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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 이야기
EP - 1 정신병원에 갇히다.
by
옥상 소설가
Nov 6. 2020
“ 연우 씨, 다음 주 화요일에 무암 섬에 있는 선양 요양소로 이송되면 다시는 나올 수 없어요.
무암 섬은 죽음의 섬이에요. 숨이 붙어서는 선양 요양소를 나갈 수 없어요.
죽어서라도 가족에게 돌아가면 다행이지만.
무연고자에 버림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아무도 그들의 죽음에 신경 쓰지 않아요.
여자가 들어가면 더 끔찍한 일들이 벌어져요.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하고
산모는 아기를 낳다 죽고, 세상에 나온 아기는 엄마 젖을 빨아 보지도 못하고 죽여져요.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요양소를 운영했어요.
사람을 짐승이라고 생각하고 경영하면 일 년에 수십억씩 벌어들이니 아들에서 아들로
이어졌죠.
산사람도 죽이고, 죽은 사람도 살리는 원장이 자기 수족들만 데리고 운영해요.
의사, 간호사, 치료사들에게도 악명이 높은 곳
무암 섬으로 들어간다는 죽어도 괜찮다는 의미예요.
화요일 아침에 이송 예정이니까 월요일 저녁에
움직이죠.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전처럼 행동해야 해요.
지금부터 원장이랑 윤 과장 감시가 심해질 겁니다.
진정제랑 수면제가 다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제가 되도록 다른 약물로 바꿔치기
할
겁니다.
아침이랑 낮에는 되도록 침대에 누워 계시고, 가능하면 휠체어에 앉아 계세요.
밤에는 CC TV 감시가 소홀하니
운동하세요.
아직 다 회복되지는 않은 상태라 탈출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
“ 김 선생님, 고마워요.
나가게 되면 김 선생님을 꼭 찾을게요.
나는 절대 은혜를 잊지 않아요. 갚아야 할 원한도 잊지
않지만.
탈출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에요. “
눈 앞에서 죽어가는, 죽은 자식을 바라만 봐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뛰고 있는 심장이 강판에 갈려 으스러지는 듯 쓰라리고 고통스럽다.
선아는 갈비뼈가 부러져 살갗을 뚫고 나온 체 간신히 숨 만 쉬고,
선우는 불에 타 오그라들고 까맣게 타버린 체 차가운 스텐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아이들을 다시 살릴 수 있다면, 보고 만질 수 있다면 심장이 다 갈려져도 그 고통쯤은 참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연우는 감사히 그 고통을 받아 낼 수 있었다.
연우는 숨을 쉬고,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자신을 증오했다.
살아있는 자신을 혐오했다.
강우와 화란, 그것들이 찾아온 날 연우는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시는 자신을 파멸시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 새끼들이 받은 고통 그대로 돌려주기 위해 연우는 살아야 했다.
이제 남편과 화란 그것들의 온몸을 찢어발겨 갈아버리고 고통스럽게 죽일 차례이다.
한 밤중 고 할머니가 쏘아보던 안광이 연우의 눈에서도 형연했다.
암흑 속에서 그 눈빛을 본다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 연우 씨, 반드시 성공하세요. ”
*************************
5개월 전
연우가 요양원에 실려 올 때 침상에 누워있는 그녀는 온몸이 결박당하고 입에는 자갈이 물려 있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가족들이나 보호자와 함께 차를 타고 와서 입원 수속을 마치고 제 발로 병실에 들어간다.
정신병 환자라고 하면 제정신이 아니거나 난폭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은 알코올, 마약, 약물중독 환자들이 아니면 대부분 온순했다.
순하고 착해 남을 해 하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공통점이었다.
환자들 대부분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해치지 못해
자해하거나 우울함, 상실감, 슬픔에 빠져 무력했고, 온종일 누워있기만 했다.
안정제를 맞고, 결박되어 실려 오는 경우는 자해를 끊임없이 시도하거나 폭력성이 심할 경우이다.
여자는 진정제를 두 차례나 맞았고, 통나무처럼 온몸이 칭칭 묶여 입에는 자갈까지 물려 있었다.
‘ 우연우, 42세
이렇게 폭삭 늙어버린 여자가 마흔둘이라고?
이 자갈은 뭐지? 환자가 자살을 계속 시도하나?
아니면.
말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는 건가? ‘
자갈이 물려 침상에 누워있는 여자의 팔다리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가늘고 메말라서
움켜쥐면 가루로 부서져 공중으로 흩어질 것만 같았다.
‘ 40킬로도 넘지 않겠는데
, 오랫동안 밥을 먹지 않았구나. ’
남자 간호사들과 함께 여자를 1인실로 옮기는 동안
후각에 예민한 김 간호사는 여자에게서 풍기는 악취와 암내에 머리가 아프고 역겨움이 일었다.
반백 머리 여자의 눈은 멍하고 퀭했으며, 피부의 주름은 절벽처럼 깊고 연 이어져 있었다.
나이는 마흔둘이라고 차트에는 쓰여 있는데 육십을 훌쩍 넘은 듯 보였다.
“ 진정제를 두 번이나 주사했는데 잠들지가 않아요. 수면제도 듣지 않고요.
이미 약물에 중독된 상태 같아요.
이상해요....... 자해를 한다거나 폭력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았는데. 왜 입에 자갈을 물렸을까요?
원장님의 특별 지시였다는데.
이런 적은 없었잖아요.
김 선생님, 저 눈빛 좀 보세요.
오는 내내 저렇게 천장만 노려보고,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영 기분이 오싹해서. “
그녀를 번쩍 들어 침대에 눕히는 이 선생은 이상하다는 듯 김 선생에게 말했다.
“ 글쎄...... 참 특이하네. ”
“ 김 선생님, 환자분 정신이 좀 들면 목욕을 시켜야겠어요.
이송하는 세 시간 내내 이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죽는 줄 알았어요. ”
김 선생도 훅 풍겨져 나오는 악취에 골치가 아픈데
좁은 차 안에서 긴 시간 이 냄새를 맡으며 온 사람들은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두통을 느꼈을 것이다.
창문이나 열 수 있는 모든 문은 열고 달렸을 게 분명했다.
“ 고생했어요. 이 선생.
환자가 깨어나면 내가 선생님들이랑 목욕시킬게.
얼른 가서 쉬어요. 많이 힘들었겠네. “
김 선생은 데스크에 앉아 다른 환자들의 차트를 보고 있었다.
다른 환자들을 보면서도 그 여자가 신경 쓰여 오전 내내 집중하지 못했다.
점심을 먹는 동안
동료들은 보너스며 말 일에 빠져나갈 카드 값 걱정에 웃다가 한숨을 쉬다 쉴 새 없이 얘기를 나누는데
김 선생은 그녀가 생각나 음식 맛도 모르고 씹기만 했다.
식판을 반납하고, 혼자 정원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 여자를 생각했다.
‘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데.
노파에 가까워.
뭐가 그 여자를 그렇게 늙게 만들었을까? ’
묵직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오더니
조용히 착륙하는 비행기처럼 주차장에 검은 벤츠가 들어왔다.
‘ 누구지?
와~ 주차 참 나이스 하게 잘하네. 원장님 차보다 더 비싸 보이는데.
내 월급을 십 년 동안 그대로 모아야 살 수 있겠다. ‘
자갈을 물린 여자에서 검은 차로 다시 연봉으로 그녀의 생각이 자연스레 옮겨졌다.
보조석 차 문이 열리고 남색 슈트를 입은 키 크고 몸 좋은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멀리서 봐도 귀티가 잘잘 흐르는 것이 분위기도 생김새도 명품이었다.
운전석에서 늘씬한 여자가 내려 남자 앞에 마주 서더니 그의 허리를 휘감았다.
“ 화란아, 이삼십 분 걸릴 거야.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아니면 같이 갈래? ”
“ 싫어, 내가 거길 왜 가?
별로 보고 싶지 않아. 잘 마무리 짓고 와. 차에서 기다릴게.
강우 씨 올 때 나 라테 한 잔 가져다줘. 좀 피곤하네. “
“ 갈 때는 내가 운전할 게. ”
“ 아니야, 자기 내일 출장 가려면 푹 쉬어야 해. 내가 할게. 얼른 다녀와. ”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몸을 완전히 밀착한 채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여자는 쉴 새 없이 남자의 가슴이며 등, 얼굴을 만져대고 있었고, 남자도 그녀의 손길을 즐기는 것 같았다.
잠시라도 헤어지기 싫은 모양이었다.
벤치에 앉아 있는 김 선생을 스쳐 지나가는 남자의 몸에서 상쾌한 향이 났다.
정면만을 응시하며 걸어가는 남자
멘솔 향을 좋아하는 남자라면 명쾌하고 깔끔한 직선 같은 남자일 것이다.
‘ 여자가 좋아할 만하네. 저렇게 잘 생긴 남자랑 한 번 살아봐도 좋겠다. ’
얼핏 봐도 남자는 그리스 조각상처럼 얼굴과 몸의 균형이 잘 맞았고 소년 미를 풍기면서도
강한 남성미까지 풍기는 미남이었다.
김 선생은 집에 있는 배불뚝이 남편이 갑자기 떠올라 웃음이 ‘ 쿡 ’ 나왔다.
‘ 선남선녀구나. 이 시간에 여긴 왜 왔을까?
부모님이 입원했나?
아이~ 참 시간 다 됐네. 우리 배불뚝이는 점심을 드셨으려나? 얼른 들어가서 일이나 하자. ‘
김 선생이 커피를 들고일어나려던 찰 나
차 옆에 서 있던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허리를 굽혔다.
원피스는 그녀의 몸에 타이트하게 붙어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었다.
보라색 원피스의 그녀는 김 선생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여자는 화려하고 섹시한 미인이었다.
누구라도 그녀를 보면
그녀가 자리를 떠날 때까지
그녀의 움직임만 바라보게 만들 것이다.
밝은 갈색의 긴 웨이브 머리, 하얀 피부, 고급스러운 화장
얼핏 봐도 그녀가 한 목걸이와 귀걸이, 팔찌는 수 천만 원은 넘을 듯 보였다.
김 선생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여자와의 하룻밤이라면 남자들은 전 재산을 걸 정도로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 아찔함 ’ 이란 단어 그 자체였다.
여자는 차 안에 있던 커피 잔과 쓰레기들을 들고 나와 휴지통에 버리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스트레칭을 하자 잘록한 허리 라인과 길고 매끈한 다리가 보였다.
여자가 봐도 화려하고 섹시해서 도저히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스트레칭을 한 그녀가 정원 벤치에 앉아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풋 ’ 가벼운 웃음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더니 ‘ 하하하 ’ 웃음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얇고 가는 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다 더는 못 참겠는지 파안대소했다.
누가 보든 말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한 참을 웃다 갑자기 멈추더니 주위를 둘러보더니 일어서서 김 선생에게 다가왔다.
“ 여기 화장실이 어디예요? ”
“ 아, 네. 저도 들어가는 길인데 같이 가세요. ”
김 선생은 그녀 앞에 서서 걷다 병원 안으로 들어와 출입문 쪽 가까운 화장실을 가리켰다.
“ 감사합니다. ”
‘ 또각또각 ’ 가벼운 소음을 내며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자신감에 넘쳐 당당했다.
‘ 남자, 여자 모두 완벽하네. 벤츠에 옷, 가방, 액세서리, 외모까지 다 명품이구나.
저렇게 사는 인생도 있네. 아~ 부럽다.
아니지, 부러우면 지는 거야. 정신 차리자. ’
김 선생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입원 환자들 차트를 넘기며 살펴보고 있는데 이 샘이 김 선생에게 다가왔다.
“ 선생님, 방금 우연우 환자 보호자가 왔어요.
남편이라는데 정말 절어요. 온몸이 명품으로 휘감아져 있던데. 진짜 장난 아니에요.
남편이 연하였는지. 저렇게 잘생기고 멋있는 보호자 남편은 처음 봐요.
그런 남자가 왜 그 환자랑 살았을까요? “
방금 온 남자라고 하면
검은색 벤츠에서 내린 남색 슈트를 입은 남자다.
그 남자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함께 왔는데, 둘의 분위기는 분명 부부나 연인 사이 같았다.
‘ 그럼 뭐야?
오늘 아침에 입원한 여자가 와이프고, 지금 같이 온 여자는 애인인가?
그래서 그 여자가 제정신이 아닌 건가? 그 내연녀 때문에 미쳐버려서?
보라색 원피스는 그 남자 와이프를 정신 병원에 입원시키고 좋아서 그렇게 웃어 댄 거야?
남편이 미친놈이네. 그 년도 미친년이고.
아, 참 기분 더럽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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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소설가 지망생입니다. 잠깐 멈춰서 생각하게 하는 따듯하고 선한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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