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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Nov 07. 2022

시부모님과의 관계가 재시작되었어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브런치 북  '어머님, 저도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답니다 '

를 읽으시면 이 글을 읽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4년 동안 나는 시댁과 연락과 왕래가 없었어요

절연하고 절연당했다 생각했습니다





10월 초 일하고 있는 도중 남편에게 전화가 왔어요


" 아버지한테 카톡이 왔어. "

" 어? 정말? "

" 응, 만나자고 하시네 "

" 그래, 만나서 얘기해봐 "


누구 한 분이 아프신가?

도련님이 결혼을 하나?

왜 갑자기 연락이 왔지?


남편은 아버지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고 해요


" 다 정리하겠다고 하시네.  강원도로 한 번 내려오래 "

" 그래, 다녀와 "


퇴근한 남편은 이것저것 통화한 이야기를 했어요

남편은 그 주 토요일 새벽 강원도로 향했다

이른 새벽 출발하는 남편에게 커피를 내려주며


" 조심해서 운전해.

  얘기가 잘 되면 주말 동안 쉬고 오는 것도 좋고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얘기해 "

" 무슨 자고 와? 그냥 점심이나 먹고 와야지 "

" 그래, 편한 데로 해 "


' 이야기가 잘 되고 있을까? 싸우면 안 되는데

  어젯밤 잠은 잘 잤을까? 운전 조심해서 해야 하는데 '


5시쯤 출발한 남편은 이른 아침 시댁어 도착해

을 먹고 얘기를 나누고 점심 식사 후 출발해

오후쯤 도착했어요

술술 그간의 얘기들을 풀어놓았어요


" 가게 하나는 정리를 했고 나머지 하나는 이번에 주신다고    하시네

   서울 집은 ** 명의로 주고, 아직 결혼을 안 한 모양이야

   직장도 아직 안 다니고 간간히 아르바이트로 일한데

   걱정이 많으셔  많이 늙으셨고

   이제 연락도 하고 왕래도 하고 싶으시데 농사지으신 것들도 보내고 싶으시데

   곧 김장철이니까 네가 시간 되면 와서 김장도하고

   바쁘면 보내주신다고 해

   어떻게 할래?  너 갈 수 있어?  "

" 글쎄, 난 자신 없는데

  당분간 오빠랑 하린이만 데리고 왕래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좀 겁이나.  두려워

  또다시 싸우게 될까 봐, 다시 사이가 멀어지는 것보다

  멀리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렇게 지내는 게 낫지 싶은데

  난 내 마음이 내키면 그때 왕래를 할게.  

  아직은 자신이 없어 "

" 그래, 그럼 그렇게 해 "

" 좋아? 이제 괜찮아?  다 용서했어? "

" 글쎄, 좋은 건 없어. 지금도 그냥 그래

  왜 갑자기 그러실까 생각도 들지만 이제라도 약속을

  지켰으니까

  다시 왕래하면서 지내고 싶어. "

"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난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 게 "


남편은 내게 시댁과 연락을 하거나 왕래를 강요하진

않았어요

일주일간 정말 많은 생각들을 했어요


나는 속이 좁아요. 너그럽지 못해요. 잘 잊지도 못하고

왜 그리 기억력은 좋은지

하고 싶은 말은 다 해야 해요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고

일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돌리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했어요.

생각을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었어요

마주 보고 걸어오는 사람이 있는데 울음이 터지면 멈출 수가 없었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다가도 울음이 터지면 화장실로 뛰어갔어요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지났는데 왜 이럴까요?

지나간 시간들인데  아직도 상처는 딱지가 앉지 않았나 봐요


금요일 저녁

소파에 앉아있다 나도 모르게 내뱉고 말았어요


" 내일 새벽 강원도에 가자 "

" 어? 갑자기? 왜? "

" 가자, 가는 게 좋겠어. 그래도 먼저 손을 내밀었으니까 "

" 너 괜찮겠어?  안 그래도 되는데 "

" 생각만 하다가는 끝이 안 날 것 같아.

  얼굴 보면 다시 정리가 되겠지

  머리도 아프고 이제 그만 고민하고 싶어

  그런데 좀 겁이 나. 다시 싸울까 봐 관계가 악화돨까봐 말이야. "

" 아냐, 그런 일 없을 거야.  엄마 아빠 많이 변하셨어 그리고 늙으셨어 "

" 그래? 그래, 한번 가보자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니까 "


남편과 나 하린이 우리 셋은 예정에도 없던 강원도 시댁으로 향합니다

내일 모두 간다는 갑작스러운 연락에 어른들은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고속도로에서 하린이는 자고

나와 남편은 이런저런 과거 얘기를 합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과거를 얘기합니다


톨게이트를 나왔어요

마을 입구로 들어갑니다

두근두근 내 마음이 떨립니다

먼저 가자고 내뱉었던 내가 후회되기도 했어요


마침내 도착

차를 마당 한가운데 세웠어요

아버님은 차 소리에 밖으로 나와 차 문이 열릴 때까지 서계십니다

얼핏 창문 밖으로 아버님이 보입니다

눈물이 왈칵 터집니다


' 미움이 아니였구나.  그리움이었구나

  미움과 원망이 다가 아니었어 '


아버님의 얼굴을 보자

일주일간 고민했던 내 마음을 금세 알아차립니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몰랐나 봅니다

차 뒤로 어머님이 보입니다

또다시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옵니다

침을 꿀꺽꿀꺽 삼킵니다


뒷좌석의 하린이를 깨우고 자리를 정리하느라 시간이 걸립니다

아니 사실은 일부러 시간을 벌었습니다

아버님보다 어머님과 더 틀어졌던 사이라

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린이를 먼저 내리게 하고 나는 차에서 잠시 숨을 쉬었습니다

옹졸했던 내가 생각나 부끄러움도 일었습니다


" 아버님, 잘 지내셨어요? "

" 그래, 잘 지냈니? 하린이 많이 컸네 "

" 안녕하세요 "


어머님이 천천히 걸어옵니다

나는 어머님을 바라보다 잠시 마당을 바라보다

다시 차를 보고 땅을 내려다봅니다


" 어머님, 저희 왔어요 "

" 그래, 잘 왔다 하린이 많이 컸네 "

" 네, 키가 많이 컸죠? "


아버님은 우리를 데리고 마당과 텃밭, 하우스, 닭장 등으로

데리고 다니십니다

그동안 만들고 일구었던 것들을 자랑하십니다


' 많이 외로우셨구나.  좋으신가 보네 '


" 훌륭하네요. 잘 만드셨어요 "

" 이제 들어가서 아침 먹자. 엄마가 너희들 온다고 불고기에 아귀찜을 해놨어

  점심은 회를 먹고 저녁에는 고기 먹자 "

" 네, 먼저 들어가세요  

  전 좀 둘러보다 들어갈게요 "


모두들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나는 금세 들어가지 않고 마당에 있는 사과나무들을 봅니다

떨렸던 감정과 그 동안의 어색함을 이겨내기 위해

용기를 내기 위해 마음을 추스르고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아버님과 남편 하린이는 거실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나는 주방으로 가서 아침을 준비하는 어머님 옆에 서 있습니다


" 집을 참 잘 지으셨어요 "

" 그래, 좋지? "

" 있는 거에 그냥 먹으면 되는 데.

  뭘 이렇게 많이 차리셨어요? "

" 아버지가 다 온다고 하니까 좋아서 장을 봐서 오셨어

  넌 잘 지냈니? "

" 네, 잘 지냈어요.  모두들 다 잘 지내셨죠? "

" 그래, 다 잘 지냈다. 가서 앉아 힘들었을 텐데 "

" 아니에요 "


아침 점심 저녁을 함께 먹고 산책을 하고

손이 모자라서 하지 못한 일들을 함께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어느새 나는 두 분의 눈을 삼 초이상 마주칠 정도가

되었습니다


시골 생활이 힘드셨나 봅니다

시골 인심이 그리 좋다고 하지 않네요

텃세도 있었고, 대화가 통하지 않아 외롭기도 했답니다

아버님이 기술도 있고 지각도 있는 분이라 식수개선이며 불합리한 행정들을 개선시키기 위해

애쓰셨는데 외지인들이 동네를 휘젓고 다닌다고

얌전히 지내라 하기도 했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시는데 이제는 또 주변 분들이 하나 둘 돌아가시니

마음이 심란한가 봅니다

늦은 밤까지 두 분은 이런저런 얘기들을 쏟아냅니다

하시고 싶은 얘기가 정말 많았나 봅니다

깊은 밤 잠이 들고

이른 새벽 눈이 떠진 나와 남편은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 이상하다, 밉지가 않아 그 동안의 감정들이 싹 사라졌어

  그렇게 어색하지도 않고 어쩜 이럴 수가 있지? "

" 괜찮아? 괜찮지. 이제 왕래해도 되겠지? "

" 그러게 신기하네 "

" 가족이라 그런 거야 "

" 그런 걸까? "


아침을 먹고 나는 지역 축제인 갈대밭에 가자고 제안합니다

아버님은 같이 가기로 하고 어머님은 남아서 밭에 마늘을 심겠다하십니다

차 안에서 또 아버님의 그동안의 시골 생활의 설움 토로가 시작됩니다


' 그동안 어떻게 참으셨을까?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


듣기 싫기보다는 그동안 참아냈을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물과 간식거리를 배낭에 메고 산에 오릅니다

아버님의 다리 근육이 많이 빠졌습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쉽니다

뒤에서 밀어드리리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그런 용기는 나질 않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갖기로 합니다

그 시간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반도 오르지 못했는데

아버님이 중도포기를 선언하십니다

웃음이 나옵니다


" 난 못 가겠다.  너희 둘이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게 "

" 그럼 내려가요. 억새는 내년에 다시 와서 보면 돼요 "

" 나 때문에 못 봐서 미안한데 "

" 괜찮아요. 동강도 보고 싶었었어요 "


산 정상의 억새밭은 포기하고 동강으로 향합니다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가 아닌

잔잔하고 반짝이는 강은 나의 마음을 평화롭게 합니다

남편이 화장실에 간 사이

아버님과 나만 단 둘이 강 앞에 서서 강물을 바라봅니다


" 내가 산불 감시단으로 일 년에 몇 달씩 일을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시골에 까지 내려와서 왜 그런 일을 하냐고

  돈이 없냐고 물어보더라  얕보기도 하면서 말이야 "

" 네?  왜 그러실까? "

" 일을 하면 용돈도 벌고, 시간도 잘 가고, 늙지도 않는데

  사람들과 생각이 좀 달라서 힘이 들 때가 있어 "

" 아버님, 속상해하지 마세요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하던 일도 안 하고 편히 노는 어른들보다

  아버님이 더 잘 생활하시는 것 같아요

  산불이 나지 않도록 자연도 지키시고 일도 하시면서 용돈도 벌고

  걸어 다니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잖아요

  동네 사람들 말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아버님이 자랑스러워요

  아버님 멋지세요 "


남편이 올 때까지 아버님과 나는 아무 말이 없었어요

말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흐르는 강만 계속 바라봤어요


시내에 들러 점심으로 먹을 통닭을 사서 집으로 향합니다

그 사이 어머님은 텃밭에 마늘을 심고

챙겨줄 배추 무 파 사과 참기름 바리바리 짐을 정리하고 계십니다


" 필요한 거 없으세요? 다음에 올 때 사 올게요 "

" 공산품이 비싸다. 비닐이랑 포일 랩 지퍼백 그런 거 말이야 "

" 저 코스트코 자주 가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톡 주세요

  세일할 때 사놓을게요 "

" 그래 "

" 김장은 언제 하실 거예요?  주말에 해야 제가 내려올 수 있는데 "

" 11월 말쯤 하게 될 것 같아 내가 편할 때 할게

  일 하느라 힘든데 내려오지 마 "

" 아니에요, 저희가 먹을 껀데 와서 직접 해야죠

  주말에 하세요. 이것저것 물건도 사야 하는데 "


통닭을 먹은 뒤 사과와 차를 먹고 마십니다

캐리어를 싣고 물건들을 실은 뒤

차에 올라탑니다


" 김장할 때 올게요 "

" 힘들 텐데 오지 말고 조심해서 가 "

" 네, 건강하세요 "


두 분을 뒤로하고 울퉁불퉁 시골길을 달려갑니다


" 괜찮지? 너 괜찮은 것 같던데 "

" 그래, 괜찮은 것 같아 "


남편에게 졸리다고 좀 자겠다고 말한 뒤

나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원인과 결과

잘못과 사과


때로 그것들을 말하지 않고 따지지 않아도 되는 시간들이

오는구나

그런 시간들은 내게 절대 올리 없다 장담했는데

세상에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내가 되기도 하는구나

나도 나를 잘 모르는구나

묻지 않고 그냥 덮어두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그건 비겁함이 어리석음이 아니었어

현명함이고 인자함일 수도 있는 거야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나이가 드는 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야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그 시간들이 그들이 다시 보고 싶어 집니다  그리워집니다


마당에 있던 사과나무

새벽에 꼬끼오~ 울어대던 청계들

마당에 큼지막하게 여물어가던 배추와 무

동강을 말없이 바라봤던 나와 아버님

과거에 대해선 단 마디 하지 않았던 어머님과 나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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