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 1 정신병원에 갇히다.

by 옥상 소설가

“ 연우 씨, 다음 주 화요일에 무암 섬에 있는 선양 요양소로 이송되면 다시는 나올 수 없어요.

무암 섬은 죽음의 섬이에요. 숨이 붙어서는 선양 요양소를 나갈 수 없어요.

죽어서라도 가족에게 돌아가면 다행이지만.

무연고자에 버림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아무도 그들의 죽음에 신경 쓰지 않아요.

여자가 들어가면 더 끔찍한 일들이 벌어져요.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하고

산모는 아기를 낳다 죽고, 세상에 나온 아기는 엄마 젖을 빨아 보지도 못하고 죽여져요.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요양소를 운영했어요.

사람을 짐승이라고 생각하고 경영하면 일 년에 수십억씩 벌어들이니 아들에서 아들로 이어졌죠.

산사람도 죽이고, 죽은 사람도 살리는 원장이 자기 수족들만 데리고 운영해요.

의사, 간호사, 치료사들에게도 악명이 높은 곳

무암 섬으로 들어간다는 죽어도 괜찮다는 의미예요.

화요일 아침에 이송 예정이니까 월요일 저녁에 움직이죠.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전처럼 행동해야 해요.

지금부터 원장이랑 윤 과장 감시가 심해질 겁니다.

진정제랑 수면제가 다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제가 되도록 다른 약물로 바꿔치기 겁니다.

아침이랑 낮에는 되도록 침대에 누워 계시고, 가능하면 휠체어에 앉아 계세요.

밤에는 CC TV 감시가 소홀하니 운동하세요.

아직 다 회복되지는 않은 상태라 탈출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


“ 김 선생님, 고마워요.

나가게 되면 김 선생님을 꼭 찾을게요.

나는 절대 은혜를 잊지 않아요. 갚아야 할 원한도 잊지 않지만.

탈출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에요. “


눈 앞에서 죽어가는, 죽은 자식을 바라만 봐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뛰고 있는 심장이 강판에 갈려 으스러지는 듯 쓰라리고 고통스럽다.

선아는 갈비뼈가 부러져 살갗을 뚫고 나온 체 간신히 숨 만 쉬고,

선우는 불에 타 오그라들고 까맣게 타버린 체 차가운 스텐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아이들을 다시 살릴 수 있다면, 보고 만질 수 있다면 심장이 다 갈려져도 그 고통쯤은 참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연우는 감사히 그 고통을 받아 낼 수 있었다.


연우는 숨을 쉬고,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자신을 증오했다.

살아있는 자신을 혐오했다.

강우와 화란, 그것들이 찾아온 날 연우는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시는 자신을 파멸시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 새끼들이 받은 고통 그대로 돌려주기 위해 연우는 살아야 했다.

이제 남편과 화란 그것들의 온몸을 찢어발겨 갈아버리고 고통스럽게 죽일 차례이다.

한 밤중 고 할머니가 쏘아보던 안광이 연우의 눈에서도 형연했다.

암흑 속에서 그 눈빛을 본다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 연우 씨, 반드시 성공하세요. ”



*************************

5개월 전

연우가 요양원에 실려 올 때 침상에 누워있는 그녀는 온몸이 결박당하고 입에는 자갈이 물려 있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가족들이나 보호자와 함께 차를 타고 와서 입원 수속을 마치고 제 발로 병실에 들어간다.

정신병 환자라고 하면 제정신이 아니거나 난폭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은 알코올, 마약, 약물중독 환자들이 아니면 대부분 온순했다.

순하고 착해 남을 해 하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공통점이었다.

환자들 대부분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해치지 못해

자해하거나 우울함, 상실감, 슬픔에 빠져 무력했고, 온종일 누워있기만 했다.

안정제를 맞고, 결박되어 실려 오는 경우는 자해를 끊임없이 시도하거나 폭력성이 심할 경우이다.

여자는 진정제를 두 차례나 맞았고, 통나무처럼 온몸이 칭칭 묶여 입에는 자갈까지 물려 있었다.


‘ 우연우, 42세

이렇게 폭삭 늙어버린 여자가 마흔둘이라고?

이 자갈은 뭐지? 환자가 자살을 계속 시도하나?

아니면. 말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는 건가? ‘


자갈이 물려 침상에 누워있는 여자의 팔다리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가늘고 메말라서

움켜쥐면 가루로 부서져 공중으로 흩어질 것만 같았다.


‘ 40킬로도 넘지 않겠는데, 오랫동안 밥을 먹지 않았구나. ’


남자 간호사들과 함께 여자를 1인실로 옮기는 동안

후각에 예민한 김 간호사는 여자에게서 풍기는 악취와 암내에 머리가 아프고 역겨움이 일었다.

반백 머리 여자의 눈은 멍하고 퀭했으며, 피부의 주름은 절벽처럼 깊고 연 이어져 있었다.

나이는 마흔둘이라고 차트에는 쓰여 있는데 육십을 훌쩍 넘은 듯 보였다.


“ 진정제를 두 번이나 주사했는데 잠들지가 않아요. 수면제도 듣지 않고요.

이미 약물에 중독된 상태 같아요.

이상해요....... 자해를 한다거나 폭력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았는데. 왜 입에 자갈을 물렸을까요?

원장님의 특별 지시였다는데. 이런 적은 없었잖아요.

김 선생님, 저 눈빛 좀 보세요.

오는 내내 저렇게 천장만 노려보고,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영 기분이 오싹해서. “


그녀를 번쩍 들어 침대에 눕히는 이 선생은 이상하다는 듯 김 선생에게 말했다.


“ 글쎄...... 참 특이하네. ”

“ 김 선생님, 환자분 정신이 좀 들면 목욕을 시켜야겠어요.

이송하는 세 시간 내내 이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죽는 줄 알았어요. ”


김 선생도 훅 풍겨져 나오는 악취에 골치가 아픈데

좁은 차 안에서 긴 시간 이 냄새를 맡으며 온 사람들은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두통을 느꼈을 것이다.

창문이나 열 수 있는 모든 문은 열고 달렸을 게 분명했다.


“ 고생했어요. 이 선생.

환자가 깨어나면 내가 선생님들이랑 목욕시킬게.

얼른 가서 쉬어요. 많이 힘들었겠네. “


김 선생은 데스크에 앉아 다른 환자들의 차트를 보고 있었다.

다른 환자들을 보면서도 그 여자가 신경 쓰여 오전 내내 집중하지 못했다.

점심을 먹는 동안

동료들은 보너스며 말 일에 빠져나갈 카드 값 걱정에 웃다가 한숨을 쉬다 쉴 새 없이 얘기를 나누는데

김 선생은 그녀가 생각나 음식 맛도 모르고 씹기만 했다.

식판을 반납하고, 혼자 정원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 여자를 생각했다.

‘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데. 노파에 가까워.

뭐가 그 여자를 그렇게 늙게 만들었을까? ’




묵직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오더니

조용히 착륙하는 비행기처럼 주차장에 검은 벤츠가 들어왔다.


‘ 누구지?

와~ 주차 참 나이스 하게 잘하네. 원장님 차보다 더 비싸 보이는데.

내 월급을 십 년 동안 그대로 모아야 살 수 있겠다. ‘


자갈을 물린 여자에서 검은 차로 다시 연봉으로 그녀의 생각이 자연스레 옮겨졌다.

보조석 차 문이 열리고 남색 슈트를 입은 키 크고 몸 좋은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멀리서 봐도 귀티가 잘잘 흐르는 것이 분위기도 생김새도 명품이었다.

운전석에서 늘씬한 여자가 내려 남자 앞에 마주 서더니 그의 허리를 휘감았다.


“ 화란아, 이삼십 분 걸릴 거야.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아니면 같이 갈래? ”

“ 싫어, 내가 거길 왜 가?

별로 보고 싶지 않아. 잘 마무리 짓고 와. 차에서 기다릴게.

강우 씨 올 때 나 라테 한 잔 가져다줘. 좀 피곤하네. “

“ 갈 때는 내가 운전할 게. ”

“ 아니야, 자기 내일 출장 가려면 푹 쉬어야 해. 내가 할게. 얼른 다녀와. ”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몸을 완전히 밀착한 채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여자는 쉴 새 없이 남자의 가슴이며 등, 얼굴을 만져대고 있었고, 남자도 그녀의 손길을 즐기는 것 같았다.

잠시라도 헤어지기 싫은 모양이었다.

벤치에 앉아 있는 김 선생을 스쳐 지나가는 남자의 몸에서 상쾌한 향이 났다.

정면만을 응시하며 걸어가는 남자

멘솔 향을 좋아하는 남자라면 명쾌하고 깔끔한 직선 같은 남자일 것이다.


‘ 여자가 좋아할 만하네. 저렇게 잘 생긴 남자랑 한 번 살아봐도 좋겠다. ’


얼핏 봐도 남자는 그리스 조각상처럼 얼굴과 몸의 균형이 잘 맞았고 소년 미를 풍기면서도

강한 남성미까지 풍기는 미남이었다.

김 선생은 집에 있는 배불뚝이 남편이 갑자기 떠올라 웃음이 ‘ 쿡 ’ 나왔다.


‘ 선남선녀구나. 이 시간에 여긴 왜 왔을까?

부모님이 입원했나?

아이~ 참 시간 다 됐네. 우리 배불뚝이는 점심을 드셨으려나? 얼른 들어가서 일이나 하자. ‘


김 선생이 커피를 들고일어나려던 찰 나

차 옆에 서 있던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허리를 굽혔다.

원피스는 그녀의 몸에 타이트하게 붙어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었다.

보라색 원피스의 그녀는 김 선생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여자는 화려하고 섹시한 미인이었다.

누구라도 그녀를 보면

그녀가 자리를 떠날 때까지

그녀의 움직임만 바라보게 만들 것이다.

밝은 갈색의 긴 웨이브 머리, 하얀 피부, 고급스러운 화장

얼핏 봐도 그녀가 한 목걸이와 귀걸이, 팔찌는 수 천만 원은 넘을 듯 보였다.


김 선생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여자와의 하룻밤이라면 남자들은 전 재산을 걸 정도로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 아찔함 ’ 이란 단어 그 자체였다.

여자는 차 안에 있던 커피 잔과 쓰레기들을 들고 나와 휴지통에 버리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스트레칭을 하자 잘록한 허리 라인과 길고 매끈한 다리가 보였다.

여자가 봐도 화려하고 섹시해서 도저히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스트레칭을 한 그녀가 정원 벤치에 앉아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풋 ’ 가벼운 웃음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더니 ‘ 하하하 ’ 웃음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얇고 가는 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다 더는 못 참겠는지 파안대소했다.

누가 보든 말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한 참을 웃다 갑자기 멈추더니 주위를 둘러보더니 일어서서 김 선생에게 다가왔다.


“ 여기 화장실이 어디예요? ”

“ 아, 네. 저도 들어가는 길인데 같이 가세요. ”


김 선생은 그녀 앞에 서서 걷다 병원 안으로 들어와 출입문 쪽 가까운 화장실을 가리켰다.


“ 감사합니다. ”

‘ 또각또각 ’ 가벼운 소음을 내며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자신감에 넘쳐 당당했다.

‘ 남자, 여자 모두 완벽하네. 벤츠에 옷, 가방, 액세서리, 외모까지 다 명품이구나.

저렇게 사는 인생도 있네. 아~ 부럽다. 아니지, 부러우면 지는 거야. 정신 차리자. ’


김 선생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입원 환자들 차트를 넘기며 살펴보고 있는데 이 샘이 김 선생에게 다가왔다.


“ 선생님, 방금 우연우 환자 보호자가 왔어요.

남편이라는데 정말 절어요. 온몸이 명품으로 휘감아져 있던데. 진짜 장난 아니에요.

남편이 연하였는지. 저렇게 잘생기고 멋있는 보호자 남편은 처음 봐요.

그런 남자가 왜 그 환자랑 살았을까요? “

방금 온 남자라고 하면

검은색 벤츠에서 내린 남색 슈트를 입은 남자다.

그 남자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함께 왔는데, 둘의 분위기는 분명 부부나 연인 사이 같았다.


‘ 그럼 뭐야?

오늘 아침에 입원한 여자가 와이프고, 지금 같이 온 여자는 애인인가?

그래서 그 여자가 제정신이 아닌 건가? 그 내연녀 때문에 미쳐버려서?

보라색 원피스는 그 남자 와이프를 정신 병원에 입원시키고 좋아서 그렇게 웃어 댄 거야?

남편이 미친놈이네. 그 년도 미친년이고.

아, 참 기분 더럽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