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서암 사언 화상은 매일 자기 자신을 " 주인공! " 하고 부르고서는 다시 스스로
"예! "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 깨어 있어야 한다! 예! 남에게 속아서는 안 된다! 예! 예 "라고 말했다.
나는 이 구절을 읽고 나서는 왈칵 눈물이 났어
평생을 수양한 노스님이 매일 아침 자신을 주인공이라고 부르고 스스로 대답했데
너무 아름답지 않니?
자기답게 살려는 모습이
항상 깨어있으려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어
몇 번을 다시 보고 들어도 지금도 가슴에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올라
만약 그런 사람을
매일 아침 주인공이라 부르고 스스로에게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 같아
정말 멋있는 사람이야
자신의 색을 가지고 있는 사람
나만의 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주인공으로 살아가려 매일 애쓰는 사람
깨어있으려 노력하는 사람
정말 아름다워
내가 좋아하는 부분들이야
아무리 타인이 선의지를 가지고 조언을 해도 그 말에 따라 사는 순간
우리는 주인이 아닌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주인이 되었다는 것은 단지 내 삶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
달리 말해 나 자신이 가진 잠재성을 활짝 꽃 피우면서 살게 외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진정한 주인은 타인을 노예로 부리지 않는 법입니다
타인을 노예로 부리는 사람은 겉으로는 주인처럼 보이지만
사실 노예에 지니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타인을 노예로 부리는 사람은 겉보기에는 주인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자기가 부리는 사람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이토록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여기서 사랑은 자기에 대한 것일 수도 타자에 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주인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됩니다
무엇인가의 노예로 살아가는 자기의 모습보다는
분명 당당한 주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더 사랑스러울 테니까요
동시에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우리는 반드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나는 책을 읽다 소승불교, 대승불교, 공사상, 아라한, 화엄
여러 단어들을 알게 되었어
공사상
' 자아의 아집 '으로부터 벗어나 것 '너 '와 ' 나 '의 대립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한 것
세상이 허무하다는 '허무주의 ' 가 아닌 욕망으로부터 시작되는
자아나 사물에 대한 집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
개인은 스스로의 실체를 규정하기보다 ' 무아 '를 깨닫고 집착과 이기심을 극복
중생들과 화합할 것을 강조했다
화엄
온갖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한다는 뜻의 잡화엄식에서 나온 말
들판에 잡다하게 피어 있는 수많은 꽃들의 장관
그중 공사상과 화엄
이 두 단어가 가장 인상적이고 뇌리에 박혀
공사상은 허무주의
화엄은 엄격하고 욕망을 절제하는
단어들로 알고 있어서 진부하고 고리타분하다 여겼는데
실은 굉장히 아름답고 진보적인 단어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번째 문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봤을 때
나는 비교적 주인공으로 살려고 애써왔던 것 같아
가족, 친구, 직장 내 상사와 동료들, 주변 지인들 모든 관계에서 말이야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하거나
나를 노예로 부리려는 사람들을 대하면
과거의 어리고 약했던 나는 도망쳤던 것 같아
숨이 막혀서, 힘이 들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
점점 어른이 되고 강해지면서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진 않았어
무섭고 힘들고 아파도 외로워도
마주 보고 서 있으려 노력했어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고 괴로워도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썼지
그런 시간들을 지나고 나니
그 시간들을 피하지 않고 마주 섰던 내가 좋더라
비겁하지 않게 당당하게 ' 나 ' 다움을 지키려 발버둥친
나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하더라
아직 네가 어리고 힘이 없고 약해서
너를 노예로 부리는 사람들이 네 주위에 있다면
그런 환경에 처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그들을 견뎌내야 한다면
나는 너에게 당당히 맞서 싸우라는 말은 못 하겠어
그건 너무 아프고 힘들거든
간신히 버티고 있는 너를
' 용기가 없다 ' , ' 의지가 약하다 ' 비난하지도 충고하지도 않을 거야
너는 최선을 다해 너의 시간들을 지나고 있을 테니 말이야
하지만 난 네가 마음속 깊이 ' 너 ' 다움을 지키고 있으면 좋겠어
언젠가 마음껏 ' 너 ' 다움을 펼칠 수 있는 시간들이 반드시 올 테니
그걸 기억하고 꿋꿋이 살아갔으면 좋겠어
' 너 ' 의 시간들은 느리지만 천천히 너에게 걸어가고 있어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자기 멋대로이고 고집이 세다
어른 무서운 줄 모르고 싹수가 없다
화합할 줄 모른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개성 있고 독창적이다
편견, 가식, 고정관념이 없다
의지가 굳고 솔직하다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반대로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되기도 해
애정을 갖고 나를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지
그 사람들에게 나를 좋아해 달라고
너희들이 생각하는 나는 사실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거나 애걸하지도 않아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부질없는 욕심이니까 말이야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
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나는 내 색을 잃어버려
나는 그게 가장 두려워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 명사가 되는 것
대신 나는 나를 좋아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선택하기로 해
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난 행복하고 즐거워
그들은 나를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거든
나를 응원해주고 칭찬해주고 아껴주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시간을 가져
그리고 나는 그 사람들을 놓치지 않을거야
나 역시 그 사람들을 사랑하고 아껴서
'그' 혹은 '그녀'가 세상에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길 응원하고 사랑할 거야
그렇게 너와 나는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갈 거야
죽을 때까지 말이야
너와 나는 세상이란 큰 들판에 각자의 꽃으로 피어날 거야
온통 장미밭이 아닌
여러 가지 꽃들이 섞여 있는
다양하고 화려한 들판에 ' 너 ' 와 ' 나 ' 의 꽃으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