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5 나를떠나면 안 돼

세희 이야기

by 옥상 소설가

하린. 강하린.


우리는 울산이의 이름을 하린이로 바꿨다.

지후가 유명하다는 작명소에 가서 하린이의 생년월일을 적고 받아온 이름이다.

울산이는 태명, 하린이는 호적에 올린 정식 이름이다.

강하린

지후와 나의 딸.

사랑하는 우리의 소중한 딸.

“ 이모, 하린이는 왜 잠만 자? ”

“ 원래, 애기들은 잠만 자는 거야. 잠자고, 젖 먹고, 똥 싸고 오줌 싸고 그러면서 크는 거야.

너도 그랬어. “

“ 에이, 근데 너무 잔다. 눈 뜬 걸 보지를 못하네. ”

“ 자면서 크는 거야. 왜 하린이 눈 좀 떴으면 좋겠어? ”

“ 응, 일어나서 좀 놀았으면 좋겠는데, 학교 갔다 오면 맨날 자고 있잖아.

“ 아직 한 참 멀었어. 백일은 좀 지나야 깨어있지.

한 달 정도는 잠만 잘 거야. 얼른 숙제나 하세요. “


산부인과를 퇴원하고, 나는 언니네 집으로 몸조리를 하러 갔다.

집에는 언니와 엄마 조카들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다. 조리원을 가려다 언니가 산후조리를 해주겠다고

친정으로 오라고 했다. 내 친정은 엄마 아빠 집이 아닌 우리 둘째 언니네 집이다.

“ 세희야, 얼른 밥 먹어. 미역국이랑 반찬이랑 꺼내 놨으니까 먹고 그냥 둬.

나는 하린이 데리고 예방 접종 맞히고 올게. “

“ 응, 먹고 있을게. ”


언니가 하린이의 속싸개를 하다 멈칫한다.


“ 세희야, 하린이 뜨끈하다. 열이 있는 것 같은데. ”

“ 어?...... 열이 있다고? ”

“ 아무래도 열이 있는 것 같아. 나 빨리 갔다 올게. ”


언니는 서둘러 하린이를 안고 소아과로 갔다.

“ 세희야, 의사가 하린이 열이 있단다. ”


소아과에서 돌아온 언니가 겉싸개를 벗기고 기저귀를 벗겼다.

하린이 생식기 부위에 작은 비닐 백이 붙여져 있다.

오줌을 받는 비닐 백이다.


“ 여기, 이 비닐 백 보이지. 하린이가 오줌을 누면 소변을 가지고 병원으로 오래.

신생아는 열이 잘 안나는 데, 열이 나면 위험한 거고, 소변을 잘 봐야 한데.

하린이 오줌 누면 나한테 줘. “


일부러 젖을 먹이고 하린이를 자리에 눕혔다. 오줌이 나왔는지 수시로 살폈다.

' 콩닥콩닥' 심장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 덜컹덜컹 ' 심장이 요동을 친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나에게는 하린이와 하린이 오줌만 보일 뿐이다.

‘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 주세요. 우리 하린이 아프면 안 돼요. ‘

드디어 하린이가 오줌을 눴다. 오줌이 담긴 비닐 백을 뗀다.


' 이게 뭐야? ' 하얀 분비물 같은 것이 하린이 오줌에 둥둥 떠있다.

언니는 비닐을 떼자마자 소아과로 달려갔다. 잠시 뒤 집으로 전화가 왔다.

“ 세희야, 병원 갈 준비하고 있어. 하린이 병원 가야 해.

너도 빨리 옷 입고, 제부한테 전화해. “


전쟁이라도 터진 듯. 피난이라도 가야 할 듯

하린이 기저귀와 손 수건 배냇저고리 내 지갑 안경 가방을 챙긴다.

‘ 달달달달 ’ 손이 떨린다. 눈물이 흐른다.


‘ 하린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

“ 오빠, 하린이 열이 나.

소아과 갔는 데 하린이 오줌이 안 좋데.

신생아가 열이 나면 위험한 거라고 당장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데. 오면 안 돼?

언니랑 병원에 갈 건데 무서워.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아.

우리 하린이 아프면 어떻게 해? “

“ 세희야, 나 금방 갈게 가면서 전화할 테니까 전화 잘 받아.

걱정하지 말고, 별 일 없을 거야. “

“ 세희야, 가방 챙겼지? 가자 얼른 가자. 택시 타고 얼른 가야 해. “

“ 언니, 어디로 가야 해? ”

“ 병원에 미리 전화해 놨어. 얼른 가자.

울지 말고 네가 정신 차려야 해. 괜찮으니까 울지 마. ”


언니가 하린이를 안고 나는 가방을 안고

엄마는 나와 언니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부슬부슬 내리던 빗발이 점점 굻어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택시가 잡히지 않자 우리는 큰길로 더 가야 했다.

하린이가 비에 젖지 않도록 겉싸개로 한 번 더 싸고

언니가 가슴팍에 하린이를 품고 머리를 숙여 달리기 시작했다.


세찬 비가 오고 태풍이 불고

눈보라가 치더라도 가야 한다. 어서 가야 한다.

하린이를 안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종합병원에 도착하자 접수를 하고 소아과 병동 검사실로 갔다.

언니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겁이 나서 울고만 있는 데

언니는 나는 쳐다도 보지 않고, 의사들과 무언가를 의논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린이를 품에 안고 여기저기 언니가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울고만 있는 데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같이 울고 있는 데

언니 혼자 부지런히 이동하고 서류를 보고 있었다.


“ 세희야, 하린이 다시 소변 검사랑 피검사들을 할 거야.

아무래도 요로 감염이 의심된다는 데

일단 해보고 열 나는 원인이 밝혀지면 다행이고

항생제 치료가 들어가면 금방 잡힐 거래.

여기 신생아 치료로 유명한 교수님 계시니까 걱정 말고 이제 그만 울어.

산모가 자꾸 울면 시력 떨어져. “

“ 알았어. 그만 울게. 언니, 우리 하린이 괜찮겠지? 그렇지? “

“ 그래, 괜찮을 거야. 신생아가 오히려 잘 나아. ”

언니는 둘째 조카를 낳고 조리원에 입원했다가

조리원에서 신생아 집단 장염이 발생해 현우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언니는 그때도 울지 않았다.

그런 언니를 보고 나는 언니가 독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차분히 나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엄마를 대신해서 언니는 항상 내게 보호자가 돼주었다.

하린이와 같이 입원해 있을 입원실로 갔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나를 배려해서

산모용 입원복을 가져다 주고 가장 조용한 입원실로 배정을 해주었다.

“ 산모 분, 몸조리도 못 했을 테니까 얼른 자요.

샤워실가서 씻고 얼른 산모복으로 갈아입어요.

젖은 옷입고 그렇게 오래 있으면 감기 걸려요.

우리가 아이는 잘 볼 테니 침대에 누워서 계속 주무세요.

아이 보느라 몸조리 못하면 나중에 고생해요.

그리고 모유수유하러 갈 때 손목이랑 발목 조심해요.

지금 온돌방이 없어서 아쉬운데. 온돌방이 나면 얼른 바꿔 줄게요. “

“ 몸조리 같은 거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 아기만 잘 보살펴 주세요. 부탁드려요. “


각종 검사를 마치고 하린이가 돌아왔다. 황달 수치도 심하다고 했다.

작은 선글라스를 쓰고, 옷은 모두 벗겨지고

형광등이 달린 투명한 바구니에 담겨져 하린이가 돌아왔다.

제 몸만 한 크기의 수액 주머니를 대롱대롱 달고 하린이가 왔다.


‘ 하린아, 하린아.

하린아, 얼마나 아팠니? 이 작은 몸에 주삿바늘을 꼽을 데가 어디 있다고?

하린아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다 미안해. 다 엄마 탓이야.

하린이를 아프게 한 건 다 엄마 때문인 거야.

네가 안 아프면 엄마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대신 죽으라고 하면 죽을 수도 있어.

우리 하린이

절대 절대 엄마를 떠나면 안 돼. 그러면 엄마도 너를 따라갈 거야.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린이가 담긴 투명 바구니만 바라본다.

“ 세희야, 너 왜 밥 안 먹었어? 밥 먹어야지.

너, 저 전구 자꾸 보면 안 돼. 그래서 하린이한테 저 안경 씌운 거야.

저 전구 불빛이 황달 수치 떨어트리는 전구야. 사람 눈에 안 좋아.

산모한테는 더 안 좋아.

그만 보고. 내가 하린이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넌 밥 먹고 어서 자.

내가 이상 있으면 깨워줄 게. “

“ 응, 알았어. ”


대답은 했지만 잠을 잘 수 없었다. 밥도 먹을 수 없었다.


‘ 저 조그만 것이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울지 내가 아는 데

엄마인 나보고 잠을 자라고? 밥을 먹으라고?

먹을 수가 없어. 삼키지도 못하겠어. 어떻게 잠을 잘 수 있어?

내가 잠들면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우리 하린이 한테 벌어질까 봐.

아무것도 못 하겠어. ‘

눈물만 계속 흐른다. 소리 지르고 울 힘도 없다.



잠시 뒤 의사가 입원실을 노크했다.


“ 아기 결과가 나왔는데요. 예상대로 요로 감염이에요.

염증 수치가 높아요. 신생아가 요로감염이 걸리는 일은 흔하지 않은 데.

일단 항생제부터 들어갈 거예요.

항생제가 잘 맞으면 금방 나을 거예요. 맞지 않으면 다른 항생제로 바꿀 거고.

만약 항생제가 맞지 않고, 계속 염증 수치가 올라가면

패혈증으로 갈 수도 있어요. 그건 만약이니까. 그래도 알고는 계세요. “

“ 선생님 괜찮겠죠? 우리 아기 괜찮겠죠? ”

“ 항생제가 잘 맞나 일단 지켜봅시다. ”


의사가 내 침대 주위를 둘러본다. 건드리지 않은 식판을 유심히 본다.


“ 산모 분 모유 수유 열심히 하세요.

모유에는 아기 면역력을 높게 하는 성분이 정말 많이 들어있어요.

밥 잘 먹고, 푹 주무세요. 그래야 모유가 잘 나와요.

아기 건강하게 잘 나을 테니 산모는 모유만 부지런히 먹이세요. “

“ 네 감사합니다. ”


의사와 간호사가 나를 딱하게 쳐다보니 문을 닫고 나간다.

“ 언니, 나 저 식판 줘. 밥 먹을래. 밥 먹어야겠어. “

“ 그래, 얼른 먹어. ” 언니가 식판을 가져온다.


밥을 씹어서 씹어서 열심히 씹어서 목구멍으로 넘긴다.

아기는 우리 하린이는 벌거벗고, 눈을 가리고, 저 조그만 투명판에 담겨져

가슴팍이 오르내리며 세균들과 열심히 싸워대고 있는 데

나는 소처럼 돼지처럼 밥을 우걱우걱 씹어대고 있다.

눈물이 주룩주룩 비가 세차게 오는 것처럼 흘러내린다.

씹다가 씹다가 씹어 삼키려다

삼키지 못하고 눈물이 터지며 이불 위에 뱉어댔다.

다시 울어댔다. 옆에서 엄마가 나를 보고 울기 시작한다.

“ 세희야, 울지 마라.

울지 말고 하린이를 지켜야 한다. 엄마는 그래야 한다.

아이 키우다 보면 이건 아무 일도 아니다.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 선생님도 모두들 하린이 옆에 다 지켜주고 있다.

엄마도 언니도 다 잠 안 자고 지켜볼 테니

너는 어서 밥 먹고 잠자고, 하린이 젖만 먹여라.

그래야 너도 살고 하린이도 산다. 세희야,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

다시 정신이 든다.

울지 말아야 한다. 다시는 울지 말아야 한다.

하린이가 나랑 남편이랑 다 함께 집으로 갈 때까지 나는 울지 않아야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하린이한테 젖소처럼 모유를 잔뜩 먹여서

우리 하린이를 데리고 집으로 갈 거다.

“ 언니, 이 이불 좀 치워줘. ”


나는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비려서 손도 대지 않았던 병어조림, 감자채, 멸치 볶음, 샐러드, 콩자반, 미역국 밥 한 그릇.

간호사 선생님들이 나를 위해 일부러 산모 식을 주문하신 것 같다.

산모식을 보니 다시 눈물이 왈칵 터져버렸다.

‘ 울면 안 돼. 다들 힘내라고 이렇게 나를 챙겨주고 있잖아.

나는 하린이랑 꼭 다시 우리 집으로 갈 거야. ‘

미역국에 밥을 말아 꼭꼭 씹어 다시 삼킨다.

마지막 국물까지 다 마신다.

비렸던 병어조림도 뼈까지 잘근잘근 모조리 씹어 삼킨다.

반찬 하나 남김없이 다 먹었다.


‘ 다 먹어서 소화가 돼서 우리 하린이 한테 가야 해.

우리 하린이가 힘을 내서 이겨 낼 수 있도록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을 거야. ‘

“ 언니 나 우유 좀 사다 줘. 제일 좋은 우유로 큰 걸로 사다 줘. ”

“ 그래, 더 먹고 싶은 거 없어?

과일, 과일, 너 딸기 사다 줄까? 뭐 먹고 싶어? 먹고 싶은 거 없어? “

“ 이따 내가 오빠한테 사 가지고 오라고 할 게. 언니 집으로 얼른 가.

애들 기다리고 있겠다. 얼른 가서 밥 챙겨줘.

금방 오빠 올 테니까 집에 가서 애들 밥 챙겨줘. “


언니가 엄마를 쳐다본다.


“ 아니야, 엄마, 엄마가 집에 가. 가서 애들 밥 좀 먹여. 내가 여기 있을 게

내가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아. “

“ 그래, 내가 여기 있어봤자 아무 도움도 안 되고 내가 갈게.

세희야, 울지 말고 밥 잘 먹고 잠 많이 자야 해.

하린이 괜찮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엄마 내일 아침에 애들 학교 보내고 다시 올게. “

“ 아니야. 엄마 왔다 갔다 하기 힘드니까

그냥 집에 있어. 일 생기면 전화할 테니까 그때 오면 되고

오지 마. 더 신경 쓰여. “

“ 알았다. 집에 갈 테니까 졸리지 않더라도 얼른 자라. ”


허리와 무릎이 아픈 엄마는 집에 있어야 한다.

병원에 불편하게 있어봤자 통증만 더하고 몸에 해롭다.

아까 해린이를 안고 뛰느라 엄마도 몸이 안 좋을 게 뻔했다.

지후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 세희야, 무슨 일이야?

하린이, 하린이, 우리 하린이 어딨어? 어, 여기 있네. 하린아. “

하린이를 보더니 지후가 숨죽여 울기 시작했다.

가슴팍이 가쁘게 위로 아래로 움직여대며 숨 쉬고 있는 하린이를 보더니

차마 소리는 내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 제부, 괜찮아. 정말 위험하면 신생아 중환자실로 가는 데

하린이 그 정도로 위험하지 않아. 엄마랑 같이 있을 정도면 심하지는 않은 거야. “

언니는 지후를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가 하린이가 한 검사랑 이것저것 말해주고 돌아왔다.

눈이 빨개져서 지후가 들어왔다.


“ 세희야, 울지 마.

우리 하린이 건강하게 잘 나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제 그만 울어. “

“ 어, 나 안 울 거야. 하린이랑 집에 갈 때까지 나 다시는 울지 않을 거야.

하린이 안고 집으로 꼭 다시 갈 거야. “

“ 그래, 제부 저녁 먹고 와. 내가 여기 있을 게. ”

“ 아니에요, 처형 얼른 집으로 가세요.

애들 다 기다리고 있겠어요. 오늘 밤은 제가 여기서 잘 테니까

처형이 내일 아침에 와주세요.

저 출근해야 하는 데 불안해서 세희랑 하린이 두고는 못 갈 것 같아요. “

“ 그래, 알았어. 그럼 불편해도 좀 참아.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하고 갈 게. “

“ 응, 언니 얼른 가. 언니, 고마워. 언니, 미안해. ”


언니를 보다가 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

갑자기 씩씩하고 침착했던 언니가 나를 보면서 울기 시작했다.

“ 세희야, 언니가 미안해. 하린이가 아픈 게 내 잘못인 거 같아서

아까 하린이가 열은 나는 데 병원에는 빨리 가야 하는 데

택시는 안 잡히고, 비는 오고, 너는 겁에 질려서 울고 있는 데

나도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너랑 하린이 어떻게 될까 봐.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떻게 사니?

세희야, 언니 지금 집에 가는 데.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꼭 전화해. 바로 전화해야 해. 내가 다시 올 테니까

너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아까 선생님이 밥 잘 먹고, 잠 잘 자라고 했지. 하린이 젖 많이 먹이라고.

그래야 빨리 하린이 낫는다고. 기억하고 있지?

그것만 기억하고, 나쁜 생각, 안 좋은 생각하지 말고

하린이 꼭 나을 거니까 그것만 생각해 알았지? 대답해? 알았지? “

“ 응, 알았어. 밥 잘 먹고, 잘 자고, 젖 많이 자주 먹이고 그러고 있을 게.

언니, 내일 아침에 꼭 와. 나 무서워. 아직도 무서워. “

“ 알았어, 언니가 내일 올 테니까 울지 말고 자. 알았지? ”

“ 응, 알았어. 안 울고 있을 게. ”

“ 그래, 제부 미안해. 내가 애들 때문에 먼저 집으로 갈게.

내일 아침에 올 테니까 밤에 하린이 잘 지키고, 세희 재워야 해. 얘 잘 자야 해.

무슨 일 생기면 밤이라도 꼭 전화해. “

“ 네, 처형 고마워요. ”


옆에서 우리 둘을 보던 지후가 손으로 얼른 눈 주위를 비빈다.

지후는 밤새 하린이 옆 간이침대에 누워 하린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그만 자라고 재촉하는 지후 탓에

자꾸 보면 시력이 나빠진다고 그만 보라는 지후 때문에 나는 두 눈을 감았다.


그러나 지후가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을 때

나는 하린이를 밤새 지키고 있었다.

하린이의 심장이 잘 뛰고 있는지

가슴팍이 천천히 규칙적으로 오르내리고 있는지

오줌은 잘 누고 있는지, 열은 안 나는지


밤새 하린이가 배가 고프다고 찡얼 대면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젖을 먹였다.

하린이가 양껏 배불리 먹도록 젖이 잘 나오기를 가슴 졸이며

세차게 빨아대는 하린이에게 감사하며 그렇게 까만 밤을 새 하얗게 지새웠다.

하린이를 안고 젖을 먹이며

나는 하린이에게 내 딸 하린이에게

밤새 말하고, 말하고, 또 말했다.


‘ 하린아, 꼭 나아야 해.

그래서 엄마랑 아빠랑 꼭 집에 가야 해. 엄마랑 약속할 수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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