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수업 - 2. 자긍심
' 정체성 ' - 밀란 쿤테라
자존심,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자주 듣고, 말하지만 자긍심이란 용어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왠지 자긍심이라는 단어는 영웅이나 위인 등 위대한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 말 ' 인 것 같다.
나는 자긍심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안중근' 의사가 떠올랐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무거우며 묵직해서 쉽사리 사용할 수 없는 사용하면 안 될 것만 같은 단어
자. 긍. 심
이 책에서는 자긍심이라는 단어가 위인이나 영웅이 아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자긍심은 상대를 주목하며 관찰해 진심으로 숭배함으로
그가 혹은 그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아름다운지를 일깨워주는 것이라 말한다.
이 책을 읽을수록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감정인지.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는 인간이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인지를 느끼게 한다.
자긍심이란 감정을 이 책에서는 쿤테라의 ' 정체성 '으로 예시하고 설명한다.
자주 사용하지만 헷갈리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이다.
자존심 -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
자존감 -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자긍심 -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짐
긍지 - 자신의 능력을 믿음으로써 가지는 당당함
공경 - 공손히 받들어 모심
***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말하는 자긍심
자긍심 -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기의 활동능력을 고찰하는데서 생기는 기쁨
( 개인적으로 스피노자의 자긍심에 대한 정의가
더 마음에 든다. 구체적이고 이해하고 사용하기 쉽다. )
' 정체성 ' 의 줄거리
장 마르크는 동거하고 있는 연상의 연인 샹탈이
" 남자들이 더 이상 나를 돌아보지 않더라. " 라며 슬픔을 토로하는 것을 보고 질투심을 느낀다.
장 마르크는 ' 시라노 '라는 가명을 사용하여 샹탈에게 편지를 쓴다.
유혹이나 조롱기 장난기는 없는 샹탈에 대한 숭배의 편지이다.
찬양과 숭배의 편지를 쓰기 위해 장 마르크는 샹탈을 전보다 치밀하고 애정을 가지고 지켜본다.
샹탈은 장 마르크에게 시라노라는 남자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음을 알리지 않는다.
시라노가 자기에게 진주 목걸이가 아름답다고 하면 그녀는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고 외출을 하고
붉은 불꽃을 닮았다고 하자 빨간 잠옷을 사서 입는다.
과거 샹탈은 붉은색 옷을 경멸하고, 진주 목걸이를 싫어하던 여자였다.
샹탈이 이렇게 변해가자 장 마르크는 당혹감을 느끼다 질투마저 느낀다.
시라노가 그녀를 지켜보고 숭배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샹탈은 실제로 매력적으로 변해간다.
스토커가 곧 연인 장마르크인 것을 안 샹탈은 화를 참지 못해 순간적으로 장 마르크를 떠난다.
두 남녀는 헤어진 후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는다.
그 후 두 연인은 런던에서 재회한다.
우여곡절 끝에 두 연인은 잠자리를 함께 할 때
사랑은 서로를 주목하는 것이라는 것을
나아가 숭배하면서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 소설의 마지막 부분
그녀는 말했다.
" 나는 더 이상 당신으로부터 눈길을 떼지 않을 거야. 쉴 새 없이 당신을 바라보겠어.
그리고 말을 멈추었다가 이렇게 이었다.
내 눈이 깜빡거리면 두려워.
내 시선이 꺼진 그 순간 당신 대신 뱀, 쥐, 다른 어떤 남자가 끼어들까 하는 두려움 "
그는 몸을 조금 일으켜 입술을 그녀에게 대려고 했다.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 아니, 그냥 당신을 보기만 할 거야. 그러더니 다시 말했다.
밤새도록 스탠드를 켜 놓을 거야. 매일 밤마다. "
- 본문 中
샹탈의 우울과 슬픔의 원인은 노화가 아닌
자긍심이라는 감정이 그녀에게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인간은 되돌아본 자신의 모습이 긍정적일 때에만 기쁨을 느낀다.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지 아름다운지 확인할 때 우리는 기쁨을 느낀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자각하고, 그래서 자긍심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우리는 대개의 경우 모종의 피해 의심에 사로잡혀 위축 외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샹탈이 받은 스토커의 편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숭배자가 없다면
자긍심을 갖기란 너무나 힘들다.
장 마르크는 샹탈과 동거를 하면서도 그녀를 무관심 속에 방치하다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그녀의 매력과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과거와는 다른 색깔의 사랑이 다시 차오르는 것을 느낀 것이다.
철학자의 어드바이스
거울이 현재의 시각적인 나의 모습만 비추어준다면
타인은 과거의 모습 현재 미래의 모습도 보여 줄 수 있고
심지어 나의 내면마저 비추어 준다.
내가 모르는 장점을 보여준다면 나는 행복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나의 단점을 보여준다면 나는 우울해질 것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함께 있으려고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방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발견하는 놀라운 재주가 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은 경탄하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그러니 어떻게 내가 가진 치명적인 단점이 그의 눈에 들어올 리 있겠는가?
그래서 애인은 우리에게 다른 타인이 결코 줄 수 없는 자긍심을
되찾아 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나의 모든 면에 무관심하거나 혹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좋은 친구, 좋은 동료일 수는 있어도 말이다.
자신에 대해 자긍심이 떨어진 사람에게 유일한 치료약은 애인이 생기는 것이다.
발제
1 ) 당신에게는 자긍심을 주는 존재가 있나요?
2 ) 만약 있다면
그는 혹은 그녀는 당신의 어떤 점을 숭배하고 있나요?
3 ) 당신이 숭배하고 있는 또는 숭배하고 싶은
상대가 있나요?
그렇다면 그의 어떤 점을 숭배하고 싶은가요?
4 ) 당신에게 장점이 아닌 단점만 지적하는 사람이 있나요?
5 ) 그가 당신에게 관심이나 애정을 가지고
지적하고 있나요?
6 ) 그는 당신의 어떤 점을 지적하고 있나요?
당신도 그가 당신에게 하는 지적에 동의하나요?
7 ) 그의 지적이 옳다면 당신은 바꿀 용의가 있나요?