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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Oct 05. 2022

오늘도 감사합니다

나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공원을 산책한다

우리 동네 공원들은 테마를 가진

특색 있는 장소들인데

조경이나  편의시설 등이 화려하고 정갈해

영화 드라마 광고 등에도 자주 나오고

외부인들도 즐겨 찾는다


나는 낯선 이들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익숙하고 편안한 공원이 좋다


들꽃과 들풀이 있고

집 안 마당이나 골목 어귀에서 보았고

보일 법한 느슨한 나무들이 있는

친근하고 편한 곳이 내 마음에 들어온다

그곳의 작은 의자나 벤치 흔들 그네에 앉기도 하고

평상에 종종 누워 하늘을 보기도 한다

모든 것들 역시 청결하고 관리가 잘 되어있다

방금 지나가다 이유를 알았다


세 명의 아저씨들이 서서 쪼그리고 앉아

나무 의자들을 그라인더로 사포로 열심히 갈아내고 있었다

갈아내고 난 뒤

나무 가루가 남지 않도록

솔로 털어내고

솔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은 입바람으로 불어내고 계셨다


저분들 덕에

내가 편안히 앉거나 누울 수 있구나


나는 지금 아저씨들 옆 평상에 앉아있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부끄러워서 인사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감사하다 말하지 못하고

지나갈 수도 있다

작은 눈인사라도 하면 좋을 텐데


감사합니다

부끄러운 사람들은 고맙다 말하지 못해

지나갈 수 있어요


내게 편안한 의자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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