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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민현아
인생은 바나나킥처럼 달콤하지 만은 않다. ep-19
by
옥상 소설가
Sep 23. 2020
“ 언니, 나도 데려가. 나도 데리고 가~~~.
엄마, 언니가 또 나 떼놓고 갔어. “
‘ 정미다. 아...... 얼마 전 내 모습이다. ’
“ 정미야, 왜 울고 있어? ”
“ 언니, 우리 언니가 또 나 떼놓고 갔어. 언니들끼리 팬시점에 간다고 했는데..... 나도 가고 싶은데.....
앙~~~ “
“ 정미야, 이리 와. 언니네 집 가자. ”
“ 언니, 나 좀 데리고 우리 언니 쫓아가자. ”
“ 음...... 정미야, 일단 우리 집에 가서 세수하고 내가 데리고 가줄게. 알았지? ”
“ 응 ”
정아 언니한테 데려다준다는 말에 정미가 선선히 따라온다.
정미는 정아 언니의 6살 난 동생으로
나랑 같은 선교원에 다니고 있는 데 키가 작고 배가 올챙이처럼 볼똑 나온 귀염둥이지만
한번 울음이 터졌다 하면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수돗가로 가서 정미 목에 수건을 걸치고 매듭을 지어 옷이 젖지 않게 묶어준다.
“ 정미야. 이리 앉아. 일단 세수부터 하자. ”
수돗물을 틀고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얼굴을 씻긴다.
“ 아푸푸~~~ ” 입에서 물보라를 뿜어내며 세수를 한다.
“ 정미야. 입 다물어. 물 들어간다.
코 ‘ 흥 ’ 해봐. 다시 세게. 그렇지, 잘했어.
자 이제 얼굴 닦고. 이리 앉자. “ 정미를 마루에 앉힌다.
“ 정미야. 정아 언니한테 가고 싶어? ”
“ 응, 자꾸 언니들이 나만 떼 놓고 도망가. ”
‘ 으휴~~~ 이 징글징글한 7인방
이 7인방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동생들이 울어야 하나? ‘
막상 껴서 같이 돌아다녀 보니 별거 없는 그저 이름만 요란한 7인방이었다.
차라리 집에서 책을 보고, 집에서 은하철도 999를 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 현아 언니, 언니는 왜 언니들이랑 안 다녀? 언니들이 껴주기로 했잖아? ”
“ 정미야. 있지.
언니가 그 7인방 언니들이랑 다녀보니까 그저 그랬어.
그렇게 재미나지도, 신기하고 새로운 일들이 벌어진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단 말이야.
그냥 집에서 책 보고, 만화 보고, 골목길에서 애들끼리 노는 게 훨씬 재미있었어.
그래서 내가 8인방에서 탈퇴를 선언하고 나온 거야. “
“ 탈퇴가 뭐야? ”
“ 음...... 더 이상 같이 놀지 않겠다는 뜻이야. ”
“ 골목에서 친구들이랑 다방구, 해골 뼈 놀이, 인형놀이나 소꿉놀이가 훨씬 재미있어. ”
“ 싫어, 난 그래도 정아 언니랑 같이 놀고 싶어. ”
“ 그 7인방 언니들 요새 롤러스케이트장 다니는데 너 그거 탈 수 있어? ”
“ 그게 뭐야? ”
“ 운동화에 바퀴가 4개 달려있는 데 그걸 신고 걷고 달리는 거야.
나 저번에 그거 타다가 가랑이가 찢어질 뻔했어. 중심 잡기도 힘들고, 그걸 왜 타는지,
얼마나 놀랬는지 다시는 롤러장을 보기도 싫어.
게다가 언니들 맨날 교회 오빠들 얘기만 해서 따분하고 한심해.
같이 놀아보니까 환상이 깨져서 말만 요란하지 별거 없었어.
동네에서 우리끼리 노는 게 훨씬 재미있다니까. “
“ 언니, 환상이 뭐야? ”
“ 환상! 어....... 환상이란 말이지. ”
나는 식탁 위에서 b29와 바나나 킥을 가져왔다.
“ 정미야. 이 과자 뭐야? ”
“ 응, 그거 b 29 ”
“ 너 이거 처음 나왔을 때 기억해? 왜 우리 같이 tv 보다가 롯데 슈퍼로 가서 같이 샀잖아.
맛있을 것 같다고, 기억나? “
“ 응, 기억나. ”
“ 그때 뜯어서 먹어보고 너 뭐라고 했어? ”
“ 쓰다고 맛이 이상하다고 했지. ”
“ 그래, 그게 환상이야.
처음 b29 선전을 보고 맛있을 것 같아서 샀지만 뜯어먹어보니 맛이 없었지?
그게 바로 환상이란 거야.
맛을 아직 보지 못했지만 맛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 “
“ 언니, 그거 치워. 나는 냄새도 맡기 싫어. ”
“ 그렇지, 너 이제 b29 냄새도 맡기 싫지?
그걸 바로 환상이 깨졌다고 하는 거야.
나는 그 7인방에 대한 환상이 깨진 거고, 만약 정아언니가 너를 데리고 간다면 너도 환상이 깨질 거야. “
“ 그래도...... 그래도 같이 놀고 싶은 걸. ”
“ 그래,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랬으니까. ”
“ 정미야. b29가 그렇게 싫어? 나는 맛있기만 한데. ”
“ 응, 나는 냄새도 맡기 싫어. ”
“ 그럼, 이거 줄까? 먹을래? ”
“ 뭔데? ”
“ 바나나킥이야. ”
“ 와~ 바나나킥이다. 나는 바나나킥이 훨씬 맛있어. 언니는 왜 b29를 먹는 거야?
바나나킥이 바나나 향도 나고, 입에서 살살 녹아 더 맛있는 데. ”
“ 그래, 바나나킥 같이 단맛만 좋아하는 너는 아직 어린애야.
인생을 살다 보면 어느새 b29같이 쓰고 쌉쌀한 맛도 좋아하게 되지.
그럼 그때 어른이 된 거야. “
“ 언니는 b29가 그렇게 좋아? 언니가 벌써 어른이야? ”
“ 내가 우리 언니나 정아 언니보다는 정신 연령은 높을 거다.
언니들은 말만 중 1이지. 아직 어려. 이제 안 울 거지? 괜찮지?
정미야, 언니 마당 청소해야 하는 데 같이 할래?
아니면 너희 집에 가서 엄마랑 tv 볼래? “
“ 응, 난 집에 갈래. ”
“ 그럼, 이 바나나킥 가지고 가서 만화 보면서 먹어. 잘 가, 그만 울고. “
“ 응, 고마워. 아....... 언니, 이거 언니 먹어. ”
“ 어! 밀크 캐러멜이네. 잘 먹을 게. 잘 가. ”
정미는 더 이상 울지 않고 집으로 갔다.
“ 야, 너 진짜 웃긴다. 킥킥킥..... ”
“ 어? 아저씨? 집에 계셨어요? ”
문에 걸려있던 발이 걷히며 이사 온 문간방 아저씨가 수돗가로 나오셨다.
“ 내가 너 특이하게는 봤지만, 굉장한 꼬마네. ”
어제 저녁
휴대 옷장, 이불이랑 옷 꾸러미, 작은 냉장고와 냄비, 그릇, 수저, 휴대용 버너, 앉은뱅이책상
이사 트럭으로 들여온 아저씨 짐은 그게 다였다.
짐이 다 들어오고 정리를 마친 뒤
아저씨는 커다란 수박을 왼손으로 들고 왔고
우리 집 사람들 모두 마당에 모여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고 인사를 나누었다.
“ 여기는 수돗가 바로 앞에 사는 준이네 ”
“ 뒷채에 사는 대전 댁 내외 ”
“ 이 총각은 이번에 이사 온 학생이야.
서울대 다니고, 총각, 서울대 무슨 과라고 했지? “
“ 네, 서울대 경제학과입니다. ”
“ 오메~~~ 공부 진짜 잘하는 학생이구만. ”
“ 그러게 공부 겁나 잘하는 학생이 들어왔어. ”
“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 학상, 잘 모르나 본데...... 어른들한테는 말할 때 주머니에서 손 빼고 말해야 하는 거야.
두 손을 모아서 이렇게 앞에 얌전히.
그렇게 주머니에 손 넣고 먹거나 말하는 거 아니여. “
참견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대전 댁 아줌마
정작 자기는 우리 엄마가 말할 때 항상 오른 귀를 만지며 듣기 싫다는 듯 땅만 쳐다보며 “ 네네~ ” 하던
대전 댁 아줌마가 아저씨한테 잔소리를 한다.
아저씨는 뭐라고 말을 못 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저씨 바지 오른편 주머니에 손을 쑤욱 넣고 아저씨 팔을 뽑아내버렸다.
“ 아저씨는 오른손이 없어요. 태어날 때부터 없었데요.
근데 아저씨 왼손으로도 청소도 잘하고, 글씨도 잘 쓰고, 못 하는 게 없어요.
척척이예요. 뭐든 다 잘하는 척척박사 “
일순간 정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 놀라 눈만 껌뻑 껌뻑 해댔다.
“ 엄마, 손이 하나 없네..... 진짜구먼. 근데도 청소며, 글씨도 다 잘 쓴다고?
아이고, 학생, 아주 대단하구먼....... 그래 고향은 어디여? ”
“ 전라도 구례에서 왔어요. ”
“ 아, 구례에서 왔구먼. 구례가 아주 시골 촌구석인데, 어떻게 서울대에 붙었을까?
그래, 부모님은 뭐하셔? 형제들은 없어? ”
“ 부모님은 농사 지으시고, 밑으로 여동생 하나. 남동생 하나 이렇게 셋이에요.
올해 겨울 학력고사까지 보면 서울로 남동생이 올라올 거예요.
내년 대학 입학할 때쯤 서울로 데리고 와야죠. “
“ 그럼, 대학교 등록금은? 부모님이 대주시는 거야? ”
“ 아니요, 학교에서 장학금 받고, 과외를 해서 생활비며 용돈 그렇게 마련해서 살아요.
서울 올라올 때 보증금만 해주셨어요. “
“ 어이구~~ 아주 기특한 젊은이네. 아주 장하다. 장해.
부모님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겠어. ”
“ 손이야, 뭐...... 나중에 의수를 해도 되는 거고.
사람만 똑똑하고 성실하면 그만이지. 다 먹고살게 되어 있어. “
“ 아저씨, 우리 집에서는 그거 하지 말아요.
그거 오른손에 하고 있으면 벌겋게 부어오르잖아요.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냥 편하게 있어요. “
“ 어...... 그래........ ”
“ 그래, 학생 집에서는 편하게 지내야지.
아까는 좀 놀래긴 했는데 이제 괜찮은데. 젊은 사람이 기특하네.
한 집에 사는 동안 우리 잘 지내보자고. “
역시 준이 아저씨는 생김 새만큼이나 시원시원하다.
아저씨는 그렇게 우리 집 사람들과 모두 인사를 마쳤다.
“ 현아야, 네가 어른이야? 일곱 살이? ”
“ 아저씨, 일곱 살이라고 다 어린이가 아니에요.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은 아니던데요. “
“ 맞아. 네 말이 맞다. 나이 많다고 다 나이 값을 하는 건 아니지. ”
“ 언니랑 오빠는, 아주머니는? 다 어디 가셨어? ”
“ 엄마는 센터 가시고, 언니랑 오빠는 학원에 갔어요. ”
“ 준이네는 친척집 간다고 했고, 대전댁 아주머니는 예식장 가셨어요. ”
“ 그럼, 너 나랑 같이 점심 먹을래? ”
“ 뭐 먹을 건데요? ”
“ 나, 라면 끓여 먹을 거야. ”
“ 네, 저도 라면 좋아해요. ”
아저씨는 휴대용 버너에 냄비를 얹으셨다.
삼양라면 두 개를 넣고 나는 냉장고에서 계란과 김치를 꺼내왔다.
마루에 앉아 상을 펴고 아저씨랑 얘기를 나무며 먹는다.
“ 아저씨, 동생들이랑 엄마랑 아빠 보고 싶죠? ”
“ 바빠서 보고 싶은 마음 들새가 없다. ”
“ 그렇게 바빠요? ”
“ 응, 학교 가서 수업 듣고 과외하러 다니면 어느새 주말이야. 주말이라고 항상 쉴 수도 없고.
동생들까지 서울로 올라오려면 내가 부지런히 벌어야 해. “
“ 과외하러 어디로 가는 데요? ”
“ 강남으로 다니지. 거기가 과외비를 많이 주거든. ”
“ 강남? 거기가 어디예요? ”
“ 여기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가야지. ”
“ 아저씨, 근데 과외를 이 근처에서 하면 시간이랑 교통비가 줄어드니까 그게 더 낫지 않을까요? ”
“ 글쎄........ 이 동네에 과외를 하는 사람이 있을 까? ”
“ 음, 아저씨 당장 우리 집에도 큰 오빠가 있잖아요.
그리고 놀이터 근처 언덕에는 부자 집이 많아요.
그쪽 동네는 집에 정원이며 연못도 있고 집도 무지 넓어요.
오빠 친구들도 거기 많이 살아요.
만약에 아저씨가 오빠를 잘 가르쳐서 성적이 올라가면
언덕 쪽에 사는 학생들만 가르쳐도 훨씬 좋잖아요.
내년에 동생들 올라오면 아저씨가 준이네 쪽으로 방을 옮겨도 되고,
준이네가 방도 두 개에 부엌이 넓어서 쓰기 좋을 거예요. “
“ 와~~~ 너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니?
알면 알수록 희한하네. “ 아저씨가 놀라 나를 쳐다본다.
“ 대신 부탁이 있어요. 학생들이 늘어서 5명이 넘으면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
“ 그게 뭔데? ”
“ 우리 큰 언니 공부 좀 가르쳐 주세요. ”
“ 너희 큰 언니? 언니 공부 잘하지 않아? ”
“ 잘하는데요. 언니가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엄마가 언니는 학원에 안 보내줘요.
그래서 맨날 혼자 공부하는데 수학이랑 과학이 어렵데요.
아저씨가 가르쳐 주면 언니가 쉽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는 상고에 입학하라고 하지만
언니는 혼자서 공부해서라도 대학에 꼭 갈 거래요.
그러니까 아저씨가 우리 큰 언니를 좀 가르쳐 주세요. “
“ 기특하네, 큰 언니를 그렇게 챙기다니.
큰 언니한테 전해. 공부하다 막히면 아저씨한테 물어보라고
오빠가 나한테 과외를 안 받더라도 아저씨가 그냥 가르쳐 줄게.
고향에 있는 내 동생 재경이 생각난다. 우리
재경이가 너희 언니랑 동갑이야.
근데, 아줌마는 큰 언니를 왜 대학에 안 보낸다고 하시는 거야? “
“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나도 잘 이해가 안 가요.
엄마도 대학에 꼭 가고 싶어 했다던데....... 무슨 이유가 있겠죠.
우리 큰 언니는 절대 포기 안 한다고 했어요.
대학교에 꼭 갈 거예요. 자기가 한 말은 지키니까. ”
라면을 다 먹고 나서 아저씨는 수돗가로 가서 설거지를 했다.
손이 없는 오른 팔로 냄비를 바닥에 고정시키고 수세미를 쥔 왼손으로 싹싹 깔끔히 잘 닦아냈다.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신기하다.
마치 오른손이 있는 사람처럼, 손이 없어도 상관없는 것처럼
불편함 없이 모든 걸 척척 해낸다.
“ 아저씨 설거지 진짜 잘한다. 우리 오빠보다 더 잘하네. ”
“ 그렇지, 아저씨 잘하지? ”
“ 아저씨, 오른손이 없으면 불편하지 않아요? ”
“ 글쎄...... 난 있어보질 않았으니까, 항상 이렇게 써왔으니까 잘 모르겠어.
어렸을 때는 좀 불편하긴 했지.
손이 불편한 게 아니라 고약한 아이들은 나를 놀렸거든
외팔이라고, 오른손 없는 귀신이라고, 배냇병신이라고 나를 놀려댔어.
아이들한테 오른팔을 보이기 싫다고
놀기 싫다고 울면서 집에 돌아와도
엄마는 맨날 나를 밖으로 내보냈어.
손 없이 태어난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어.
내 모습 그대로를 좋아하는 누군가 있을 거라고
집에만 있으면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나가라고 하셨지.
놀리는 아이들은 어려서 그런 거라고
내 가치를 알아봐 주는 친구가 반드시 있을 거라고 했어.
어딘가에 있을 거야. 내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
아저씨는 처마 사이로 파란 하늘을 올려다봤다.
“ 학교에 들어가선 열심히 공부했어.
공부를 잘하면 선생님이 예뻐하고
그런 아이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거든.
그렇게 공부하고 대학까지 들어간 거야.
아이들이 놀리는 게 싫어서 공부를 하고 대학엘 들어갔는데
이젠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
시험은 손이 있든 없든 모두에게 공평해.
큰 언니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재경이처럼 “
아저씨가 파란 하늘같이 크고 넓게 느껴졌다.
아저씨의 하늘에서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녀도 매나 독수리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나를 보호해 줄 것 같았다.
“ 아저씨, 나는 아저씨가 좋아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아저씨가 좋아요.
아저씨랑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 아주 오래 살아요. “
“ 나도 너랑 오래 살고 싶은데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
“ 네, 아저씨, 앞으로 내가 뭐든 하자고 하면 다 하는 거예요. 알았죠?
그래야 우리 집에서 오래 살 수 있어요. ”
“ 뭘? ”
“ 뭐든 다요. 내가 말하면 그냥 알았다고만 하세요.
분명 아저씨한테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
“ 허허허~ 알았어. 네가 하라는 데로 할 게. ”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아저씨가 좋았다.
오른손이 없는 아저씨랑 사는 건 처음이었는데 아저씨가 우리 집에 들어온 뒤
왠지 활기찬 기운이 집에 도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저씨가 우리 큰 오빠를 가르치게 만들어야 한다.
때가 좋았다.
마침 여름방학이라 큰 오빠 과외선생님은 시골로 내려가셨다.
큰오빠의 선생님은 대학생이었는데 대학만 명문대였지
공부하는 내내 오빠랑 수다만 떨었다.
마루에서 내가 책을 보고 있으면, 보던 책을 훽~~~ 낚아채고는
내 머리를 책 모서리로 콕콕 쥐어박으며
“ 네가 이렇게 어려운 책을 어떻게 읽니?
너 그림만 보는 거지?
일곱 살 수준에 맞는 그림책이나 만화책을 봐. “
하면서 나를 무시했고 엄마가 없을 때는
우리 큰 언니를 응큼한 눈으로 뚫어지게 보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이 기회에 그 과외 선생님을 내보내야겠다.
엄마가 센터에서 돌아왔다.
“ 엄마, 문간방 아저씨가 나
산수 가르쳐 줬는 데 잘 가르쳐줘.
큰 언니보다 훨씬 쉽게 가르치는데.
중아 오빠 가르치는 선생님보다 더 나을 것 같아. “
엄마의 눈이 문간방을 바라보면서 반짝인다.
이제 반은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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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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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소설가 지망생입니다. 잠깐 멈춰서 생각하게 하는 따듯하고 선한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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