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 소설가 Feb 16. 2023

내가 독서모임을 만들려는 이유

송도로 이사오기까지 내가 거친 독서모임을 세어보니 5개네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는 독모에 항상 참여하려고 했어요


난 책이 좋아요

글쓰기도 좋아요

만약 '눈'과 '다리' 둘 중 하나만 가지라고 하면 나는 '눈'을 선택하겠어요

'눈'이 있어야 글을 보고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은 늘 즐겁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어요

어떨 때는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내가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혼자서 산이나 바다에 가 있고 싶어요

연두색과 초록색 산에 들어가서 커다란 나무와 진한 풀냄새 은은한 꽃냄새를 맡고

웅웅 거리는 벌의 날갯짓 소리, 맑고 선명한 새소리

바다 앞에 자리를 잡고 파도 소리 들으며 책만 원 없이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해가 있는 동안은 책을 읽고

깜깜한 밤 총총히 빛나는 별을 보고 풀벌레 소리와 곤충들이 움직이는 소리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와 부서지는 모래소리 

바닷게와 조개들이 숨 쉬며 뱉어내는 물방울 소리

눈을 감고 있는 동안 모든 생명체들의 살아있는 소리를 듣다 잠이 들고 싶어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밥도 청소도 일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가 '이제 그만 읽고 집으로 돌아갈래'라고 말할 때까지

그렇게 내가 원하는 동안만 있다 오고 싶어요


모든 것이 처음이고 서툰 내게 책은 내 옆에서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안내해 줬어요

어린 시절 처음 읽기 시작한 전래동화부터 모든 책들이 내 옆에 있어줬어요


마음에 드는 친구를 어떻게 사귈지?

그 친구랑 싸워서 속상하고 외로울 때 

어떻게 화해하는 것이 좋을지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났는데 이게 좋아하는 감정인지? 사랑인지?

만약 사랑이라면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 

직장 동료들이랑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동네 아줌마들이랑 어떻게 지내는 것이 좋을지?


모든 것이 궁금하고 잘 모를 때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달려갔어요

부모님은 항상 바쁘셨고 늦둥이인 나는 물어볼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더 책과 친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나를 항상 도와줬으니까

내게 삶의 기술을 알려주고 용기를 갖게 해 주고 즐거움을 줬으니까요


난 책을 읽는 사람이 좋아요

책을 읽는다는 자만심을 가진 사람이 아닌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책에서 모자람을 채우려는 사람

책을 읽고 나서 행동으로 옮기려는 사람

마음이 따듯하고 겸손한 사람

인류애를 가진 사람


나랑 같이 책을 읽어요

우리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요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즐거움을 나눠요


더 이상 혼자인 '나'가 아닌 

함께 하는 '우리'가 될 수 있게 말이에요


매거진의 이전글 2023년 2월 15일 수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