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ep-16

by 옥상 소설가

작은 언니가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

우리 집에서 언니가 사라져 버렸으면 소원이 없겠다.

저건 언니가 아니라 원수다. 원수


라면 박스크기의 소포 세 상자가 대구에서 온 날

거기에는 아저씨, 아줌마와 시장에 갔을 때 구입했던 물건과 추가적으로 더 구입한 상품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보조가방, 실로폰, 멜로디온, 리코더, 노트와 스케치북, 연필깎이, 샤프는

추가로 사서 넣어 주신 것 같았다.

전부 내가 좋아하는 밍키, 독수리 오 형제, 은하철도 999 캐릭터 상품이었고

특히 스위에서 수입한 98까지 색연필은 그 중 단연 압권이었다.

빨강, 진빨강, 연 빨강

항상 12가지나 24가지 색깔의 크레파스나 색연필만 보다가

색깔이 하나여도 그 농도에 따라 다양한 색깔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처음 알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움이 풍겼고, 값을 꽤 주었을게 확실했다.

생일 파티에 입어도 예쁠 듯한 하얀색 드레스와 흰 구두, 편한 운동복

게다가 내가 좋아할 만한 동화책 서른 권도 담겨 있었다.


" 엄마, 아저씨가 더 샀을까? 아줌마가 샀을까? “


궁금해진 내가 엄마에게 물었고, 엄마는 박스를 멀거니 바라보다가 주방으로 가버렸다.


“ 현아, 좋겠다. 내년에 학교 들어가면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하겠네. ”

큰 오빠는 자기가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은지 웃으며 말했다.

문제는 역시나 작은 언니였다.

소포를 열자마자 언니의 짜증이 시작되었다.

하나씩 하나씩 박스를 열어갈수록 언니는 엄마에게 신경질을 냈다.

“ 엄마, 왜 현아만 이렇게 새 학용품이랑 옷을 사? ”

“ 언니, 이거 엄마가 산 거 아니야. 대구 아저씨랑 아줌마가 내년에 나 국민학교 입학한다고 사주신 거야.

엄마는 돈 하나도 안 썼어. “

“ 그게 그거지...... 너는 옷이랑 신발에 학용품도 많이 받았으니까 나 거기서 색연필만 줘. ”

“ 뭐? 이걸 달라고? 이 색연필을?

절대 안 돼. 말도 안 되지.

이거 내 거야. 아저씨가 내 거라고 사 주신 건데 왜 언니가 가져. 내 거야. ”

“ 저게~ 욕심만 많아 가지고, 엄마 빨리 저 색연필 나 주라고 해. ”

언니가 엄마에게 하소연했다.

“ 현아야. 너는 다른 것도 많이 받았으니까 그건 언니 주자. ”

“ 싫어. 이거 내 거잖아. 이건 내 거 하고, 다른 거 언니가 가져. 이건, 절대 안 돼. ”

“ 야, 내가 니 옷이랑 운동화, 구두 그런 걸 어떻게 신냐?

그리고 밍키랑 철이 그림이 그려진 학용품을 어떻게 써?

내가 쓸만한 건 딱 그 색연필 밖에 없는데, 그거 내놔. 그건 내가 쓸게. “

“ 싫어. 이거 내 거야.

나도 선교원에 이거 가지고 가서 그림 그리고 색칠할 거야.

애들은 24색이나 36색 가지고 오는 데 나만 12색 색연필 가지고 다녔어.

나도 이거 가질 거야. “


언니는 색연필을 내 손에서 ‘ 획~ ‘ 낚아채갔다.

“ 그럼 내가 쓰고 나서 너도 쓰면 되잖아.

그것도 싫으면 내 서랍에 넣어 둘 테니까 네가 필요할 때 가져가면 되지.”

“ 싫어, 왜 내 건 데 언니 책상 서랍에 넣어. 내가 가지고 있을 거야. 빨리 줘. 빨리 내놔. ”


언니는 가슴에 끌어안고 절대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매달리고 달라고 해도 언니는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 민아야, 동생 울면 시끄러우니까 그냥 줘라. 애 울리지 말고. ”


마침 학원에서 들어온 큰 언니도


“ 야, 네 것도 아닌 데 그냥 줘. 현아 선물인데 왜 네가 가져? 빨리 줘. ”

하고 쏘아대자 작은언니가 색연필을 마룻바닥에 던져버렸다.

나는 쏟아진 색연필을 주어 담고 장식장 아래로 들어간 색연필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데

작은 언니의 울음이 터져버렸다.


“ 맨날 현아만, 현아만, 현아만

나는 뭐야? 큰 언니 옷 물려서 입고, 언니가 매던 가방, 신발, 학용품 다 물려받고

엄마는 나한테 새 옷, 새 운동화, 새 가방 사 준 적 있었어?

항상 나는 언니한테 물려받잖아. 친구들은 다 새 건데

나만 지저분하고, 낡고 , 그런 것만 입고 쓰잖아.

오빠는 장남이라 새 거고

언니는 맏딸이라 새 거고

현아는 어리니까 새 거고

도대체 왜 나만 헌 옷에 헌 운동화에 학용품에

왜 오래되고, 떨어져 못 쓰는 것들만 내 차지냐고? 왜?


왜 대구나 놀러 갈 때는 현아만 데리고 가?

나도 있는데, 언니랑 오빠는 공부한다고 해도

토요일에 가면 나도 갈 수 있는 데

왜 엄마는 현아만 데리고 가?

나도 딸인데 왜 엄마는 현아만 이뻐해?

언니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현아만 이뻐하고?

허구한 날 왜 나한테 양보만 하라고 해? “


서러움이 폭발한 것 같았다. 언니는 마룻바닥에 두 다리를 쭉 뻗고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큰 오빠는 머쓱해하며 방으로 들어갔고, 큰 언니도 미안한지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엄마는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나를 쳐다보며 부탁했다.


“ 현아야, 언니한테 하나만 그거 딱 하나만 주자. 너 다른 것도 많잖아.

민아 언니는 맨날 큰 언니 꺼 물려받았으니까 그것만 주자.

그리고 나눠 쓰면 되잖아. 그거 말고도 선물 받은 거 많으니까 그거 주자. 응? “

“ 알았어, 엄마. 언니, 그거 언니 가져. “


내가 색연필을 양보하겠다고 하자 언니는 그제야 울음을 멈추었다.


색연필을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 사부작사부작 ’ 소리가 났다.

언니가 견출지에 자기 이름을 써서 색연필 맨 꼭대기에 붙이고 있었다.


‘ 언니가 너무 갖고 싶긴 했나 보다. ’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



“ 현아야, 이거 버튼 눌러도 세워지지가 않는데....... “

“ 어? 뭐야? 내 필통 , 내 자동 필통!

앙~~~ 난 몰라. 어떡해? 내 밍키 자동 필통, 이거 내가 제일 아끼는 건데........

오빠, 이것 좀 고쳐줘. 이거 입학할 때 쓰려고 일부터 서랍 안에 넣고 한 번도 꺼내지 않은 건데.......

이거 언니가 망가뜨렸지? 그렇지? 언니가 그런 거지? ”

“ 야, 내가 왜 네 걸 부수냐?

나한테는 쓸모도 없는 건데. 그리고 그건 밍키 그림도 그려져 있어서 유치해서 난 못 써.

서랍에서 자 꺼내는 데 걸리적거려서 꺼내 본거야. 신기해서 몇 번 만지다 내가 이상해서 말한 건데......

그럼, 대구로 가서 다시 바꿔 달라고 해. 그럼 되잖아? “

“ 대구를 어떻게 가?

엄마~~~ 언니가 고장 냈어. 내 필통, 어떡해? 물어내, 언니가 물어내. “

“ 그래, 물어줄게. ”


언니가 입을 벌리고 내 팔을 물려고 달려들었다.


“ 이게! 사람을 어떻게 보고? 너, 내가 니 필통 만지는 거 봤어?

보지도 않고 왜 사람을 모함해?

엄마, 얘 좀 혼내줘. “

“ 아휴~~~ 너네 좀 그만 해라.

민아야, 너는 중학생이 왜 맨날 일곱 살짜리랑 싸우니?

네가 얘 친구야? 언니가 되가지고.... 내가 진짜 속상해서...... “


며칠 전부터 언니가 내 책상 서랍에서 밍키 자동 필통을 꺼내서 만지작거리는 게 눈에 거슬렸다.

몇 번 나 몰래 들어와서 만지다가 다시 넣고 나가는 것 같더니

언니가 일부러 고장을 낸 것이 분명했다.

내가 아끼는 것만 뺏고, 티 안 나게 망가뜨리고 있다.

증거는 없다. 심증만 있을 뿐

내가 생떼를 쓰고 있고, 자기는 결백하다고 주장하니 모두들 언니의 말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 얘들아, 가자. ”

“ 언니, 어디가? ”

“ 응, 전철역 옆에 선물 가게가 생겨서 거기 구경 가려고. ”

“ 언니, 나도 데려가. 나도 가고 싶어. ”


전철 옆 선물 가게라면 새로 생긴 커다란 가게인데 저번에 현식 오빠랑 구경 가서

오빠가 흰 곰 인형을 사준 가게다.

신기하고 예쁜 인형들, 귀여운 캐릭터들, 아기자기한 소품과 학용품들이 많아서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큰 오빠랑 큰 언니는 요새 바빠서 나랑 놀아줄 시간도 없었고 맨날 학원에서 늦게 돌아왔다.


정아, 경아, 봉화, 숙영, 혜영, 혜경

언니 친구들 여섯 명과 언니, 이렇게 일곱 명이 갈 모양이었다.


“ 언니, 나도 데려가. 말 잘 들을 게. ”

“ 안 돼, 너 데리고 갔다가 잃어버리면 엄마한테 혼나.

그리고 친구들이랑 가는 데 왜 네가 거기 따라붙어. 귀찮게

넌 가서 네 친구들이랑 놀아. “

“ 언니, 귀찮게 안 할게. 언니 뒤로만 따라다닐게. ”

“ 그래, 민아야, 현아도 데리고 가자. 잘 다닌다고 하잖아.

내가 현아 손잡고 다닐 테니까 네 동생도 데리고 가자. “

역시나 정아언니는 착하다.

사실 착하기보다는 정아 언니가 우리 큰 오빠를 좋아해서 나에게 항상 친절했다.

정아 언니가 우리 언니였어야 했는데......

작은 언니랑 정아 언니랑 바뀌었으면 좋겠다.


“ 싫어, 너 그렇게 현아 데리고 가고 싶으면

정아 , 네가 내 동생 데리고 둘이서 갔다 와. 난 얘 데리고 안 갈 거야.

얘들아, 너희들 내 동생 데리고 갈래? “

“ 싫어, 현아 데리고 가면 다음에 내 동생도 따라간다고 할 걸. 쟤 두고 가자. ”

“ 그래, 동생 데리고 다니면 귀찮아. 오는 길에 떡볶이도 먹으러 가야 하는 데

복잡스럽고 편하게 다니자. “

“ 그래, 우리끼리 가자. ”


난처해진 정아 언니가 나를 보더니

“ 현아야. 미안...... ” 하면서 작은언니랑 친구들 속으로 가버렸다.

‘ 치, 그런다고 내가 못 갈 줄 알고? ’


작은 언니가 친구들이랑 나를 두고 선물가게로 출발했다.

나는 살금살금 도둑고양이 마냥 언니 뒤를 졸졸졸 따라다녔다.

갑자기 언니들이 멈추더니 한가운데로 동그랗게 모여들었다.

뭐라고 한동안 조용히 말하더니

갑자기 ‘ 후다닥~~~~ ’ 뛰어가기 시작했다.


“ 언니~~~ 같이 가. 나도 같이 가. 나도 데려가. ”


나는 울며불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 야, 빨리 달려. 쟤 달리기 빨라. 얼른 와. ”

“ 와~~ 네 동생 달리기 진짜 빠르다. 내 동생보다 빠르겠는데..... ”


작은 언니는 친구들한테 어서 달리라고 재촉을 했고

언니 친구들은 재미있는지 낄낄거리며 나를 보면서 달려가고 있었다.

오십 미터쯤 쫓아갔을까?

멀어지는 언니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엉엉엉 울고 있었다.

한참을 울고 있어도 작은 언니도 정아 언니도 모두 돌아오지 않았다.

떼 꼬장 눈물이 ‘ 주르륵주르륵 ’ 흐르고 있었다.

아무리 울어도 돌아오지 않자. 나는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울음을 멈추었다.

‘ 그만 울자. 울지 말고 차분히 생각해 보자. ’


저녁 먹을 7시쯤

작은 언니는 선물 봉투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언니를 쳐다보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빠가 언니를 보고 엄하게 말한다.


“ 왜 이렇게 늦게 다녀? ”

“ 응, 친구들이랑 선물 가게 갔다 왔어. ”


언니는 살짝살짝 엄마랑 내 눈치를 봤다.

엄마한테 작은 언니가 나를 떼놓고 친구들이랑 놀러 간 것은 얘기하지 않았다.

그런 식의 유치한 복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 밥 먹고, 얼른 씻어. 내일 학교 갈 준비도 해 놓고.

현아, 너도 얼른 먹고, 일찍 자. “

“ 알았어, 엄마. ”


나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일찍 잠이 들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나 혼자 일어났다.

작은 언니가 오늘 학교에 갈 때 입으려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청바지, 분홍색 티셔츠

청바지를 들고 몰래 마루로 나왔다,

플래시를 켜고 카터 칼로 엉덩이 뒷부분과 가랑이가 연결된 봉합선을 ‘ 살살살 ’ 잘라냈다.

이음선을 확인하지 않으면 터졌는지 아무도 모른다.

언니도 엉덩이 연결선이 터져있을 줄은 모를 것이다.

버스 정류장에는 남학생 여학생 다 섞여있으니까

바지가 터진 틈으로 언니 팬티가 다 보일 것이다.

조심조심 티 나지 않게 이음 선을 칼로 갈라내고 있었다.



역시나 작은 언니는 늦잠을 잤고, 아침밥도 대충 먹고,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언니가 나간 지 15분쯤 후에

예상대로 언니가 울면서 뛰어 들어왔다.


“ 나 학교 안 가. 학교 이제 못 다녀.

창피해서 못 다녀. “

“ 아니, 학교에 갈 시간에 왜 울면서 집으로 다시 들어와? 무슨 일 있었어. ”

엄마가 깜짝 놀라 언니에게 물었다.


“ 바지 엉덩이 뒷부분이 다 터져 있었어.

친구들이랑 버스 정류장에서 수다 떨고 버스 기다리고 있는 데

어떤 남자애가 와서 바지 터졌다고 팬티 보인다고......

난 몰라. 이제 버스 정류장 어떻게 가? 창피해서 못 다녀. “


언니는 학교를 갈 생각이 없는지 펑펑 울어댔다.

엄마는 한 참 언니를 달래다 담임 선생님에게 늦겠다고 전화를 하고

언니를 달래 학교로 보냈다.

갑자기 언니가 뒤 돌아보더니 나를 째려봤다.


“ 너지? 네가 그랬지? 네가 내 바지 몰래 찢어놨지? ”

“ 얘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일곱 살짜리가 이런 짓을 어떻게 해?

왜 갑자기 동생한테 덮어 씌워? 지가 잘 확인하고 옷을 입었어야지. “


엄마가 되려 작은 언니를 혼냈다.

나는 쳐다도 보지 않고 아침 밥을 먹었다.

언니가 대문을 나가면서도 계속 나를 째려봤다.


“ 너 두고 봐. ”

“ 두고 보자는 사람 하나도 안 무서워. ”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혈전이다.

오늘의 승자는 내일의 패자고, 금일의 패자는 명일의 승자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느라 밤에도 편히 잠을 자지 못했다.

누군가의 항복 선언이 있어야만 끝나는 전쟁이다.

굴복할 마음은 전혀 없다.

상대의 피를 봐야 끝나는 대접전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작은 언니가 나를 보고 씩~웃었다.



‘ 느낌이 쎄 하다.

뭔가 내일 벌어질 것 같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묘한 일들이 내게만 벌어졌다. ep-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