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 소설가 Nov 06. 2022

정연에게

정연

낮에 정연이 지인 A로 인해 속상했던 이야기를 듣고는 속이 상했어

나도 정연처럼 어리고, 사람에 대해, 나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

정연이 속상했던 그런 일들을 많이 겪고 지나갔으니 말이야

그때 나는 주변에 얘기하지 않고 ' 다 내 잘못이겠거니 ' 싶어 지나갔거든

' 내가 원인이겠거니 ' 나를 자책하면서 말이야

사실 대부분이 내가 원인이기도 했어


나는 고민이 많거나 상처를 받으면 혼자 동굴로 들어가는 편이야

지금도 그런 성향이 강해서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에게 말을 잘하지 않아

가장 가까운 남편에게도 말이야

내 상처를 말한다 해도 결국 해결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

나로 인해서 속상하거나 걱정하는 게 싫거든

동굴로 깊이 들어가서 그것에 몰두해서 생각하고 생각해

더 이상 견딜 수 없거나 그로 인해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면

내가 지금 이런 상황이니 이해해 달라고

곧 해결할 테니 혼자 있을 시간을 달라 말하지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라거나 왜 말하지 않았냐고 물어봐

자신을 믿지 못해서 그러냐고 섭섭해하기도 해


' 이건 내 문제이고 결국 누구도 아닌 내가 해결해야 해  '


단지 나는 집중해야 할 시간이 필요한 거야

여러 말을, 이 말 저 말하다 보면

문제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정신이 흐트러진다는 느낌을 받거든

그래서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편하고 또 바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

예감, 촉이라고 하지?  그것도 정확한 편이야




내가 조언을 구하는 경우는 드물어

내가 모르는 영역의 일들을 처리해야 할 때

일과 관련된 판단이나 결정을 해야 하는데 확신이 없거나 헷갈리는 경우

그로 인해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우

법적인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거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그 밖의 인간관계에서는

나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고 책임을 지지


이번 여름엔

가르치는 학생 학부모가 정말 상또라이였어

그 또라이 때문에 너무 힘이 들어서 살이 거의 8킬로 가까이 빠졌지

걱정하지 마

줄었던 몸무게와 나갔던 멘털은 다 회복했어. ㅋㅋㅋ

법적으로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 신경 정신과 상담을 받고 증거를 남기기도 했어

몸과 마음이 너무 아파서 밥을 잘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어

이번 그 또라이는 실로 오래간만에 만난 정말 상또라이였어


'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다 이해하려 하고,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는 것은 내 욕심이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내 일만 열심히 성실하게 하자 '


이게 내가 사람을 대하고 내 일을 하는 기본 태도야




사교육을 하다 보니 정말 많은 학부모들을 만나게 돼

초등학교, 유치원, 어학원, 개인 그룹 과외 등을 하면서

학생들, 학부모, 선생님들, 선후배 동료 선생님들

내가 이 일을 계속한 지 20년이 넘었으니까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


내가 태어나 강제적으로 맺어진 직계 가족들과 친인척

자라면서 우연히 만나게 된 친구들과 지인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결혼을 해서 가족이 된 시댁 식구들

아이를 키우면서 만나게 되고 만나야 하는 사람들

혼자 살지 않는 한 계속 만나야 하지


그러면서 받게 되는 상처와

또 나도 모르게 내가 타인에게 주는 상처들

어쩔 수 없어  관계를 맺는 한 무한 반복이야

우리는 성인이 아니잖아

그렇다면 생각해야 해

되도록 내가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덜 받도록

나도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도록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


나는 강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강한 사람 말이야

몸이 약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그런 건 문제 되지 않아


정연

이해하지?


나는 남의 의지로 된 착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

저절로 착하게 된 사람이 좋아

착해야 해서 착하게 된 사람 말고

특히나 약해서 착한 사람은 더더욱 싫어

강한 사람

강한 사람은 저절로 착하게 돼'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지


'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강하고 좋은 사람일까? '




능력이 있고 성실한 사람

여기서 말하는 능력 있는 사람이란 고학력의 화려한 스펙을 말하는 게 아니야

초졸, 중졸, 고졸 아무 상관없어

학벌은 그가 열심히 성실히 공부했다는 증거지

물론 학벌은 많은 것들을 말해주기도 해

그가 좋은 사람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하지만 학벌에 상관없이

성실한 사람이라면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서 최상위는 아니어도

자기 자리는 확보하게 마련이야

더 나아가면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지

능력 있는 사람은 자기가 일한 분야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실히 노력했다는 증거야

그러면 돈도 먹고 살 정도 벌게 돼

남에게 돈을 빌어 살지 않을 정도로 벌게 되지

경제적인 자립은 성인이라면 반드시 필요해

꾸준함과 성실함이 장착되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돼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말이야



정연은 정기적인 투석을 받아야 해서 말하기가 조심스러워

만약 정연이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일할 수 있는 체력이 된다면

가급적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만들어야 해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고 운동도 하고

물론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힘들면 건강이 우선이니까

건강부터 살펴야 해.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거야

알았지?

사람이 사는 모습은 다양해

몸이 약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건 잘못이 아니잖아 그렇게 태어난 거니까

그걸 받아들이고 부모님이나 형제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부끄럽게 여기지 마

정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관심을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치료 잘 받고 건강해

그게 정연이 할 수 있는 최선이야


그게 아니라면 나는 정연이 경제적인 자립을 했으면 좋겠어

경제적인 자립은 굉장히 중요한 거야

만약 결혼이란 걸 하더라도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말아야 해

경제적 자립, 사회적 자립, 정서적 자립

이 세 가지 자립은 성인이 되면 반드시 이루어야 해




소명 의식이 있는 사람


나는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을 좋아해

여름에는 시원한 커피나 음료수

겨울에는 따듯한 커피나 차

종종 간식도 챙겨드려


전에 살던 경비 아저씨들은 분리수거도 깔끔하게 하지 않았고 친절하지도 않았어

아파트 복도나 주변도 지저분하고 일이 터지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곤 했지

2년 전 이사 온 이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들은 친절하시고

가급적 모두에게 존댓말을 사용하셔

분리수거도 깔끔하게 하시고 모든 곳을 청결하게 관리하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셔

그분들은 어디서든 분명 열심히 사셨던 분들이야


나는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사장님에게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해

주방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해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해

그러면 모두 기분이 좋아지지

그리고 정말 그분들께 감사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니까

우리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잖아

단지 화폐로 음식과 돈을 교환했을 뿐이야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멋있어




운동을 하는 사람


정연이 운동이 가능하다면 가급적 운동을 해

운동이 힘들다면 걷기는 어떨까?

걷고 달리는 유산소 운동과 근육운동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몸이 건강해지고 정신도 몸을 따라가

정신이 먼저일까?

몸이 먼저일까?

나는 몸이 먼저 인 것 같거든

이건 잘 모르겠다

정연이 편한 데로 할 수 있는 데로

그래도 가급적 정연이 운동을 했으면 좋겠어

안되면 산책이라도

지금은 겨울로 들어가니까 옷을 따듯하게 입고




친절하고 예의 있는 사람

사람을 대할 때는 편견을 갖지말고

인종 종교 직업 지위 학벌 재산 외모 이익여부 등을 고려하지 말고

사람으로서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해

그건 우리의 인품이야

모두와 친하게 지내라는 말이 아니야

그렇게 지낼 필요도 없어

나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에게 잘해 줄 필요도 없어

나는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는 법정 스님의 말을 좋아해


선택과 집중

정연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존중해주는 사람들을 선택해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정연도 잘해주면 되는 거야

정연이 애정을 줄 가치가 있는 사람들을 선택해


나는 단순한 것을 좋아해

정연

정연의 감을 믿어봐

누군가를 만나거나 얘기를 나누거나 교류를 할 때

뒷맛이 개운하거나 깔끔하지 못할 때

항상 찜찜하고

뭔가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지게 만들면

그건 정연과의 인연이 아닌 거야


나는 단순한 물건이나 사람을 좋아해

복잡한 상황이나 사람도 싫어해

그건 정답이 아닌 경우가 많았어

내 욕심이나 미련 때문에

내가 질질 끌고 가거나 끌려가는 경우가 대부분 이였어

그럴 땐 자기 느낌을 믿고 과감히 끊어내

나랑 인연이 아니다 싶으면 미련은 잘라내


그리고 나를 정말 아끼는 사람들에게 집중해

그들이 재미없고 따분한 사람이어도

한결같이 성실하고 우직하고 의리 있는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 할 가치 있는 사람이야

단순히 재미만으로 순간의 기쁨 만으로 사람을 만나지는 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하는 사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하는 사람은 완벽하진 않더라도

삶의 방향이 설정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어

그런 사람은 자기반성이 철저히 몸에 배어 있을 거야

쉽게 말하거나 행동도 하지 않지

그리고 잘못을 하더라도 용기 있게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일 거야

고맙다고 말하고

미안하다 사과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해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알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야

진심으로 사과하고 고마워하는 사람이 멋있는 사람이야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사람


항상 같이 있을 수만은 없어

가족 친구 지인 애인 항상 그들이 나와 있을 수만은 없지

혼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

혼자서 시간을 보낼 방법을 아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야


혼자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

힘이 약해서 기대어 서 있는 사람 말고

혼자 설 수 있지만

너와 나를 위해 같이 서 있는 걸 선택하는 사람이 되는 거야

혼자 설 수 있는 사람은 함께 서 있을 때도 행복할 수 있어

혼자 서 있지 못하는 사람은 함께 서 있어도 행복하지 않아

내가 혼자 설 수 있을 때 그때 너랑 같이 서야 하는 거야



정연

말이 너무 많다

글이 너무 길다

왜 이리 말이 많았을까?

이 글이 정연을 위하는 글일까?

아님 내 만족을 위해 쓴 글일까?

나는 꼰대일까?


정연이 이 글을 읽고 기분이 상했다면 삭제할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운 소녀를 만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