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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Feb 21. 2023

당신과 나의 거리

책을 읽다 슬픔이 올라올 때 눈물을 참을 수가 없을 때 나는 남편에게 가서 무릎을 베고 눕거나

머리를 가슴팍에 묻고 울어버린다

"왜?"

"슬퍼"

"뭐가?"

"책이"

"그래......" 그러면 남편은 더 이상 내게 왜 우는지, 왜 슬픈지 질문하지 않는다

그저 나를 안아주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러면 나는 편안함을 느끼고 안정감을 찾는다


얼마 전 독서모임의 회원 한 분이 아버지와의 만남 이후에 쓴 감사일기를 보고 나는 펑펑 울고 말았다

밤산책을 하는 동안 음악을 들어서

너무나 센티해져서 그랬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 사이의 돈독함과 사랑을 느낄 수가 있어서

아버지를 향한 그녀의 사랑

그녀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

서로를 아끼는 그 사랑이 너무나 부러워서 나는 한 참을 울다 집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출장을 가고 아이는 학원에 있어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샤워를 하면서 잠자리에 누워서도 한 참을 울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이제 마흔여섯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나는 부정이 그립다

애끓고 절절한 부정은 바라지도 않는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웃음 지을 수 있는 편안함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수저에 살포시 얹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애정

추운 겨울 잔뜩 움츠린 어깨와 왜소한 몸이 안쓰러워

두툼한 겨울 잠바를 선물하는 애틋함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부정이 그립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아야지

바라지 말아야지

내 인생에서 허락되지 않은 부정

요구할 수도 없고 이제는 단어로만 존재하는 부정

나를 거부한 아버지

아버지를 거절한 나


나와 당신은 그렇게 살아야 하겠지요

존재가 아닌 단어로만


그런데도 왜 나는 가끔 '아버지'란 단어만 들으면 눈물이 나는지

왜 자꾸만 서러운지

무조건 반사 같은 이 눈물이 멈추기를

이 감정들이 사라지길

더 이상 내가 '아버지'와 '부정'이란 단어에 반응하는 것을 멈추길 바란다


당신은 거기에서 행복하게 사세요

나는 여기에서 행복하게 살게요


나와 당신의 관계는 거리는 아직 좁혀지지 않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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