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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Jan 03. 2023

2023년 1월 2일 월요일

오늘 아침 딸아이랑 늦은 아침을 먹으며 고 1 생활을 마무리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이가 많이 크고 성숙해져 있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주관이 서있었고 외로움에 적응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 기특했다

학기 초에 일곱 명이 같이 다니다 한 명씩 아웃을 당하고 11월쯤에 딸도 따돌림을 당했는데

'왜 너는 따를 당했냐?'는 나의 질문에 아웃을 당한 2명과 여전히 친구 관계를 유지했는데

그것이 나머지 아이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는지

네 명의 아이들이 '너는 왜 왕따에 참여하지 않냐?' 며 왕따에 참여할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자기는 그것에 동참하기 싫고 너희들의 행동은 옳지 않다고 말했단다

그 여파로 자기도 따를 당해서 속상하기도 하고 충격도 받았지만 그런 아이들이랑 같이 다니느니

혼자 다니거나 나머지 두 명과 같이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두 명과 다니며 학년을 마무리했다고 덤덤히 말했다


' 나보다 낫다 ' 딸이 많이 컸다

여리고 친구를 많이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아이가 제법 단단해지고 여물어졌다

외로움도 견딜 줄 알고 가치관이 점점 정립되어 가는 것 같다


" 그래, 공부를 좀 못하면 어때.  때가 돼서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때 해도 되는 거지.

  딱 중간만 하자. 그래도 너 좀 멋있다 "


말하고 나니 아이가 씩 웃는다

아직도 갓난아기 같고 내 품에 안겨 젖을 빨던 작고 작은 아가였는데 어느새 많이 커버려 어른이 되어간다

내 아이지만 좀 마음에 든다  이 정도면 썩 괜찮다

딸아이에 대한 욕심과 기대를 버렸더니 아이와 내 사이가 좀 더 편안해졌다

공부를 잘하면, 대학을 잘 가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결혼을 잘하면, 결혼 생활을 잘하면 내 자식인가?

공부를 못해도,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도, 취업을 못해도, 결혼을 안 하거나 못해도,

이혼을 해도, 가난하게 살아도 내 자식이다

잘나든 못나든 너는 내 자식이다

평생을 함께 살아갈 미우나 고우나 내 자식이다

남들 시선은 신경 쓰지 말아야지

그건 엄마가 부모가 아니지 그러다 아이를 놓쳐 버리지

아이가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낸 것 같아 감사하다


내가 좋아하는 유나샘에게서 전화가 와 수요일에 만나 밥을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 같아 유나샘에게 감사하다


왼발의 마비가 점점 풀려가고 골반의 통증도 줄어든다

실력 있는 선생님을 만나 몸이 회복되는 것 같다

너무 서두르지 말아야지

급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야지

건강검진 결과에서도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내 대장은 용종이 잘 생기니 3년마다 정기검진을 받으라는 것

역류성 식도염을 잘 관리하라는 것

몸에 큰 이상은 없고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이 감사하다


오늘 수업 전 후로 상담 전화와 감사 인사를 받았는데 나를 믿어주시는 학부모님들에게 감사하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감사하다


퇴근한 남편이 배고프다 말하는 나에게 초콜릿 한 조각을 주며 조금만 참으라 말했다

회사에서 받은 초콜릿인데 맛이 진하고 깊다고

나와 딸아이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호두과자 호떡 붕어빵 찹쌀떡

나와 딸아이를 생각해서 가끔 간식을 사 오거나

출장을 가거나 동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내 생각이 났다고 다음에 같이 가서 먹자고

뜬금없이 전화해주는 남편에게 감사하다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코로나에 걸렸음에도 일을 끝내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남편에게 감사하다


늦은 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

밤하늘에 총총히 떠있는 별을 환한 달을 바라볼 수 있는 두 눈이 있는 것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두 다리로 걸어간 것

계단에 앉아 게임을 하는 학생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 것

자정이 되기 5분 전 책을 반납을 한 것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온 것에 감사한다

감사일기를 함께 쓰기로 한 병순님 보현님 상경님 슬이님을 만난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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