불안해하지 않았습니다

그 애의 손목이나 발목이 더 이상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희영이는 자신만의 걸음새와 몸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희영이었습니다 


친했던 친구들의 무리에 희영이를 끼워주고 싶었습니다

그럼 내가 희영이와 친구들 사이에 이리저리 바쁘게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우리가 될 수 있으니

내가 좀 더 편할 것 같았습니다

친구들에게 희영이가 괜찮은 아이라고

같이 어울려 보자고 했습니다

친구들도 동의했고 이제 희영이는 더 많은 친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기뼜습니다

그런 나 자신이 썩 멋지고 착한 아이라고

편견을 가지고 장애우를 차별하지 않는 심성 고운 아이라 우쭐했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우리는 함께 밥을 먹고

하교 시간에도 희영이의 속도에 맞춰 모두가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희영이를 제외한 우리는 다시 빨리 걷기를 원했고

달리고 싶어 했습니다

수다를 떨 때 희영이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이야기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예전의 우리가 더 좋다고 더 편하다고

그 전처럼 지내고 싶다 말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

나는 희영이를 선택했습니다

아니, 나는 나 자신을 세뇌시켰습니다


' 나는 정의롭고 착한 아이야

  장애를 가진 친구를 버리면 안 돼 '


나는 친했던 친구들을 멀리 둔 채 희영이와 단 둘이 밥을 먹고 하교를 했습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내 밑천은 금방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나는 다시 친구들의 무리에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 아이들과 지내는 것이 더 즐겁고 편해

더 이상 희영이 곁에 남아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 희영아 미안해

  오늘부터 너랑 같이 점심 못 먹어. "

" 그래, 알았어. 괜찮아 "


희영이는 부끄럽고 어렵게 말하던 내게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자신과 멀어지는 이유도 묻지 않았고 잘 지내자고 조르지도 않았습니다.

분명 그 애는 괜찮지 않을 텐데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덤덤한 희영이라 다행이라며

홀가분히 나는 친구들의 무리들 속으로 돌아갔습니다

내 걸음의 속도는 그 전보다 더 빠르고 단호했습니다

주변은 돌아보지 않고 앞만 바라봤습니다


희영이가 있는 곳은 있을만한 곳은

걸어가지도 시선을 두지도 않았습니다

그 애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멀리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희영이와 눈이 마주칠까 두려웠고

희영이가 나에게 말을 걸까 겁이 났습니다

희영이를 거절할 나를 보기 싫었으면서도

그런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수치스러웠습니다.

희영이를 보는 것이 고통스러워

처음부터 희영이를 몰랐던 것처럼 그 애를 외면했습니다

시간은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게 흘렀고

희영이와 나는 낯설고 어색한 타인이 되었습니다.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했고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었습니다


삼십여 년이 지나도 이따금 나는 희영이를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저려왔고

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 섣불리 위로하거나 친해지려 하지 말자

  나는 그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 '



이른 아침 당신을 볼 때마다

나는 희영이를 떠올립니다

지금 나는 당신의 눈을 얼굴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어쩌면 당신은 평화로운 아침 시간을 즐기며 출근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른 아침

나는 종종 트랙을 도는 백인 남성과도 자주 마주칩니다

그 역시 나를 알아봅니다

얼마 전 눈이 마주친 그와 나는 웃으며 "good morning"이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와 첫인사를 나눈 뒤

나는 당신과도 인사를 나누기로 다짐했습니다

더 이상 당신을 희영이를 피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면

나는 더 이상 땅을 내려다보지 않고

"안녕하세요"라고 말할 겁니다

당신도 나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아침마다 마주치면

서로에게 " 안녕하세요 "라고 말해주길

오늘 하루도 힘내라고 행복하자고 속 깊이 기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이 내 마음속 희영이를 떠올리게 했지만

당신으로 인해 내 마음속 희영이가 편안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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